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야 하는 이유
아저씨는 먼 곳으로 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말했어.
"인생은 급행열차처럼 덧없이 빠르게 가.
우리 삶도 마찬가지야.
어디로 가고 싶은지 분명히 결정하지 않으면,
그저 바쁘게 움직일 뿐,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없어."
어린 왕자가 만난 철도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
사람들은 급행열차에 올라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졸고 있었어.
스스로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그저 세상이 정해 놓은 선로를 따라 무작정 달려가고 있었던 거야.
오직 어린아이들만 호기심에 가득 차 창밖을 바라볼 뿐.
《모모》에서 회색 신사들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저축하라"고 부추겼어.
그러나 그건 단순한 속임수였지.
사람들은 시간을 잃을까 봐 불안해하면서도,
오히려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놓쳐버렸어.
목적도 없이 급행열차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떠돌던 사람들처럼.
하지만 모모는 시간을 세거나 쪼개지 않았어.
매 순간 사람들과 함께하며,
삶을 있는 그대로 경험했지.
급행열차 안에서도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하늘과 땅을 온전히 느꼈어.
"시간은 도구일 뿐이야."
아저씨는 조용히 말했어.
"우리는 시간이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가 주길 바라지만,
사실은 우리가 시간을 사용해서 우리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거야.
철도원은 기차의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어디로 갈지는 정하지 않지.
마치 우리가 살아가면서 선택의 기회를 얻지만,
그 선택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처럼 말이야."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
기차가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목적지가 없다면 결국 같은 곳을 맴돌 뿐이야.
그러니 먼저 질문해 봐야겠지.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
"그곳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리고, 그 답을 찾았다면,
그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어야 해.
K
기차 바퀴 소리가 들려.
어디로 갈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내 길을 알고 있어.
노란 유채꽃 사이를 지나가는 기차,
그 안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나는 손을 흔들 거야.
나의 시간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내 발걸음과 함께 걷고 있어.
스쳐 지나가는 기차에 그대가 타고 있다면,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 줘.
내가 알아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