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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 배웅
시간은 정성을 갉아먹는다
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날씨에 얼굴을 긁으면 거스러미가 생기는 것처럼, 피부 조각이 떨어져 나왔다. 작은 것에 집착하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땀에 젖은 침대보를 한 번 갈려면장정 두 명이나를 들어 옮겨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보자기에 싸인 아기처럼 손 놓고 구경할 뿐이었지만 이 시간이 제일 싫은 건다름 아닌나였다. 침대보 양쪽을 잡고 올리면 필연적으로 두 다리가 모인다. 수술 이후 한동안은 조금의 부딪힘도 극심한 통증으로 이어졌다. 드는 사람만 힘든 게 아니었다. 고통을 참아내는 나도 고역이었다.
세상은 우리를 속이고 있다. 눈가리개를 씌워 어떤 진실도 보지 못하게 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자꾸만 부각하고 헛바람을 넣는다. SNS는 사람들의 평균을 높였다. 인서울 대학교는 가야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다한 것이고, 월 400 이상은 버는 번듯한 직장이 있어야 사람 소리를 듣는다. 결혼할 땐 못해도 집 정도는 해와야 하고, 건실하게 살았다면 빚은 없어야 한다. 기념일 같이 소중한 날엔 비싼 레스토랑에서 보란 듯이 고기를 썰어야 하고, 최신 휴대폰으로 화질 좋게 찍은 일상 모습은 보정을 거쳐 업로드한다. 자랑하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사진 구석에 은근슬쩍 보이도록 배치하는 센스도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SNS가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몰랐는데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자꾸만 조작된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남들이 올린 피드를 보며 시간만 죽이는 나를 발견하고서부터는 SNS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달았다.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아마도 평생 갈 수 없을, 그들의 세상이 부러워졌기 때문이다.
누구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알려하지 않는다. 그저 남의 인생과 나의 인생을 비교하며 끝없는 자괴감에 빠지고 만다. 신세한탄을 하며 필요이상으로 감정을 쏟고 에너지를 쓴다. 실상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사람이 전부일 텐데. 다들 그렇게 어렵게 사는데. 말도 안 되는 기준에 성실한 이들만 위축되는 거다.
출발선이 각기 다른 불공평한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낙오자 취급을 하니 누가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병원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미리 알려주지 않은 세상에게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현실적으로는 돈 문제에 부딪혔고,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제한된 반경에서 긍정을 외치기엔너무도 지쳐버렸다.
욕창이 생기고 나서는 매일 약을 바르며 관리해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몸을 돌릴 수 없으니 무거운 다리 한쪽을 보호자가 직접 들어 넘겨줘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엉덩이 껍질이 그렇게나 두껍게, 그렇게나 많이 벗겨질 수 있다는 건 살면서 처음 알았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도 옷을 갈아입을 수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축축하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저번 화에서 미뤄뒀던 화장실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눈을 뜬 순간부터 소변줄을 차고 있었다. 소변줄은 침대 밑으로까지 이어졌다. 힘을 주지 않아도 누워서 편안하게 볼일을 볼수 있다는 게 신기카지노 게임 사이트.
직관적으로 양과 색깔이 보여서 때마다 마시는 물이나 수액의 양을 조절하기 용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런데 일주일쯤 지나자소변줄을 빼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줄을 끼고 살 수는 없으니까 당연한 거라고 생각카지노 게임 사이트.
지금으로부터 타임어택 4시간.
방광이 정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4시간 안에 소변을 누어야 한다.
'그런데 잠깐만. 침대 위에서 하라고?'
솔직히 궁금하다. 만약 당신이 꼭 볼일을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침대라도 괜찮은지. 적어도 나는 그게 안 됐다. 멀쩡한 정신에 아무리 집중해보려 해도 나오지 않았다. 분명 화장실에 가면 바로 나올 듯한 느낌인데 침대 위에서는 애를 써도 소용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해졌다. 일부러 물도 벌컥벌컥 마셔보고, 유튜브에 '계곡물소리'도 검색해서 들어보았지만 별다른도움은되지 못카지노 게임 사이트.
약속했던 4시간이 훌쩍 지나고 어느덧 밤이 찾아왔다.
'00 환자분 아직인가요?'
무엇보다 이제는 화장실이 너무 급해져서 괴로웠다. 최후의 수단으로 아랫배를 힘껏 눌러보았지만 죽을 맛만 더해질 뿐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중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말하고 그냥 소변줄을 끼워 달라고 부탁카지노 게임 사이트. 원래는 안 되는 거였지만 간호사 선생님께 사정을 하니 소변줄을 다시 끼워보자 하셨다.
