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림, <의존적이지 않은 카지노 게임하기, 2023
내 주변 사람들 중 의존적이지 않는 카지노 게임을 하는 이들은 10 커플 중 1쌍을 볼까 말까 한다. 그만큼 어렵다. 의존하고 싶은 마음에 카지노 게임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의존하면 편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 처음에는 그렇다. 하지만 의존적이기만 한 카지노 게임이 결국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까? 친구와 손을 잡지 않은 채 걷고, 마주 안으며 서로 기대지 않는 이유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그 누구보다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곳곳에서 삐져 나온다. 슥슥 칠해진 물감 사이로, 꼭 껴안은 인형인지, 술병이지 모를 물체 사이고, 놓치지 않으려고 매달린 손가락 사이로, 혹시나 우연히라도 부딪힐까 뻗은 손가락 사이로 그 마음이 비집고 나오는 느낌이다.
그런데 의존하기만 하는 카지노 게임과 가끔 기댐을 주고받는 관계는 차원이 다르다. 후자는 마치 발을 베개에 살짝 올려두면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한 뒷사람과 베개의 관계라고 할까? 아침이 되면 밤새 발을 받쳐준 배게를 저리로 치우면서 베개 따윈 잊고 오늘을 살아가겠지만, 이 베개가 어느 날 사라진 순간 너무 불편해서 몸을 뒤척이다 밤을 새울 수도 있는 관계. 그리고 반대로 언제든 나 또한 상대방에서 발 정도 받치게끔 쿠션을 만들어줄 수 있는 베개가 되어주기도 하는 관계. 그런 관계가 후자의 카지노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절절하고 심각한데도 혼자 끙끙 앓으며 혼자 살려고 꺼이꺼이 노력하지는 말자. ‘카지노 게임 기대기‘가 가능한 상호작용은 허용하며 손을 잡고 걸고, 같은 방향에 머리를 두고 자보는 건 어떨까?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는 없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