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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 Apr 01. 2025

너는 모든 것을 가진 카지노 게임 사이트 V2

다시 쓰는 글

아이야.

어느새 이렇게 자라 스무 살이 되었네.


네가 내일이면 스무 살이 되는 한 해의 마지막 날. 엄마는 낯선 마음과 벅찬 마음으로 밤을 맞이하고 있었어. 품 안에 있던 아이가 서서히 한발 한발 세상을 발을 떼더니 이제 곧 성인이 되겠구나. 이제 온전히 스스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간을 시작하겠구나. 소중하고 거대했던 하나의 순환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순환이 시작되는구나, 하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벅찬 마음으로 15년 전에 냉장고에 붙여 놓았던 시를 열어보았어.


그러니 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내가 먼저 잘 사는 것, 내 삶을 똑바로 사는 것이었다

유일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답게 살아가지 못한 자가

미래에서 온 아이의 삶을 함부로 손대려 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월권행위이기에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보다

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행여 내가 후진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었다


- 박노해, 〈부모로서 해 줄 단 세 가지〉 중에서


15년 전, 엄마는 엄마 나이 4살이었어. 그 시절, 아직 어린 엄마라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여러 고민이 많을 때, 이 시를 만나고 불현듯 네가 미래에서 온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너는 엄마가 죽고 없는 미래에도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지. 엄마는 경험조차 해 보지 못한 세상을 너는 살아가게 되지. 그러니 그런 미래를 살아갈 너에게, 엄마가 과거의 지식으로 널 가르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아. 게다가 엄마는 오직 엄마의 삶, 그것 하나밖에 살아보지 못했는 걸. 단 하나의 삶 밖에는 경험하지 못했는 걸. 단 하나의 삶 밖에 살아보지 못한 자가 미래를 품고 온 씨앗에게, 아직 얼마나 커다랗고 아름다운 아름드리 나무로 자랄지 모르는 씨앗에게, 넌 엄마에게서 나온 씨앗이니 엄마 정도일 거라고, 엄마와 같은 삶을 살게 될 거라고는 결코 말할 수가 없지.


이것은 엄마가 너에게 보내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부모에게서 나왔지만 부모보다 오래, 미래에까지 살아갈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보내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해. 너희들은 부모에게 갇힌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단 하나의 삶을 살아보고 세상을 다 아는 듯 말하는 어른들의 경험을 답습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너희들은 어른들이 살아온 과거가 아니라, 어른들이 살아보지 못한 미래를 살아갈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세상에 혼자 나간다는 생각을 하면 혹시 두렵니?

그럴 땐 너희들은 이미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는 것을 기억하렴. 너는 세상에서 유일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는 것을 기억하렴. 너 자신이 이미 온 우주라는 것을 기억하렴.


믿지 못하겠다고? 나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고? 나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고?

그렇다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봐 줄래?


작은 씨앗이었던 식물이 어떻게 싹을 틔우고 자라 열매를 맺는지 본 적이 있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네가 다녔던 어린이집에서 너희들 텃밭에서 식물을 키우는 모습을 하면서 그 과정을 유심히 보게 되었어.

너희들은 작은 씨앗을 손바닥에 올리고 어떻게 생겼나, 자세히 들여다보았어. 곧 텃밭으로 나가 일정한 간격으로 흙에 구멍을 내고 작은 씨앗을 심었지. 물을 주고 곧 새싹이 나오길 설레면서 기다렸을 거야. 때로는 하늘이 비를 내려 주기도 했을 거고. 너희들은 매일 씨앗을 들여다보면서 옹기종기 모여 씨앗이 오늘은 나오려나, 내일은 나오려나, 하면서 기다렸어. 그러던 어느 날 싹이 나왔을 때, 너희들은 너무 기뻐했어. 어느 날,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데리러 가니 환한 얼굴로 소식을 전해 주었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오늘 싹이 나왔어!" 소식을 전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세상을 다 얻은 표정이었어.


아이야.

