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사랑 Oct 14. 2020

세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데 드라이기까지 세 개일 필요는 없잖아.

아직도 달달 외웠던 원고의 제목이 생각난다.


'똘똘 뭉친 카지노 게임 사이트 가족'


초등학교 교내 말하기 대회를 위해 엄마랑 몇 번이고 큰 소리로 읽으며 연습했던 원고다. 아빠 없이 엄마, 오빠, 나 세 식구 똘똘 뭉쳐 씩씩하게 잘 산다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없다는 것에 별로 콤플렉스가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아빠 없는 것을 들키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는데 난 그렇지는 않았다. 딸에게 콤플렉스를 갖지 않게 하려는 엄마의 정공법이었을까. 오히려 전교생 앞에서 우리 가족은 아빠가 없다고 큰 소리로 외쳤으니 말이다.


똘똘 뭉친 우리 가족이라지만 몸의 거리를 따지자면 우리 가족은 참 가까울 새가 없었다. 오빠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매일 하던 야간 자율학습 탓에 얼굴 볼 일이 없었고, 내가 고등학생이 되자 오빠는 서울로 대학을 갔다. 그리고 엄마 옆에 하나 남은 나 역시 대학생이 되면서 우리 집을 떠났다.


모두가 알다시피 1인 가구라도 갖출 건 다 갖춰야 한다. 사소한 생활용품부터 소형가전까지. 어느 날은 머리를 말리다 헤어드라이기를 보는데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울컥했다. 엄마가 보고 싶어 져 당장 전화를 걸었다.


"엄마, 우리 집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적은데 헤어 드라이기까지 3개 여야겠어? 나중에 우리 다시 모여 살게 되면 한 집에 드라이기만 3개야. 같이 살았으면 드라이기도 하나만 사고, 얼마나 좋아? 우리 빨리 다 같이 모여 살아야 돼."


엄마에겐 얼른 같이 모여 살자 해놓고 정작 나는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 그리고 남편 따라 넓디넓은 태평양을 건너왔다. 나는 벌써 7년째 캐나다에 살고 있다. 이제는 가족들의 인사도 '언제 와?'에서 '오긴 오는 거니?'로 바뀐 지 오래다. 멀리 있지만 여전히 서로의 생일 때 카톡으로 축하인사를 전하고, 할머니와 삼촌을 보고 싶다는 아이들과 함께 영상통화도 한다. 해외에 살면서 마음이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에도 결국 잡아달라 손 내밀 수 있었던 건 가족뿐이었다. 오고 싶다고 쉽게 올 수도 없을 만큼 우리는 각자 멀리 떨어져 살지만, 세 사람의 마음만은 여전히 가까이 있다.


그러고보면우리는옛날부터함께모여이야기하기를좋아했다. 식사후, 엄마가과일접시를들고거실소파에앉으면다같이거실테이블에둘러앉았다. 별영양가도없는시시콜콜한이야기. 때로는서로를놀리기바쁘고, 그러다놀림이과해지면마음상하는일도생겼다. 그래도좋다. 사과하면또금방풀어지는게가족이니까. 가족이함께모일수있고, 서로의얼굴을바라보며웃을수있다는것은작지만확실한'찐' 행복이다.


며칠전, 캐나다의추수감사절이되어오래간만에우리집식탁에힘을주었다. 캐나다에가족이라곤우리네식구뿐이라커다란칠면조고기대신스테이크를구웠다. 제철호박으로샐러드를만들고가을사과를짜서만든애플사이더도식탁에올렸다. 무엇보다 가족이 모두 모이는 명절에 빠질수없는것은디저트타임이다. 우리가족도당근케이크를나누어먹으며각자감사한것이무언인지이야기하기로했다.


"I'm thankful for the earth and my house!"

(지구랑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집이 있어서 감사해!)

"I'm thankful for my family!"

(카지노 게임 사이트 가족이 있어서 감사해!)

"I'm thankful for my sister!"

