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책'임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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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 or review Jan 10. 2025

<카지노 게임 추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2025년 1월 둘째 주

카지노 게임 추천돌베개


카지노 게임 추천과 목숨의 인과관계


이번 주 월요일(6일)엔 연구결과 하나가 동아일보 1면을 장식했다(20250106 동아일보發 <부자 노인, 최대 9년은 더 건강하게 산다).


'돈 많으면 건강하게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였다. 반대로 '가난하면 아프고 단명'한다는 말이었다.


2020년 기준, 소득 상위 20%의 건강수명은 74.88세다. 하위 20%의 건강수명은 66.22세다. 소득 수준에 따라 약 9년 차이가 났다.


2008년상위20%의건강수명과하위20%의 건강수명차이는7.94년이었다. 2020년까지 전반적인 증가추세다.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쉽게 말하면 소득 수준의 양극화가 '수명의 양극화'를 가져온다는 뜻이었다.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소득이 적을수록 건강을 돌볼 시간이 부족하고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돈을 못 벌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 가난은 우리의 목숨과 연관돼 있다. 그게 진실이다.



대한민국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은 '잔인한 칼'이다


이 연장선카지노 게임 추천 <카지노 게임 추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주목해 보자.


25년 차 교사 강지나가빈곤가정에서 자란 여덟 명의 아이들을 만난다. 한 번 만나는 게 아니라 계속 만난다. 10년 동안꾸준히 만나면서 아이들이 청년이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 결과를 책으로 냈다.


결론을 말하겠다. 스포일러다. 정확히는 '의미 없는 스포일러'다.

가난을 겪는 학생들의 삶에서 공부나 성장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어른들이나 학생들이나 자신의 생존과 안전의 욕구를 위해서 공동체의 질서나 문화는 쉽게 무시되었고 공동체성이 사라진 곳에서는 ‘정의’나 ‘교육’의 논리보다는 ‘힘’의 논리가 횡행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처한 다양한 가족 상황 속에서 좌충우돌을 겪고 있었고, 가난은 삶의 곤란함을 넘어서 때로는 무기가 되고 도구로도 이용되고 있었다.


빈곤 가정 아이들에게 가난은 무기이자 도구다. 마치 '칼'처럼 '잘 쓰면 유용'하고, '잘못 쓰면 다친'다.


하지만 누구도 칼 쓰는 방법을 알려주진 않는다.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그래서 치열하게 부딪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수없이 좌절한다. 잘 포장해 말하면 '좌충우돌'이고, 거리낌 없이 그대로 말하자면 '힘의 논리에 부닥친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빈곤은 참으로 잔인하다.


어쩌다 우리는 이 지경이 된 것일까. 왜 이렇게 잔인한 빈곤을 맞는 걸까. 저자 강지나는 '역사의 심연'에서 그 답을 엮어 올린다.

한국사회는 100년 가까운 근현대사 동안 독립과 내전, 산업 부흥을 겪어왔다. 국가라는 공적 시스템이 약했기 때문에 그 격동기를 ‘가족-우리’라는 사적 공동체와 ‘우수한 인력 양성’으로 버텨온 내성이 있다. 덕분에 한국사회는 현재와 같은 경제대국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지만, 그 반대급부로 약자에 대한 공격, 과도한 경쟁체계, 승자독식에 관대한 사회가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우리 사회에서 ‘가난’은 사회적·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약한 개인의 문제이며, 개인이 게으르고 똑똑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한국의 사회복지 제도가 발달하지 못하고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그 답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였다. 경제 성장률 8%를 찍던 화려한 대한민국이 그 주인공이었다.


풍족하면 '우리'탓, 가난하면 '너'탓인 분위기에서묵묵함이 미덕이 된 대한민국 사회. 나무를 포기하고 숲만 쟁취해 온 대한민국은 결국 '헬조선'이라는 오명을 썼다.


그리고 마침내 대한민국카지노 게임 추천 온갖혐오의 말들이부메랑처럼 돌아와 빈곤 가정카지노 게임 추천을 낙인찍는다. 낙인찍는해괴망측한말들이 현실카지노 게임 추천공공연하게 날아다닌다. 우린지금너무 늦었다.

소희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들이 정신적 취약성(우울증), 폭력, 알코올·약물·도박 중독 등의 문제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문제행동들은 빈곤 극복을 위한 합리적 판단, 장기적인 계획 설계, 실천 의지 등을 약화시킨다. 장기적 빈곤층에게는 비슷한 문제행동이 동반되는 사례가 많고, 이런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규칙적이고 목표지향적인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보기에 통제력과 집중력이 요구되고 규범과 질서를 강조하는 학교환경은, 자신에게 익숙한 풍경이나 습속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중에 탈학교하거나 학력 경쟁에서 실패하는 아이들은 사회적 낙인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쓰는 ‘못 배우고 가난한 놈들’, ‘게으르고 무능한 사람들’, ‘악다구니하며 싸우는 집구석’ 같은 표현들은 모두 이런 문제행동을 비난하며 낙인감을 주는 말들이다.



여기, 사람이 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낙인찍는말을 하지 말자? 대한민국을 변화시키자? 중부담 중복지 체제로 혁신하자?'


