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여우와 말
2025년 4월 넷째 주
상상의힘착각하지 마!
CBS 지하엔 교보문고가 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하나가 베스트셀러 코너에 놓여있었다.
'아무리 여기가 학원가라도 그렇지. 요새 누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보나?'
하지만 이건 착각이었다.
한 사흘 정도 지났을까. 오목교역 앞에서 가만히 서 있다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베스트셀러에 있는 건 '아이들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구매해서'가 아니라 '어른들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구매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유레카! 거의 아르키메데스급 통찰이었다).
퇴근하기 전에 급히들러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은이런 말로 시작한다.
당신은 책을 처음부터 읽는군요. 인상적입니다.
저는 보통 중간쯤부터 읽기 시작해요. 머리말은 아예 보지도 않고요.
책을 읽는 데에도 이렇게 서투른 제가 책을 썼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봤다. 뭐지. 누군가 내 옆에서 말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서론의 충격. 보다 정확히는, 첫마디의 충격.
'뭐지. 내가 이런 칭찬을 받아본 적이 있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던가?'
없다. 단언컨대 없었다. 앞으로도 (아마) 없을 것이다.
임팩트는 감동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최근 서적과 달리, 예전부터 동/서양의 책들은 모두 서론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성경의 첫마디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다. 역사의 엉겅퀴를 뿌리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Bible은 이 한 마디에서부터 출발한다. 중요한 문장이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은 모친의 사망일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맹자가 쓴 <논어의 첫마디는 더 재밌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논어는 천자문을 익힌 이후로 가장 먼저 접하는 책이다. 그러니 학습 동기부여가 매우 중요하다. 이 말은 학생에게 필연적으로 말해줘야하는 매우 핵심적인 문장이겠다.
공자가 또 빠질 수 없지. <중용을 대학교 1학년 때 배우고 나서 교수님이 이 문장을 달달 외우셨다. '하늘의 뜻을 따르는 것을 본성이라 하고, 본성을 따르는 것을 도라고 하고, 도를 닦는 것이 교육이다.(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 배운 지가 몇 년인데 이걸 기억하다니.
이 책도 비슷했다. 첫마디의 충격은곧 감동으로 흐른다.
이 책은 여덟 살이든 여든 살이든 누구라도 읽을 수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책이죠. 저는 당신이 언제 어디를 펼쳐도 괜찮은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자신을 더욱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허술한 그림과 몇 글자 없는 책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확실한 건, 결정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거다.
고기 같아
몇 장면만 추렸다.
어차피 내용을 그대로 전해봐야 의미가 없다. 그림과 함께 봐야 해서 그다지 감동을 느낄 수 없을 거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건 그냥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아니라는 거다. <어린 왕자를 생각해 보면 얼추 이해가 갈 것이다. 모자에서 '보아뱀을 먹은 코끼리'를 연상하듯, 올리버 색스의 소설에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듯, 당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글쎄. 이건 마치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천천히 곱씹을 때, 비로소 그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안창살 같은 책이니까.
이상하지 않아?
우리는 겉모습밖에 볼 수가 없어
거의 모든 일은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데 말이야.
그러니 우리가 건사해야 할 아름다움은 아주 많아
"어떤 것도 친절함을 이길 수 없어" 말이 말했어요. "친절함은 조용히 모든 것을 압도해."
"가장 심각한 착각은..." 두더지가 말했습니다. "삶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제목 : <소년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여우와 말
저자 : 찰리 맥커시
온라인 카지노 게임 : 찰리 맥커시
번역 : 이진경
출판 : 상상의힘
발행 : 2020.04.20.
가격 : 16,200원
랭킹 : 시/에세이 부문 6위 [교보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