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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민 Sep 29. 2018

빛으로 그린 온도와 카지노 게임 추천

Oe Kenzab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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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죽을 때까지 글쟁이로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았죠. 단지 그뿐이었습니다.”

히카리와의 하루가 쌓일수록 겐자부로의 작품은 쌓여 올라갔다. 고개를 한껏 들어 올려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바람이 무수히 불었다. 비평가들의 독설이 한차례 몰아치면 성난 독자들의 목소리가 불어왔다. 그럼에도 겐자부로가 쌓은 작품의 탑은 흔들리지 않았다. 탑의 가장 아래, 가장 기본이 되는 곳에 거짓 없이 단단한 현실을 쌓고 있는 히카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던 그 날도 그랬다.


집 밖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저녁이었다. 거실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던 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집의 전화는 모두 히카리의 몫이었다. 그것은 히카리의 취미이기도 했다. 히카리는 ‘여보세요'와 ‘안녕하세요'를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중국어, 한국어로 완벽히 구사할 줄 알았기에 전화 받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 히카리가 전화를 받고는 ‘No’라고 대답했다. 이어지는 침묵. 겐자부로는 히카리에게 수화기를 넘겨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스웨덴 아카데미 노벨 문학상 선정 위원회의 목소리가 들렸다.


“겐자부로 씨입니까?”

겐자부로가 답했다.

“방금 아들이 노벨상 수상을 거절했나요?”

위원회는 같은 질문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히카리에게 겐자부로냐고 물었으니 답은 ‘No.’가 정확했다. 겐자부로는 위원회와 몇 가지 대화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소파에 앉은 겐자부로는 읽던 책을 펼쳐 들었다. 그리고는 뭔가 깜빡한 게 있다는 듯 말했다.

“노벨상을 받게 되었어.”

그러자 가족들은 이렇게 답했다.

“아, 그렇군요.”

차분한 가족들의 반응 뒤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각국에서 걸려온 축하 전화는 멈출 생각을 않았다. 언제나 호들갑스러운 것은 외부의 사람들이었다.



“삶이라는 것은 정말로 불가사의한 것이죠. 혼자서 담요를 잘 덮지 못하는 히카리를 위해 매일 밤 담요를 덮어주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 시간이 내게 준 것은 글쎄요…. 빛이라고 해야 정확할 겁니다.”

밤 12시.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는 히카리를 기다렸다 담요를 덮어준 겐자부로는 히카리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 잘 자라며 인사를 건넸다. 그 짧은 시간의 반복이 어느덧 몇십년째였다. 그런 반복이 끝나고 아침 해가 오르면 이제 겐자부로의 차례였고 그는 원고지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원고지 밖으로는 구부정하게 앉은 히카리가 음악을 듣고 있고 거실에는 히카리의 음악 소리와 겐자부로의 펜 소리가 교차하며 퍼졌다. 이 카지노 게임 추천이 겐자부로의 글이었다. 이 카지노 게임 추천으로 겐자부로와 그의 펜은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잠시 안개가 끼고 잠시 어둠이 내린다 해도 그 카지노 게임 추천에는 빛의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있었으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 점심을 먹자는 아내의 목소리에 겐자부로는 잠시 펜을 내려놓고 히카리의 곁으로 다가간다. 여전히 음악에 집중하고 있는 히카리의 어깨에 양손을 올리자 익숙한 온기가 손을 타고 전해진다.


히카리는 오늘도 같은 카지노 게임 추천였다.

겐자부로는 오늘도 글을 쓸 수 있었다.





'오에 겐자부로'편을 끝으로 20회간 이어졌던 <카지노 게임 추천 짓다연재를 마무리 합니다.

지금까지 연재 함께 해주셨던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연재에서 다하지 못한 카지노 게임 추천와 조력자들의 이야기는 서점에서 이어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점에서도 매거진에서와 같이 잦은 만남 이어갈 수 있길 바라며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카지노 게임 추천 짓다'를 지으며...


