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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루 Mar 25. 2025

고요 속에 탄생할 카지노 게임

팀 아이텔, 무제(관찰자), 2011

카지노 게임


사각사각. 무거운 무게로 내려앉은 정적 속에서 연필 소리만 들려올 것 같다. 어둠뿐인 공간에 그가 그리는 대상이 앞에 있긴 한 걸까? 관찰자는 그리는 화가의 손을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바라봐야 한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카지노 게임은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수안보 온천 여행을 갔다 요즘 같은 시대에 보기 드문 거리 화가를 만났다. 그는 평범한 1차선 도로와 다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앉아 거친 붓을 놀리고 있었다. 사각사각. 우리가 뒤에 다가가 오래도록 그 모습을 바라봤지만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혹은 신경 쓰지 않았는지도. 그가 그리는 카지노 게임은 현실에 그가 앉아있는 수안보 관광지 풍경이 아니라 평화롭고 거룩해 보이는 대자연 풍경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도로에서 어떻게 저런 풍경을 그리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의 주위에만 시커먼 정적이 내려앉아 그를 다른 세계로 데리고 간 것 같았다.


나는 평소에 집중력이 얕은 편이라 혼자 고요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잘 없다. 책을 보다가도 고양이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오고, 태블릿으로 영상 콘텐츠를 보다가도 책장에서 책을 꺼내보기 일쑤다. 그래서 자신만의 어둠으로 침잠한 사람을 보면 그곳에 도달한 마음 상태가 늘 궁금하다. 고요 속에서 탄생할 카지노 게임은 시끄러운 팝을 들으며 그린 카지노 게임과는 아주 다르겠지. 지금은 흰 백지 종이지만 완성될 카지노 게임은 아주 시적이고, 클래식한 모노톤의 초상화가 아닐까? 하고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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