긴 줄이 초록색 포장지에서 뜯겨 나온다. 마취를 안 하고 소변줄을 끼우긴 처음이다. 이런 느낌일지 몰랐는데 생각보다 불쾌하고 아팠다.
첫 번째에 성공했다면 소변줄에 대한 트라우마가 안 생겼겠지만 요도에 맞춰 정확하게 끼우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사이즈를 바꿔가며 두 번, 세 번 계속 시도카지노 게임 사이트. 뾰족한 무언가로 아프게 찌르는 느낌이 났다. 땀도 뻘뻘, 눈물도 찔끔 흘려가며 기다렸지만연속된 실패에 결국 회음부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어느덧 새벽녘이 밝아왔고. 점심때부터 볼일을 못 봐 더 이상 참기 힘든 요의가 나를 괴롭혔다. 이후에는 정말 고문받는 듯 아파져서 쉰 목소리로 비명을 질러댔다. 6인실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차가운 복도에 덩그러니 나와 처치를 받았다. 온몸을 덮치는 졸음과 추위를 몰아내려 애쓰면서도 계속 소변줄과 씨름을 해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잠깐 졸았다가 아파서 깨고, 다시 졸았다가 깨고를 반복카지노 게임 사이트.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서 진통제도 맞았다.
'한 번만 더 해볼게요. 미안해요.'
이쯤 되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흐름에 몸을 맡기기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 긴장하지 않으려고 노래도 들으면서 최대한 힘을 푸는 데에 집중카지노 게임 사이트.
'제발 이번이 마지막이길.'
강렬했던 기억은 지워도 지워도 흔적을 남긴다.
"성공했어요!"
선생님의 탄성이 승전보가 되어 귓가를 울렸다. 별 거 아닌 걸로 별나게 힘들었다는 사실이 억울했지만 어쨌든 안심이 됐다. 말 그대로 살았구나 싶었다. 옆에서 동동거리며 지켜보던 엄마도 겨우 한시름 덜었다.
병실로 돌아오는 길에 창문을 보니 바깥이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무려 새벽 5시까지 이어진 혈투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사춘기만 아니었어도,그 모든 일을 조금 더 담대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까? 하는 물음이떠오른다. 한창 예민했을 시기에 침대에 발이 묶여 힘든 시간을 보냈으니그저안타까울 뿐이다.
겨우 얻어낸 평화였지만 짧았다. 얼마 못 가 소변줄을 다시 빼야만카지노 게임 사이트. 계속 끼고 있으면 방광이 힘을 잃을지도 몰라서 정상적으로(스스로 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유였다.
겪은 게 있으니 걱정부터 앞섰다. 나쁜 예감은들어맞는다고 역시나 또 실패하고 말았다. 그날도 간호사 선생님들과 긴 싸움을 이어가다 결국 교수님까지 호출카지노 게임 사이트. 지친 얼굴로 잠에 들던 그날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한 고비 넘기면 바로 다음 고비가 찾아왔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 길이 없었다.
수술 후 회복은 더뎠다. 비 오는 날, 달팽이가 기어가는 속도였다.상태는 매일 똑같은데 병원에서는 그만 퇴원하라는 말을 전해왔다. 3차 병원은 환자가 더 있고 싶다고 해서 더 있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돌연 양쪽에 통깁스를 한 채 퇴원할 위기에 처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용 가능한 이동수단은 오직 침대뿐이었다. 다리를 움직일 수도 접을 수도 없는 극한의 상황.
고민하다 결국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가기로 결정카지노 게임 사이트. 깨끗하고 안전한 지금 병원에 계속 있고 싶었지만 내 뒤로 예약된 환자가 수두룩 빽빽카지노 게임 사이트.
드디어 전원 하는 날, 가히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우선 옮겨간 병원은 하나같이 시설이 열약카지노 게임 사이트. 너무 더럽거나, 너무 오래됐거나 둘 중 하나였다. 다 쓰러져가는 병원에 장비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그런 곳이었다. (3차 병원에서 직접 인계해 줬음에도 불구하고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둘러보니 당장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보였다. 가끔 수액을 놔주거나 진통제를 주는 게 최선인 곳처럼 느껴졌다. 구급차를 타고 하루 종일 이곳저곳 뺑뺑이를 돌았다. 찾다가 찾다가 없어서 마지막으로 갔던 곳은심지어 내 다리를 마구잡이로 놀렸다. 수술한 지 꽤 지났으니 통증이 없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말도 없이 X-RAY부터 찍고 보는 것도 이상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니나 다를까 병실에 올라가 보니 죄다 나일론 환자들 뿐이었다. 잠깐이라도 있어볼 생각으로 짐을 풀었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서최종적으로는 집에 가기로 결정카지노 게임 사이트.
