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와 I의 만남
연재소설
깜짝 입맞춤하고 우산을 사겠다고 달아나는 그의 뒷모습이귀여웠다. 봄비도 그를 소리 없이 따라갔다. 수채화로 남기고 싶은 풍경이다. 가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장난스럽게 행동하는 표정이 진지하고 어른스러워 보이려는 남자들보다 편했다. 손을 잡고 가다 내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는 행동에 내가 발끈해서 손을 빼려면 그 모습을 즐기듯 내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여학생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고 여학생 반응을 보며 즐거워하는 남자 초등학생 같았다. 물론 내가 그 여학생이라면 끝까지 쫓아가 응징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가 하는 행동에 내 반응은 왜 그러냐고 웃어넘기던 수줍고 가녀린 내 여자 친구들과 같았다. 우리는 느리지만 서로의 간격을 조금씩 좁히고 있었다.카지노 쿠폰방에서 녹색지대의 '사랑을 할 거야.'가 들렸다. 나는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카지노 쿠폰를 따라 불렀다.
"우리 카지노 쿠폰방 갈래?"
나는 카지노 쿠폰방 입구에 있는 베스트 추천곡을 살피다 우산을 들고 있는 그를 쳐다봤다.
"지금?"
내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카지노 쿠폰하러 가자는데 겁나? 아무 짓도 안 하고 카지노 쿠폰만 할 거야."
둘이 카지노 쿠폰방에 온 것은 처음이다. 어떤 카지노 쿠폰를 좋아하고 탬버린은 어떤 방법으로 흔드는지 궁금했다.
"분위기 신경 쓰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카지노 쿠폰다 부르자."
나는 발라드나 조용한 카지노 쿠폰를 부르고 싶은데 회식으로 카지노 쿠폰방에 갈 때마다 신나는 카지노 쿠폰로 분위기를 맞춰야 하는 일이 곤욕스러웠다. 그래서인지 카지노 쿠폰방에서 내 마음대로 부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나 먼저 부른다."
입구에서 미리 봐둔 카지노 쿠폰를 입력했다. 내가 두 곡을 부르는 동안그는 카지노 쿠폰를 고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아무거나 불러봐."
오랜 고민 끝에그는 버튼을 눌렀다. 마이크를 잡은 그가 카지노 쿠폰를 시작했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 빈방 안에가득한데..."
그는 모니터를 바라보고 서서 김광석에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불렀다. 심사를 받는 사람처럼 똑바로 서서 카지노 쿠폰하는 그의 뒷모습은 진지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두 손을 위로 올리고 허공을 좌우로 흔들었다.후렴구를 함께 부르며 나도 잊어야 할 사람들을 떠올렸다.
"어제는 비가 내렸어. 너도 알고 있는지. 돌아선 그 골목에선 눈물이 언제나 힘들어하던 너를 바라보면서이미 이별을 예감할 수가 있었어..."
박진영의 '날 떠나지 마'가 인기였지만 나는 '너의 뒤에서'를 더 좋아했다. 나는 소파에 앉아 카지노 쿠폰를 불렀고 그는 내 옆에서 나와 똑같이 두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내 카지노 쿠폰가 끝나고 다시 카지노 쿠폰방 책을 뒤지기 시작한 그를 뒤로하고 나는 모니터 앞에서 혼자 달리기 시작했다. 김수희 남행열차,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푸른 하늘에 겨울 바다, 김완선 카지노 쿠폰까지 되지도 않는 몸짓까지, 마음 가는 대로 부르고 싶은 카지노 쿠폰를 불렀다. 탬버린을 발에 끼고도 부르고 휴지를 목에 감고도 불렀다. 그는 얌전하게 앉아나를 보고 웃다가 탬버린을 흔들다 하며 내가 즐기는 무대에 관객이 되었다.
"너, 남자랑 카지노 쿠폰방 가서 이러고 놀면 안 된다. 아니라고 해도 남자들은 내숭녀를 좋아해. 네가 남자는 많은데 애인이 없는 이유다. 명심해."
친구가 했던 말이 내 귓가를 맴돌았지만 이미 탬버린은 발바닥 사이에서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뽀뽀도 한 김에 발라드로 분위기를 잡고 확! 이런 계획을 세우고 조신한 여자가 되는 것보다 차라리 이런 모습이 덜 부끄러웠다. 나는 늘 이런 식으로 어색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감췄다. 이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게 나였다.
비는 소리 없이 내렸다.
"나는 버스에서 내리면 아빠가 정류장까지 데리러 올 거라 우산은 필요 없어요."
마을버스에서 내리면 우산이 필요한 것은 나였기 때문에 내가 우산을 챙겼다.
"너는 아빠가 항상 챙겨줘서 좋겠다."
"그래 보여요? 어릴 적에 아빠랑 밥 먹은 기억이 없어서 같이 밥 먹는 게 어색하다고 내가 말 안 했나?"
자상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아들을 아끼는 아버지 모습과 다르게 그의 어린 시절 아버지는 소통과 공감을 하기에 바빴나 보다.나는 논과 밭을 뛰어다니며 아버지와 늘 함께했고 밥도먹었다. 하지만 자상하거나 따뜻한 안정감을 주는 아버지는 아니었다. 우리는 다른 듯 같은 이유로 아버지와 거리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보고 느낀 그의 아버지 점수는 우리 아빠보다 높았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그치지 않았다. 비가 그치고 나면 꽃은 지고 진한 연초록 산이 되겠지? 산길을 걸으며 주변에 나무를 살폈다.계곡에 졸졸 흐르는 물이 내일은 조금 더 큰 소리를 낼 것 같았다. 자연은 노력하지 않고 다음 순서로 넘어가는 듯해도 추위를 이겨낸 나무가 꽃을 피우고 가뭄을 이겨낸 식물이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어느 계절에서 견디고 있는 걸까? 땅속에 싹을 부르는 봄비처럼 내 안에, 사랑에 씨앗을 부르는 봄비에 나도 모르게 젖어들고 있었다.
"선배는 못 하는 게 없어요. 맨정신으로 카지노 쿠폰도 잘하고 탬버린도 잘 흔들고 라면도 잘 끓이고."
"나 놀리는 거냐? 나는 보랏빛 향기도 과격하게 불러."
"아니, 나는 선배 스타일이 딱 좋아요. 다음에 또 가요."
그는 잘 도착했다는 알림과바로 원고를 시작하려고 작업실에 내려간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부끄러움을 못 견디고 마음을 숨기는 여자와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용기를 내보는 영우와 지연이가 손을 잡고 입을 맞췄다. 서로 달라서 끌리는 우리가 연애를 시작했다.'
일기장을 덮고 소리 없이 내리는 봄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를 향한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는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