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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루 Mar 27. 2025

검은 카지노 게임

박광수, <카지노 게임 숲 속,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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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게임 숲에서 소녀가 비척비척 걸어온다. 소녀의 등에는 조그마한 날개가 파르르 떨리고 있지만 숲이 너무 우거져 날갯짓은 소용이 없다. 소녀가 걸어 지나온 길에는 하얗고 반짝이는 흔적이 남아있다. 깊고 검지만 사실 그렇게 무서운 숲은 아니다. 우리는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품고 있지만 사실 빛이 들지 않아 시커멓게 우거졌을 뿐 숲은 그동안 소리 없이 소녀가 지나갈 길을 터주었다.


다양한 형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정지해 있는 화면인데 움직임이 끊임없이 느껴져 생명이 그득그득 깃들어 있는 느낌이 든다. 또는 프레임이 적어 뚝뚝 끊기듯 이어지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기도.


어릴 적 벽지 무늬를 보고, 화장실 타일을 보고 말을 탄 기사와 마법의 성과 탈을 쓴 광대를 상상했다. 우연과 필연이 합쳐지고 그 결과물을 보는 감상자의 색다른 시각이 한 스푼 더해져 만들어진 상상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나는 박광수의 검은 숲에서 마법의 가루를 떨어뜨리는 단발 소녀를 보았다. 여러분 눈에는 어떤 형상이 떠올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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