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 R. Tolkien 2.
"그것은 포도주 저장고였죠. 그것도 생전 처음 만나는 종류의 포도주병으로 가득 찬 포도주 저장고. 저는 흠뻑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당히 장학생이 되어 옥스퍼드 엑시터 칼리지에수 수업을 듣기 시작한 로널드는 킹 에드워즈 때와는 또 다른 흥분에 취해있었다. 이번에 로널드를 취하게 한 것은 바로 핀란드어였다. 옥스퍼드에서도 로널드의 주 활동무대는 학교 도서관이었다. 그곳에서 로널드는 생전 처음보는 책을 만나는데 그것은 바로 핀란드 문법책이었다. 로널드는 그 책을 바탕으로 핀란드의 설화시 <칼레발라를 원어로 읽는 도전을 시작했는데 한 줄, 한 줄 번역을 마치고 음미할 때마다 로널드는 <칼레발라에 담긴 카지노 게임적 요소에 눈길이 쏠렸다. 그것은 셰어홀에서 무수한 상상을 펼치던 로널드가 간절히 찾아 헤매던 이야기였다. 시의 마지막 줄을 번역하여 읽고 나자 로널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왜 영어로 쓰인 설화시는 없는 거지?" 로널드의 안타까운 마음 뒤로 작은 목소리가 울렸다. "그러면 내가 직접 쓰면 되는잖아?" 이 물음표가 마침표로 변하기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필요했다.
로널드는 카지노 게임를 만들기에 앞서 언어를 만들었다. 이는 로널드의 어린 시절 취미이기도 했다. 어린아이들이 곧잘 그렇듯 로널드 역시 어린 시절 친구들끼리만 통하는 언어를 만들곤 했다. 셰어홀 시절에는 사촌 매리와 함께 동물 이름에서 딴 두 사람만의 언어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그 언어를 '애니멀릭'이라고 불렀는데 심지어 노래를 지어 부르고 다닐 정도였다. 그런 과거의 기억 때문인지 로널드에게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것은 어떤 지루한 연구의 과정이 아닌 즐거운 놀이의 하나였다. 이번에 로널드가 새로이 만든 언어는 핀란드 어를 바탕으로 한 요정어였다. 이 언어들이 훗날 어떻게 쓰일지는 로널드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는데 카지노 게임의 시작은 곧잘 그렇듯 그런 작은 순간에서 시작되는 법이었다.
문제는 어떤 화려한 카지노 게임라 하더라도 시작 직전에는 항상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는다는 점이었다. 로널드의 머리 위로 드리워진 먹구름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총성 소리가 담겨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것이었다. 로널드는 아직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았고 만들어야 할 언어 구상도 줄지어 있었다. 게다가 세 살 연상의 여인 이디스와의 약혼으로 로널드는 이제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할 의무도 있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로널드는 입대를 잠시 미루고 학위과정을 마치려 했고 다행히 마지막 시험에서 1급 우등졸업학위를 받는다. 그렇게 로널드는 전쟁 후 머물 곳을 튼튼히 지어놓고 전쟁터로 향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샘이라는 인물은 어떤 영웅의 초상화에서 따온 것이 아닙니다. 그 인물은 바로 제가 만난 수많은 사병들. 나보다 훨씬 훌륭한 그들의 얼굴에서 따온 인물입니다."
통신 장교로 전쟁에 뛰어든 로널드가 마주한 것은 적의 통신 신호나 모스 부호가 아니었다. 그가 마주친 것은 발기발기 찢긴 시체 조각들과 눈뜬 채 죽어버린 전우의 얼굴이었다. 카지노 게임 참호 속에서 시체와 함께 몸을 숨겨야 했고, 하늘 위로는 수없이 많은 폭탄이 교차했다. 솜 강에서 벌어진 그 끔찍한 전투는 로널드의 전부를 흔들어 놓았다. 목숨을 제외한 모든 것을 말이다. 카지노 게임 직접 겪은 전투를 모두 기억하려 애썼다. 죽어가는 전우의 모습과 고통의 비명. 포탄에 맞아 쓰러지는 나무와 깊게 파인 대지까지. 카지노 게임 기억 속 가장 단단한 곳에 그것을 담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넣을 데라고는 헐렁한 주머니 뿐이었으니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할 수 있다면 가장 단단한 금고에 담아야 할 것들이었다. 카지노 게임 총을 내려놓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곳에는 빈 노트 한 권의 놓여 있었고 그것이 로널드가 가진 가장 단단한 금고였다.
