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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민 Sep 15. 2018

서재에 비친 한 줄기의 빛

Oe Kenzab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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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소설을 썼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힘들었지만, 그것이 사치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툭 하고 떨어졌거나, 아니면 쑥 하고 밀려왔다고 해야 하겠죠.”

23살에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며 문단의 새로운 스타로 부상한 겐자부로는 졸업 논문을 쓰는 중에도 작품을 발표했다. 문단은 그가 던지는 생기 넘치고 묵직한 펀치를 맞으며 즐거워했다. 특히 전쟁이 끝나고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방황의 시기를 벗어나기 어려웠던 동년배의 젊은이들에게 그의 소설은 절대적인 지지를 끌어 냈다. 그것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에 책임을 지는 것이 겐자부로의 철학이었다. 그런 철학을 발휘해 겐자부로는 또 하나의 선택을 했다.


바로 이타미 주조의 여동생 이타미 유카리와 결혼을 결심한 것이었다.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여동생의 일에 관해서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이타미 주조는 두 사람의 결혼을 크게 반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무사히 결혼했고 겐자부로는 직업으로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단 2년여에 불과한 새로운 삶이었지만 말이다.


결혼한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던 그때 무료 카지노 게임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이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 만남이 있을까?” 아무리 기억을 뒤져보아도 그런 만남은 없었다. 마크 트웨인도 이타미 주조도, 와타나베 가즈오 선생님도 지금 이 만남에 비하면 작디 작은 의미에 불과했다. 1963년. 겐자부로 부부에게 첫 아이가 태어난 것이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첫 아이의 이름을 고민했다. 지금껏 발표한 어떤 작품보다도 어려운 일이었다. 답이 나지 않을때면 책을 펼치던 무료 카지노 게임 이번에도 서재로 향했다. 고심끝에 그가 잡은 책에는 이누이트족의 우화가 담겨 있었다.


세상이 탄생했을 때 지상에 까마귀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세상에는 아직 어둠밖에 없어서 까마귀는 먹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먹이를 찾아 헤매던 까마귀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 빛이 있다면 먹이를 찾기 쉬울 텐데….”


놀랍게도 까마귀가 그렇게 생각을 하는 순간 세상에 빛이 가득 비쳤다.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이루어질 수 있는 희망을 품는 것이었다.


우화를 다 읽은 무료 카지노 게임 조심스레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진심으로 바란다면 나 역시 얻을 수 있을까? 세상을 환하게 비출 빛을?”


무료 카지노 게임 아이의 이름을 히카리(빛)로 결정했다. 겐자부로의 첫 아이에게는 그것이 간절히 필요했다. 날 때부터 혹을 달고 나왔고 뱃속을 통과했음에도 빛을 만나지 못한 아이에게 히카리(빛)는 진정 필요한 것이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이제 막 태어난 아이에게, 빛을 볼 수 없었고 머리에 혹이 있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 아이의 눈에 빛을 선물하고 싶었다.


히카리를 담당한 의사는 아이가 수술을 한다 해도 나을 수 있을지 모르고 심지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경고를 했다. 힘겨운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자 무료 카지노 게임 자신의 낙관적인 성격에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신생아실을 창문 너머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히카리를 비롯해 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누워 있었다. 남들이 들으면 이상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겐자부로의 눈에는 다른 아이들보다 히카리의 뺨이 훨씬 붉고 생기있어 보였다. 그런 아이라면, 그 정도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아이라면 걱정할 것이 없었다. 수술하면 아이는 나아질 것이다.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늦겠지만,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흰 눈썹 뜸부기예요.”

겐자부로 부부의 진심은 히카리에게 빛을 안겨주었다. 지적 장애는 낫지 않았지만, 생명의 색은 더 밝게 홍조를 띠고 있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매일 아이의 곁에서 담요를 덮어주는 일을 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히카리 역시 욕심을 내지 않았다. 조금 늦을 뿐이었다. 걸음도, 말도, 완벽한 문장을 소리 내는 것도. 조금 늦을 뿐이었다.