몇 년 전. 라디오 방송의 코너를 만들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라디오라는 매체의 특성상 대본에 볼드나 이탤릭같은 꾸밈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행갈이는 될 수 있는 한 많이. 한눈에 한 줄의 내용이 모두 들어와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할 말을 막힘없이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쉼표나 구두점을 사용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것을 신경 쓸 시간에 한 번 더 대본을 입으로 되뇌는 편이 좋겠죠. 다시 말하자면 라디오 대본은 일부러 루즈핏 옷을 사는 것처럼 헐겁게 쓰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라디오 대본은 말을 얼마나 더 잘 전달하느냐에 따라 “잘 쓴 대본” 혹은 “못 쓴 대본”이 결정되기 때문이죠.


<카지노 게임 추천 짓다의 첫 모습은 바로 그 라디오 대본이었습니다. 팟캐스트 <책 읽는 라디오의 코너로 만들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이야기를 구성하고 최종적으로는 말로 전달하기 위한 대본. 그것이 <카지노 게임 추천 짓다의 첫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갈증을 느꼈습니다. 12회차의 방송. 12명의 카지노 게임 추천, 그들이 카지노 게임 추천가 되기까지 도와준 조력자의 이야기. 그것을 말로 전한다는 것은 직접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휘발성이 높았습니다. 한 번 들으면 휙, 잊혀져 버린다는 것이죠.


그런 아쉬움에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라디오 대본이 아닌 블로그에 올릴 원고의 모습이었습니다. 라디오를 떠난 <카지노 게임 추천 짓다에 이제 볼드와 이탤릭이 허락되었습니다. 구두점 역시 충실히 지키는 편이 좋았습니다. 다만, 모바일로 주로 읽히게 될 것을 고려해 행갈이는 여전히 되도록 많이 하는 편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묘사는 유머에 필요할 때만 사용했고, 감성적이고 싶은 마음 역시 최대한 억눌렀습니다. 그런 것은 모바일의 작은 화면 속에서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으니까요. 그렇게 작성된 <카지노 게임 추천 짓다의 블로그 연재 원고는 ‘카카오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선정이 되었습니다. (선정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유머를 참느라 노력해서 주어진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정이 되던 날, 저는 꼬치구이를 먹었습니다. 상금도 들어오겠다, 나름의 축하 파티를 해 볼 심상이었죠. 거기서 몇 개의 꼬치를 빼먹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은 꼬치를 하나씩 뽑아 먹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까지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절반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절반은 고개를 갸웃할 것입니다. 전자라면 이렇게 말하겠죠. “음, 당연하지. 꼬치는 하나씩 빼 먹어야 제 맛이지!” 그리고 후자의 분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무슨 소리야! 이 악마야! 꼬치구이는 한 번에 죽 빼놓고 먹어야 깔끔하고 좋다고!” 저는 전쟁 정도의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꼬치를 한 번에 빼먹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꼬치구이 맛의 3할은 빼 먹는데 있으니 아무리 귀찮더라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죠.


살다 보면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집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겠죠. 어쩔 수 없이 라디오를 만들고, 어쩔 수 없이 블로그 글을 쓰고, 어쩔 수 없이 수상을 하고, 또 어쩔 수 없이 꼬치구이를 하나씩 빼먹는... <카지노 게임 추천 짓다를 시작한 2015년의 그 날부터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일들은 계속해서 생기곤 했습니다. 그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카지노 게임 추천 짓다의 이야기는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하고 싶은 이야기, 쓰고 싶은 이야기였으니까요.




방송 대본을 블로그 글로, 블로그 글을 책에 담을 원고로 개작을 한다는 것. 그것은 꽤나 지난한 과정이고 누군가 협박하지 않는 이상 구태여 꺼내 보고 싶은 기억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한 장의 기억을 꺼낸다면 이런 기억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것은 어쩌면 <카지노 게임 추천 짓다를 쓰는 과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카지노 게임 추천 짓다를 쓰는 과정과 가장 가까운 기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미국의 카지노 게임 추천 폴 오스터의 인터뷰에서 시작됩니다.


폴 오스터에게 인터뷰어가 물었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그러자 폴 오스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펜으로 블라~ 타자기로 블라블라~ 퇴고는 블라~ 검토를 블라~ 다시 부족한 부분을 블라블라블라~”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렇게 한 장씩 완성되어 가는 거죠.”


대문호 폴 오스터의 작업 관에 기댄다는 것이 몹시 부끄러운 일이지만 단 한 번 눈을 질끈 감는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짓다는 그렇게 한 장씩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일 수 있겠죠.


“모든 카지노 게임 추천의 책, 그리고 모든 꼬치구이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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