그 눈여겨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작디 작은 씨앗은 어떻게 싹을 틔웠을까?식물이 자라려면 물과 양분, 햇빛과 바람이 필요하다고 하지. 그런데 땅속에 있는 씨앗에겐 햇빛과 바람은 닿지 않아. 햇빛도 없이 바람도 없이 그저 물과 양분으로 싹이 나온다는 것이 믿어지니? 대체 어떻게 싹이 나온 걸까? 너무 신기하지 않니? 그 힘은 결국 씨앗에 내재되어 있는 생명력일 거야.


한 번 상상해 봐. 작아도 너무 작은 씨앗이 흙 속에 묻혀 있는데 서서히 날이 따뜻해지면서 흙의 온도가 올라가. 어느 날 내린 비로 흙이 촉촉해져. 씨앗은 어느 날, 따뜻한 온도, 촉촉해진 땅의 습도와 양분을 감지해. 저도 모르게 양분이 녹아 있는 물을 쭈욱 빨아들이지. 한 모금 마셨더니 씨앗의 몸체에 서서히 온기가 돌기 시작해. 씨앗은 임계점에 다다르고 스위치에는 찰칵 불이 켜져. 이제 씨앗 안의 작은 발전소가 위잉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기 시작해. 그건 씨앗이 스스로 가동하는 거야. 그건 씨앗의 자체 메커니즘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건 씨앗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고유한 힘이란다. 씨앗 고유의 생명력이야. 너무 작은 씨앗이라 아무에게도 보이지는 않아. 그렇지만 강력한 생명력을 가진 그 무엇이 이미 들어 있는 거란다. 그래서 작은 씨앗은 이미 완성된 우주란다.


산에 가면 만나는 거대한 참나무. 그 거대한 참나무도 시작은 한 알의 작은 도토리였단다.《꿈꾸는 도토리》라는 그림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와. 작은 도토리가 주위의 큰 나무들을 둘러 보면서 ‘다들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한숨을 쉬지. 그런데 다람쥐가 와서 속삭여 줘. "작은 도토리야, 넌 정말 중요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야. 너 없으면 나같은 다람쥐는 겨울을 날 수 없단다.", 이번엔 새가 와서 속삭여 주지. “네가 나무로 자라면 나는 네 가지에 둥지를 틀 거야. 네 안에는 커다란 나무가 될 가능성이 있단다!”밤이 되니 대지가 속삭이는 작은 소리를 듣게 돼. “작아도 괜찮아. 네 안에는 커다란 나무가 될 힘이 숨어 있단다.” 도토리는 대지를 믿고 뿌리를 내리지. 폭풍우와 비바람 속에 쓰러질 듯한 고통과 위기를 견뎌 내고 한 알의 작은 도토리는 끝내 강하고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게 돼.


한 인간이 태어나는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아.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주1)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엄마 뱃속에 있다가 세상으로 나왔지.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큰 변수가 없다면) 엄마 뱃속에 있다가 태어나게 되는데, 태어난다는 것은 아이에게 어떤 경험일까 생각해 본다.


자궁 속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었어. 아주 강한 근육으로 되어 있는 튼튼한 자궁 안에서 둥글게 몸을 웅크리고 있지. 자궁은 아홉 가지 물질층으로 둘러 싸여 있어. 물, 얇은 막, 자궁, 근육들, 조직, 지방질, 피부... 태어날 때쯤 태아는 크기가 꽤 커져서 뱃속을 헤엄칠 수가 없고 머리가 무겁기 때문에 머리를 아래로 향하고 있어. 그렇게 뱃속에 있다가 태어나면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엄청난 경험을 하게 돼.평온했던 뱃속에 갑자기 어떤 힘이 느껴져. 모체의 자궁이 수축하면서 갑자기 너를 밖으로 밀어내는 거야. 너를 밀어내는 힘과 네가 나가려는 힘이 협력하면서 산도를 따라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지.줄탁동시(啐啄同時).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힘이 필요하단다. 어미 닭이 밖에서 쪼는 힘, 그리고 병아리가 안에서 스스로 쪼는 힘. 이 두 힘이 서로 도와야 해. 엄마와 아기 두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서로 도와야 해. 그렇게 힘을 합해 비로소 알은 깨어나는 거야. 그렇게 아기가 태어나는 거야. 아이야. 생명은 그렇게 창조된단다. 위대한 두 힘이 조화될 때, 위대한 두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만날 때 생명이 창조되는 것이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떤 경험을 했을까?

