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현, <낮과 밤의 콜라보, 2024
담백하고 단정한 낮에 자리한 핑크색 화병은 카지노 게임 향해 가지를 뻗어내고 있다. 하얀색 꽃은 반짝이는 별과 오묘한 색이 뒤섞여 다채로운 꿈을 품고 있는 밤으로 빠져들고 싶어 한다.
꽃과 달리 나는 밤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불면하는 날이 잦아지면서 밤이 다가오면 불안해졌다. 밤이 무서우니 잠에 들더라도 수시로 카지노 게임을 꿨다. 밤은 나에게 두렵고 거부하고 싶은 시간이다. 기나긴 불면과 카지노 게임이 지속되던 어느 날, 누군가 카지노 게임을 싫어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는 스트레스를 조금씩 풀어내는 과정이 카지노 게임으로 나타나는 것이니, 꿈자리가 사나운 날은 “아 이만큼 스트레스가 풀렸구나”라고 생각하라 말했다. 그러면 잠들기가 더 이상 무섭지 않을 거라고. 밑져야 본전이니 조언을 들어보기로 했다. 오늘은 카지노 게임을 꿔도 괜찮다고 나를 다독이며 잠이 든 그날, 나는 카지노 게임을 꾸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을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잠들기를 숙제처럼 여기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약간의 생각 전환이 5년이 넘은 나의 불면 생활을 종료시키는 기적을 만들었다. 물론 또 카지노 게임을 꾸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카지노 게임이 두렵고 잠들기가 무섭고, 그래서 밤이 싫은 시간은 지나갔다. 이제 나도 낮과 밤의 콜라보를 기대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