엄마 아빠가 어떻게든 옆에 붙어서 간호해 보겠다고 결심한 뒤였다. 동생은 그 말을 듣고 별 내색 안 했지만 내심 좋아하는 티가 났다.동생은 엄마와 나의 빈자리가 무겁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 어린 눈이 밤마다 얼마나 엄마를 찾았을지 생각하면 미안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도, 어차피 아플 거라면 편안한 집이 나을 것 같았다.
그런데 고생은 이제 시작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부터 험난카지노 게임 사이트. 하필 매서운 여름 태풍이 찾아온 날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나는 침대에 고정된 채로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상황이 너무 혼잡해서 기분까지 지저분해지는 느낌이었다.
들어가서 보니 집 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하필 또 창문이 고장 나서 온갖 잡동사니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성인 남성의 힘으로 꼭 붙들고 있어야 거센 바람을 막을 수 있었던 수준이라 아빠는 창문 옆에 몇 시간을 기대 있었다.
나는 송장처럼 가만히 누워 바쁘게 움직이는 가족들을 바라봤다.
'얼마후면 내 생일인데 하늘도 참 안 도와준다.' 그때는 정말 눈앞이 암담카지노 게임 사이트.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지만 그래도 기념하고 싶은 날이라 치킨을 시켰다. (어쨌든 퇴원은 했으니...)
거의 삼주만에 처음으로 다 같이 둘러앉아 먹는 저녁식사라 은연중에 미소가 지어지는 걸 숨길 수 없었다. 나는 눕힐 수 있는 휠체어에 어정쩡하게 자세를 잡았다. 처음 타는 휠체어의 촉감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마음가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휠체어에 앉으면 지금의 아픔이 오래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초췌해진 내 모습이 휠체어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졌다.
'우울할 땐 먹어야지.'
종이컵에 닭다리 하나를 담아서 조금씩 베어 물었다. 사실은 핥아먹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음식을 씹은 지 너무 오래돼서 소화기관이 약해진 탓이다. 최소한의 양분만 주어지면 꿋꿋이 살아내는 선인장처럼 나도 물만 먹고 자라난 한 송이의 장미가 됐다. 불과삼주만에.
그런데 불행한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 먹고 누우니 갑자기 갈비뼈 아래에서 극심한 통증이 일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고통이었다. 아픔의 종류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뭔지는몰라도 크게 잘못된 느낌이었다.
체한 거라고 하기에는 욱신거림의 정도가 심했고, 일시적인 거라고 하기에는 숨 쉬기 불편할 만큼 강도가 점점세졌다. 굳이 비교하자면 1km를 전력질주하고 나서 숨을 깊숙이 들이마신 것처럼가슴이답답하고 아팠다.
집에 온 지 겨우 3시간. 다시 119를 불러야 하나?
길고 긴 고민에 빠졌다. 원인을 모르니 더 무서웠다.
아프긴 아픈데, 깜깜한 밤에 응급실로 달려가자니 애매하고복잡카지노 게임 사이트. 유난인가 싶기도 해서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아픈 건 내 잘못이 아니지만 꼭 불운을몰고 다니는 것 같아 스스로도 위축이 됐다. 가족들에게 하루도 마음 편히 보낼 기회를 주지 못카지노 게임 사이트.
문득 친구 집에 있던 '미루'라는 이름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생각이 났다. 미루는 도도한 척하면서도 내가 오면 꼬리를 동그랗게 말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치즈냥이라고 불리는 색깔의 눈웃음이 매력적인 카지노 게임 사이트였는데 점프력도 대단하고 반사신경도 좋았다.
찾아보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인간보다 10배 이상 빠른 반사신경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받아들여 공격이 날아오기 전에 피할 수 있는 것이다.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위험을 미리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카지노 게임 사이트. 힘을 내보려 해도 앞이 막막할 때,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휘감으려고 할 때면 나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0.02초 만에 상황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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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도 나를 무너뜨리지 못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