아이는 뱃속에서 우주비행사처럼 물속에 떠 있거든. 물속에서의 중력은 바깥세상의 5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 갑자기 50배가 무거워진 채 세상 밖으로 나오지. 체온은 또 어떻고. 뱃속은 36.5도, 따뜻하고 파도도 바람도 없는 곳이었는데 바깥 세상은 25도의 차가운 공간이야. 보호막과 같았던 물도 없는 공간으로 나오게 돼. 그 뿐이 아니야. 뱃속에서 아이는 엄마의 탯줄을 통해 호흡하고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심장에 있던 타원형 구멍이 닫히고 폐가 처음으로 확장돼.(주2) 갓 태어난 아기는 난생 처음 폐로 호흡을 하게 돼. 폐로 호흡하지 못하면 아기는 죽게 될 거야. 호흡은 너무나도 중요한 생명 활동이야. 엄마가 가르쳐 준 게 아니야. 네 스스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호흡을 하게 되는 거야. 태어나고자 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너를 둘러싸고 있던 하나의 세계를 부수고 태어난 거야.이 신비로움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생명은 신이 주셨다고도 해. 누군가는 모든 생명을 관장하는 것은 자연이라고 해. 어떤 것을 믿든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만은 너무나도 분명하지. 그래서 하나의 생명은 하나의 우주인 거야.


아이야. 너도 그렇다. 너라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이미 온 우주를 품고 있어. 네가 이미 온 우주인 거야. 그렇게 너는 이미 모든 것을 가진 카지노 게임 사이트란다. 네 안에 내재된 생명력, 너의 힘. 그런 것들을 네 스스로 믿기를 바란다. 엄마는 그것을 너무도 강력하게 믿고 있거든. 어떻게 믿냐고? 그걸 이미 너를 통해 다 보았거든. 네가 어린 시절, 작은 새싹이 땅속을 뚫고 나온 것을 보고 경탄했던 바로 그 순간처럼, 엄마는 너의 탄생과 너의 위대한 하루하루의 성장을 지켜봤거든. 네가 태어나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던 순간, 너를 처음으로 았는데 아무 것도 모른 채 태어난 것만 같은 네가 엄마의 젖을 힘차게 빨았던 순간, 엄마는 생명이 탄생하는 위대한 순간과 네가 가지고 태어난 생명력을 피부로 감각하며 경험할 수 있었어. 깨어 있는 모든 순간 아기들은 누워서 가만히 있지 않더라. 자기 몸도 만져 보고 발도 빨아 보고 세상을 향해 손을 뻗었어. 어느 날 뒤집더니 수백 번 뒤집기만 연습하더라. 뒤집기가 능숙해지니 조그만한 아이가 온 집안을 기어 다니더라. 온갖 물건들을 입에 넣어 보고 손으로 만져 보고 감각하더라. 어느 날부터인가 의자를 붙잡고 일어서고 넘어지면 또 일어서고 수백 번, 수천 번을 반복했어. 그러더니 마침내 위대한 첫 발자국 발을 떼었어. 너는 순간순간 매일매일 스스로의 성장을 거듭한 위대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란다. 이 과정을 지켜 본 세상의 많은 엄마들은 아이가 날 때부터얼마나 위대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지 안단다. 그러니 하나의 생명이, 한 명의 아이가 온 우주라는 것을 믿지 않을 수가 없는 거야. 그러니 아이야. 살면서 아무리 힘든 순간이 와도 네가 네 안에 모든 것을 가진 위대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라. 그 어떤 순간에도 '나는 하나의 우주'라는 것을 기억해 주길 바랄께.


엄마에게 이렇게 위대한 경험을 안겨 주어서 정말 고맙다. 스무 살. 앞으로 네가 걸어갈 모든 날을 축복한다. 사랑한다, 아이야.


※ 주1: 헤르만 헤세, 《데미안》, 2013, 을유문화사.


(다음 글 보기 아이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길들여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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