로널드가 펜을 들자 노트의 표지에 '잃어버린 이야기들의 책' 이라는 제목이 쓰여졌다. 빈 노트 안에는 로널드가 지금껏 익혀온 언어가 담길 것이고 그가 창조한 문자가 담길 것이다. 카지노 게임의 얼굴을 한 이야기에는 직접 목격한 모든 것이 스며있을 것이다. 그러한 로널드의 세계가 그려질 그 책은 훗날 <실마릴리온으로 불릴 것이다. 로널드는 그 책의 시작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열고 있었다.
"전쟁은 저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갔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은 우정이었죠. 좋은 글을 낭독하고 마음을 나누던 작은 사치는 더이상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전쟁을 하며 잃어버린 것 중 가장 큰 것은 친구였다. 문학과 언어를 말하고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 전쟁은 카지노 게임에게 있어 무엇보다 소중한 그 친구들을 빼앗아가 버렸다. 물론 강의실에 서면 자신의 낭독과 지식을 들으려는 학생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지만, 그것으로는 치유되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은 마음 한 편의 공허한 구멍을 자주 쓰다듬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카지노 게임은 각기 다른 수업의 방향으로 대립각을 세우던 영문과 교수 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올 이야기는 뻔했다. 언어학과 문학 사이의 파벌과 갈등. 그것을 해결할 방안은 전혀 없어 보였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자세히 지켜보고자 하는 교수는 찾기 어려웠다. 그런 회의였기에 카지노 게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회의장 안에 들어섰다. 그런데 그곳에 처음 보는 인물이 서 있었다. 그는 덩치가 꽤 큰 인물이었는데 그에 비하면 카지노 게임의 몸무게는 4분의 3도 안 되어 보였다. 그는 카지노 게임과 반대 진영인 '문학'팀의 새로운 펠로이자 튜터로 선임된 인물이었기에 두 사람은 서로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잭'이라고 불리는 그 인물의 이름은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였다. 루이스는 카지노 게임의 날카로운 눈과 창백한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악의는 없어 보이는군. 어쨌든 중요한 건 한주먹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겠지."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그 정도의 인상을 주고 끝이 났다.
언어학과 문학. 서로 진영이 달랐기에 두 사람은 자주 마주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놀랍도록 비슷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북구 신화에 푹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청소년 시절부터 노르웨이 신화에 빠져살던 루이스에게 카지노 게임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루이스는 이야기를 좋아했으니 카지노 게임에게 있어 그는 더없이 좋은 이야기 상대였다. 루이스가 맥주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제외하고서라도 말이다.
두 사람은 루이스의 사무실에서 정기적인 만남을 갖기 시작했다. 할만한 이야기가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애당초 할 필요가 없었다. 신화부터 언어를 넘어 문학의 경계까지. 두 사람의 관심사는 매우 비슷했고 지식의 깊이 또한 누가 앞선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타인의 작품을 논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둘은 서로 창작한 작품을 나누기도 했다. 한번은 카지노 게임은 자신이 쓴 장시 <베렌과 루시엔의 무훈시를 직접 타이프해서 보냈는데 루이스는 카지노 게임의 작품에 크게 감동한다. 곧장 카지노 게임의 작품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자 루이스는 편지를 써서 지금 순간의 감동을 남겼다. "친구의 작품을 읽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저녁을 보낸 것이 몇 년은 된 것 같군요."
카지노 게임 역시 같은 감정이었다. 전쟁 후 이런 즐거운 저녁 시간은 처음이었다. 신뢰할 수 있는 친구와 지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저녁 시간. 한때는 당연하다 여겻지만 잃고 난 뒤에는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시간을 또 한 번 선물받게 된것이었다. 게다가 카지노 게임보다 사교성이 뛰어난 루이스는 카지노 게임에게 더 많은 친구와의 만남을 선물해주었다.
카지노 게임과 루이스. 그리고 두 사람과 함께 이야기 나눌 이들이 매주 화요일 '독수리와 아이' 술집에 모여 앉았다. 모임을 이끄는 이는 당연히 루이스였고 카지노 게임은 꼬박꼬박 모임에 참석하는 일등 회원이었다. 멤버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으면 "누구 읽어주실 분 계신가요?"라고 루이스가 물었다. 그때부터 멤버들은 돌아가며 각자 가져온 원고를 낭독했다. 낭독이 끝나면 작품에 관한 비평을 서로 나누었는데 때로는 논쟁의 열기가 지나치게 높아질 때도 있었다. 대부분 열기를 올리는 주범은 카지노 게임이었고 루이스도 뒤지지 않았다. 두 사람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우정을 담은 목소리가 오를때면 다른 테이블의 사람들은 ‘인클링스'라 불린 그들의 모임 이름을 입에 올리며 수근거렸다. 물론 카지노 게임과 루이스는 그들의 불만어린 수근거림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데 더 바빴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