겐자부로 부부는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의 성장을 기다렸다. 그렇게 히카리가 6살이 되던 해, 그날도 여느 때처럼 겐자부로 부부와 히카리는 산책을 나갔다. 매일 보던 풍경의 가운데 흰 눈썹 뜸부기가 풀 위에 있었다. 히카리는 어린 시절 겐자부로가 했던 것처럼 작은 벌레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깊이 바라보면 진짜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경험. 히카리 역시 그런 경험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한 세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히카리는 마침내 “저건 흰 눈썹 뜸부기예요.”라며 완벽한 문장을 말했다.


그 짧은 한 문장에 무료 카지노 게임 머리가 멍해졌다. 지금껏 더한 감동을 느껴본 기억은 찾을려야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의 아이가, 한때는 생명을 장담할 수 없었던 아이가 스스로의 두 눈으로 세상을 온전히 재창조하여 펼쳐낸 순간. 그런 히카리의 모습을 보며 무료 카지노 게임 자신의 작품 세계에서 여태껏 풀리지 않던 질문의 답을 받을 수 있었다.


겐자부로가 끙끙 앓고 있던 문제의 핵심은 ‘한계'였다. 데뷔 후 짧은 시간 만에 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곳에 닿아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때까지 무료 카지노 게임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가 아닌, 더욱 넓은 세계를 담을 수 있는 상상을 바탕으로 작품을 써 내려 가고 있었다.


물론 사람들은 데뷔하자마자 전후 세대 작가의 선봉에 선 겐자부로의 작품에서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경쟁이라도 하듯 찾아냈다. 겐자부로 스스로는 의식하에 그러한 작품을 발표한 것은 아니었지만, 전쟁의 막바지에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혼란의 시기에 도쿄에 상경한 청년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체험이 소설 속 인물들의 얼굴을 비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조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작법에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겐자부로는 그러한 세계에 갇혀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관념적인 상상에만 의존하는 소설을 평생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런 순간에 겐자부로는 히카리와 만났고 자신의 진실된 현실을 작품에 담아내자고 결심했다.




그 결심을 바탕으로 <하늘의 괴물 아구이, <개인적 체험 등 겐자부로의 새로운 문학 세계를 열 작품이 차례로 발표되었다. 작품 안에는 히카리와 겐자부로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겐자부로는 직접적인 현실을 소설로 승화시킴으로써 작품은 물론이고 히카리와의 생활 역시 더욱 굳건히 다져나갔다.


물론 이전 작품에서 보였던 전후세대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사회비판적인 메세지가 약해졌다고 본 일부 악성 독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겐자부로의 새로운 스타일에 반감을 표했고 겐자부로와 히카리의 신변에 위협을 가하기도 했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 흔들리지 않았다. 되려 무료 카지노 게임 새로운 작품에 대한 비판에 “히카리에 관해 쓰는 것은 내 문학에 있어 거대한 기둥과 같습니다.”라고 답하며 흔들림 없이 활동을 이어 나갔다.


히카리는 겐자부로와 작품을 받쳐주는 반석이었다. 겐자부로와 히카리는 서로 보살피고 기대고 함께하며 반석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어떤 바람이나 파도도 그것을 흔들리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놓여진 일상의 반석 위에 무료 카지노 게임 새로운 탑을 쌓아 올렸다. 이번에 쌓아 올린 탑은 히카리가 태어나기 전, 지나치게 젊었고 지나치게 목소리가 컸던 지난날의 탑과는 달랐다. 새로 만든 탑은 강렬한 장식은 없었지만 무엇보다 진실했고, 타인의 시선이 아닌 히카리와의 눈맞춤으로 만들어진 탑이었다. 그랬기에 무료 카지노 게임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탑을 바라볼 수 있었다.


지속 가능한 작업의 계기와 믿음. 그것은 소설가로서의 겐자부로에게 주는 히카리의 소중한 선물이었다.


4부에서 계속...

(오에 겐자부로 4부를 끝으로 매거진 '작가를 짓다' 연재가 마무리 되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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