아쉽지만, 이 책의 핵심은 정반대다. 실망하지 마시라. 강지나는 말한다.


나는 성장하고 싶은 어린 생명이 카지노 게임 추천이란 굴레와 가족으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고 굴절되고 다시 일어서는지 그들의 목소리로 기록하고 싶었다


이건 당신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는 책이 아니다. 엄밀한 통계자료와 심층적인 분석으로 우리 사회의 빈곤과 가난의 격차를 예리하게 도려내어경종을 울리려는 연구 논문이 아니다.


다만, 일종의 호소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구조 신호다. 쓰라린 현실에 내던져진 절박한 외침이다.


(감히 말하건대) 이 책의 정수는 아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다. "힘들었어요", "죽고 싶었어요", "눈물이 났어요" 등등 목에 박힌 생선가시를 뚫고 쏟아내는 현실적이고도 생생한 이야기다. 한숨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이 나왔다.


'오늘도, 지금도 이런 생각을 하는 비슷한 아이들이 있을 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이 책이사회/정치 부문 베스트셀러라는 말을 믿고 싶지 다.



소희 曰

저는 절실하게 대학에 가서 잘되고 싶었어요. 그냥 잘되고 싶었어요. 늘 포기하고사는데 어느 순간 딱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이렇게 형편없으면 미래에 뭐가 될까. 죽고 싶었지만 죽을 용기도 없는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사실 대학 갈 생각이 없었어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보니까 다들 열심히 사는 거예요. 오는 손님들이 다 직장인이었는데 열심히 살아서, 나도 열심히 살고 싶은데 뭘 해야 할까 하다가 사회복지사 선생님이랑 얘기를 했어요. “네가 지금 이렇게 사는 게 지장이 없다면 계속 그렇게 살아도 되는데,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으면 대학을 가라.” 그 말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내가 뭔가 시작할 수 있겠구나.


이걸 극복해야 하는데 안 되니까, 나아가야 하는데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 감정이 폭발할 때와 다시 잠잠할 때, 다시 폭발할 때, 이게 너무 들쭉날쭉하다 보니까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근데 다들 그래요. “너는 괜찮아졌다.” “잘 살고 있다.” “잘 사는 것 같다.” 제가 저 스스로 굉장히 불안한 상황인데 다들 괜찮다니까 표현을 못 하고 있어요. 계속 견뎌내는 게 삶의 힘인 것 같아요. 포기하지 않고 이 힘듦을 견뎌내면서 묵묵히 살아가는 것. 포기하지 않게끔 다른 데서 힘을 얻어야 하는데 그럴 만한 곳이 없어요. 저 스스로 힘을 내야 하는데 이제 지치더라고요.


지현

엄마랑 동생도 있고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도 있으니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공부를 안 하던 애가 갑자기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를 했어요. 그래서 고1 때 전교 6등을 했어요. (…) 그런데 고2 때는 슬럼프가 오는 거예요. 대학에 합격해도 대학등록금도 없는데 내가 뭐 하는 거지? 문제 한 개를 틀려도 부담감이 너무 큰 거예요. 문제를 한 개 틀리면 딴 애들은 ‘아… 문제 한 개를 틀렸네?’ 이러면 되는데, 저는 엄마랑 동생 얼굴이 팍 떠오르면서 눈물이 나는 거예요. 내가 이런 것 한 개 틀리면 우리 집이 어떻게 될 것 같고 막 그러면서 부담감이 커지는 거예요. 딴 애들이 생각을 안 하는 것까지 난 왜 생각을 해야 하지?


수정

한번 엄청 슬럼프가 왔어요. 토요일 날 보강이 잡혀서 학교에 가야 되는데, 너무 머니까 가기 싫은 거예요. 일어났는데 벌써 늦었어요. 저는 겨우 두 시간 잤을 뿐인데…. 학교를 가긴 갔는데 기분이 너무 안 좋았어요. 원래 제가 수업 시간에 말을 엄청 많이 해요. 그날은 말을 계속 안 하고 있었어요. 너무 조용하니까 친구들이 왜 그러냐는 식으로 물어보는데, 대답하기도 싫은 거예요. 밥 먹고 또 수업을 들어야 했어요. 누가 건드리면 완전 울음이 나올 것 같아서 꾹꾹 참고 있었어요. 계속 참고 참다가 아는 언니가 “너, 오늘 왜 그러냐”고 하는데, 확 울음이 나왔어요. 그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냥 화장실에 가서 울고 왔어요. 기분이 엄청 다운돼 있을 때는 다 하기 싫었어요. 다 놓고 싶고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요. 그런데 밤에 알바 가서 일할 때는 다시 기분이 좋아져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하루 사이에 기분 격차가 심한 거예요. 지난 1학기 때도 그랬어요. 지하철 타고 가다가 엄청 죽고 싶어졌는데 또 그걸 견디면 괜찮아지고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걸 견디는 게 되게 힘들었어요.




제목 : <카지노 게임 추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저자 : 강지나

출판 : 돌베개

발행 : 2023.11.06.

사회/정치 부문 베스트셀러 19위(2025년 1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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