(언니가 있어서 감사해!)

"I'm thankful for this cake!!"

(이 케이크가 있어서 감사해!!)


식사시간마다말하기바빠엄마의잔소리를듣는수다쟁이딸들. 마음껏말할수있는디저트타임이오니내내싱글벙글하다. 물론달콤한케이크덕도있을거다. 아이들은한번웃음이터지면숨이넘어가도록웃는다. 그웃음소리를듣는것만으로도부모는행복해진다. 달달한케이크도너무좋지만아이들이웃는얼굴과 소리가그 시간을 달콤하게기억하게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대단하진 않지만,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음이 감사했던 추수감사절 디너(dinner)


"카지노 게임 사이트, 외할머니한테 전화해 보자!"


우리끼리 달달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친정엄마, 친정오빠가 생각났다. 식탁에 둘러앉은 남편과 두 딸의 모습이, 거실에 둘러앉아 하나마나 한 이야기로 낄낄대던 어릴 적 우리 세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떠올리게 했나 보다.


"할머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 오늘 땡스기빙 데이(Thanksgiving day)에요. 한국 추석처럼요!"

"할머니! 나 한국 가서 추석 되면 한복 입어도 돼요?"

"할머니! 나 할머니 집에서 송편 만들어도 돼요?"

"송편 만들 때 핑크색으로도 만들 수 있어요?"

"그 막대기 던지는 게임(윷놀이라고 몇 번이나 가르쳐주었거늘ㅎㅎ)도 해도 돼요?"


전화할때마다'한국가면할머니와해야할일리스트'가쌓인다. 지금카지노 게임 사이트가한국에있었다면좋았을텐데. 그랬다면한창귀여운4살, 6살아이들의예쁜짓으로카지노 게임 사이트엄마가 얼마나 행복할까? 캐나다에살면서가장죄스러운것은손녀들의커가는모습을양가부모님들께보여드리지못한다는점이다.


"아야, 시방 김서방 일이 얼마나 남았다했냐잉?"


할머니와 아이들의 폭풍 같은 수다타임이 끝나야만 드디어 내 차례가 온다. 친정엄마와의 전화는 늘 '그래서 언제 오는지'로 마무리된다. 내가 한국에 가면 엄마의 외로움이 조금 덜어지려나. 빨리 모여 살고 싶다 하던 대학생 딸은 어째 점점 더 멀어지기만 했다. 코로나 때문에 서울 사는 오빠도 추석에 못 내려갔다는데 엄마의 추석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마음이 쓰인다. 혼자 무엇을 먹고, 무엇을 했을지 하릴없이 미안한 마음뿐이다. 추석 연휴 삼일 내내 전화할 걸 그랬다. 벌써 일주일이나 지난 추석을 캐나다 추수감사절이 되어서야 후회하는 나다. 꼭 이렇게 내 딸들의 행복을 다 챙기고 나서야 엄마의 외로움이 보인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더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부모인가 보다.


멀리 이 땅에서 우리 가족의 행복이 커지면 커질수록 엄마의 외로움이 선명해진다. 손녀들이 더 많이 커 버리기 전에 하루빨리 우리 엄마 집 거실에 앉아있고 싶다. 내 어릴 적처럼 과일이든, 내 딸이 원하는 핑크색 송편이든, 거실 테이블에 올려 두어야지. 포크로 하나씩 콕콕 집어먹으며 영양가 없는 이야기들로 깔깔대며 웃고 싶다. 나와 내 남편, 내 두 딸, 그리고 우리 오빠가 깔깔 웃어대는 모습만 보아도 나처럼 행복해질 우리 엄마니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카지노 게임 사이트
특별한 날이 되면 첫째 딸은 늘 이렇게 할머니에게 카드를 쓴다. 그러면 나도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 친정엄마에게 보낸다. 그게 지금 내가 캐나다에서 할 수 있는 제일 큰 효도다.



*커버 이미지 출처: firstchoicepower.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