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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나 Nov 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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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카지노 게임]

민아, 그때 엄마는 밤이 무서웠다. 노을이 물드는 어여쁜 풍경을 감상할 마음의 여유는 없었어. 하늘이 파랗다가 노랗다 검어지는 시간이 오면 내 마음도 맑다 노래지다 어두워졌어. 어디 나뿐이었을까. 같은 하늘을 보며 갓난쟁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비스무리한 감정선이지 않을까 해. 30대 초반의 그 시절, 엄마에게 밤은 보이지 않는 장막이었다.


너를 데리고 조리원을 나와 집으로 향하던 비장함을 잊을 수 없어. 전완근의 줄기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너를 안았지. 떨어뜨리면 어쩌지, 트림을 제대로 못 시키면 어쩌나. 두려웠던 첫날밤은 영영 생생할 거야. 낮에는 생글 대고 배냇짓을 해대더니 날이 어두워지면 네 심기에도 그늘이 졌지. 너는 오장육부를 짜내며 주먹을 쥐고 울었다. 아기는 원래 엄마가 안아주면 울음을 그치는 거 아닌가. 왜 너는 그리 서럽게 울까.


“그게 아니야아아아아아.” 소리치듯 우는 것 같았어. 분명 너는 무언가 불편코, 울음으로 말을 하는데 준비 없이 엄마완장이 채워진 나는 눈치 없이 둥가둥가만 했던 걸까. 5분 10분이 지나니 당황스러움은 좌절감으로, 무력감은 미안함으로 모양을 바꿔 내 마음에 자책이라는 방을 만들더라.


“흑흑, 미안해. 미안해 아가. 엄마가 너무 몰라서 미안해. 대체 왜 이렇게 우는 거야. 왜 그래. 뭐가 그리 힘이 들어. 근데 있잖아. 엄마도 너무 힘들어. 어흑흑.”

마더텅도 배우지 못한 갓난쟁이에게 사과를 하다, 질문을 하다, 하소연을 하고. 이내 내 눈물과 어우러져 흘러내렸어.


너는 부지런히, 성실하게 매일 밤을 울었어. 산후도우미가 5시에 퇴근하면 밤과 새벽은 나의 것으로 남았다. 낮에는 잘만 자더니 새벽 1시 35분께가 되면 귀신처럼 번쩍 눈을 뜨고, 목청을 가다듬더니 사이렌을 울렸어. 일주일쯤 되었을까. 일어서서 어화둥둥 왔다 갔다를 해도 소용이 없는 너를 안고 소파에 앉았다. 한숨을 한 번 푹 쉬고는


“왜 그러니, 우리 아기.”라는 말을 멈췄다. 어떤 동기나 이유는 없었다.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다 괜찮을 거야."라는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어.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같은 뉘앙스로 주문처럼 내 입으로 내 귀에 대고 말했어. 여러 번, 매우 천천히.


금세 그치지 않았지만, 흐느낌은 잦아들었어. 너의 것 말고 내 어깨의 들썩임 말이야. 며칠이나 지났을까. 카지노 게임, 100일쯤 되었을까. 영원할 것 같던 새벽의 사이렌은 잦아들고, 내리 밤잠을 여섯 시간 자기 시작한 너를 보며 다시 한번 기쁨의 한 방울이 흘렀던 기억이 남았다.

그래, 카지노 게임. 괜찮지 그럼. 엄마가 있는데 안 될 게 뭐야. 푹 자.


카지노 게임2015년의 우리. 그날의 예상대로 이 장면은 그리움으로 남았어.

카지노 게임 /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카지노 게임고 어디가

아파서도 카지노 게임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 질 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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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카지노 게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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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가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이제 카지노 게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채식주의자]도 [소년이 온다]도 아닌, 이 시를 떠올렸다. 엄마에겐 2015년, 밤이 무섭던 그 시절에 읽었던 그녀의 이 시 한 편이 노벨수상작 보다 큰 가치였으니까. 초보엄마인 나와, 지구인으로 적응 중인 너, 그녀의 시가 함께였던 새벽을 떠올렸다. 내게 그 시간을 고통이 아닌 '위안'으로 남겨 준 사람이 노벨상을 받았다는 건 또 다른 위로였어.


설명과 이유가 불필요한 순간이 있어. 마구잡이로 괜찮다 해 버릴 때 마음속 풍랑이 고요해지기도 해. 그때 너를 토닥이며 했던 말은 네가 아닌 내게 해준 말인 것 같다. 내 안의 울부짖는 마음에게 해 주는 말. 서른 넘어 엄마가 되고서야 깨달은 말. 카지노 게임.


그렇게 잘 자고 푹 자서 쑥쑥 자라고 있는 민아.

카지노 게임다. 이제, 다 카지노 게임다.

너와 엄마, 우린 잘하고 있다.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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