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1

가끔 나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이 세계에 속해서는 안된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뒤틀리고 굴곡된 이 세계에 어떻게든 안착하기 위해서유동적으로 자신의 틀을 변화시켜서 끼워 맞추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의 지면이 그려놓은 테두리에서외면당한다고 느낄 때에는 더 이상이 세계에 발 붙이고 살 마음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죽어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인간이 혼자서 살 수 없는 것과 같이 동시에 혼자서 죽을 수도 없다.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것을 보고 혼자서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들의 목숨은 이 세계에 속해 있는 불특정의 누군가의 힘과 의지에 의해서 벌어진 것이며 죽은 자의 손을 빌려 목숨을 앗아간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 직업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을 목격한 이후로 나는 모든 죽음은 분명히 누군가에 의해서 행해지는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그리고 그녀를 만난 이후로 내 안에서 빠져나갔던 그 무엇이 다시 채워졌고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나는 특수청소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나 내가 운영하는 곳은 죽음의 흔적을 지우는 일에 특화되어 있어서 살인사건, 자살, 고독사 등등. 갖가지 이유로 생을 마감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장소를 깨끗하게 만들어준다. 한 때 어떤 죽음이 서성이던 그곳에서 배어 나오는 모든 기척들과 음모와 계산 그리고 기억들을 순백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의 일처리 솜씨에 만족해했고 그로 인해 나의 사업은 나날이 번창했다.

죽은 사람의 뒤처리를 한다는 것이 께름칙하지 않냐는 주변인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효용이 없다. 나는 돈만 벌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벌고 싶었다.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은 다수가 꺼려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고 다수는 자기들 손에 혐오스럽고 더러운 것들을 묻히기 싫어한다. 세상은 등가교환의 법칙으로 굴러간다고 했다. 나는 내 손에 그런 더러운 것들을 묻히는 대신에 많은 돈을 가져간다. 물론 더러운 것들을 많이 묻히면 묻힐수록 내가 가져가는 돈은 더 많아진다. 등가교환의 법칙은 그들이 예찬하는 자본주의에서 필수불가결인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는 이 중요한 원칙을 모르거나 외면하는 이들이 더 많다. 이 불가결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자본주의에서 도태되는 것이며 자본이 군림하는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퇴화의 과정을 밞는 것임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성장을 가로막는 세 가지 신념. 도덕적 신념, 종교적 신념, 정치적 신념 때문일까. 사실 뭐가 어떻게 됐든 간에 나에게 중요하진 않다. 그들의 주머니보다 내 주머니가 더 무거우면 그만이다.

그것을 목격한 것은 지난여름 무렵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혼자 지내던 20대 남성의 고독사 현장정리를 의뢰받았을 때였다. 의뢰인은 사망한 남성에게 세를 준 집주인 부부였다. 부부는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들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거나 아니면 사람이 죽어나갔다는 소문이 나서 재산이 무용지물이 될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비밀리에 은밀하게 작업을 요청했다. 그들은 내가 책정한 가격보다 더 높은 금액을 입금했고 나는 그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여 혼자 작업을 하기로 했다. 직원들은 일정표를 보고(직원이라고 해봤자 둘 뿐이다.) 대표인 내가 혼자 간다는 사실에 적잖이 의아해했지만 굳이 사실을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의뢰인이 요청한 날짜에 맞춰 나는 십만 킬로를 운행한 소형 승합차에시동을 걸고현장으로 출발했다.오래된 차에서는 에어컨 냉매가스가 부족한지 더운 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10분 정도 달려서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사망한 지 엿새가 되었지만 그 시신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부패의 속도가 더디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장이 기묘할 정도로 깔끔했고 죽음이 남기고 간 악취가 스며들어있는특유의 긴장감도느껴지지도 않았을뿐더러 한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그러니까 어떤 관리인이 시설점검만을 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방문한 것처럼 삶의 흔적과 손때가 묻어있지 않은 장소였다. 특수청소라는 직업에 처음으로 회의감을 가졌을 정도로 장소는 멀쩡해 보였다.

8평 남짓의 정사각형의 공간은 두꺼운 커튼이 쳐져있어서 좀 어두웠지만 시간이 멈춘 장소처럼 모든 윤곽들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창문으로 걸어가서 커튼을 열었다. 집주인은 죽음의 장소를 외부에 알리지 않기 위해서 커튼을 쳐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꽁꽁 싸매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꼴이라서 외부에서는 더 불길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커튼을 열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악취가 나지 않는 곳이라서 환기를 시켜도 무방해 보였다. 창문을 열자 여름에 불어대는 미온적인 바람이 순간 방안을 적셨다. 여름 햇살은 방바닥에 몇 개의 기둥을 만들어냈고멈춰버린 시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먼지들이허공에 흩뿌려졌다. 그가 마지막으로 머물었던 침대는 시트가 벗겨진 채 수줍은 하얀 알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하얀 침대 역시 죽음이 그리는 부패에 전이되지 않고 깨끗하게 자신의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깔끔한 방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바로 누군가 입주해서 살아도 흠잡을 것이 없는 공간이었다. 평소처럼 청소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기로가 눈앞에 놓였으나 의뢰인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나의 직업윤리가내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는 평소와 같이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청소를 중간정도 마쳤을 때 잠시 휴식하기 위해서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창문은 침대와 두 뼘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창문과 침대 사이에 바닥에서 하얀 무엇인가가 꿈틀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낑낑대면서 침대를 45도 각도로 틀었다. 회색 바닥과 하얀 침대가 공백과도 같은 허무한 예각을 만들어냈다.

허무한 예각 속에서 그 하얀 무엇은 숨어있던 자신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들켜서 놀란 것처럼 더 꿈틀대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에 가까이 다가갔다.자세히 보니 잿빛의 토사물이었다. 냄새는 나지 않았고 방금 쏟아낸 것처럼 그 토사물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조금 더 자세히 보니 토사물 위로 하얀 구더기 같은 벌레들이 마구 엉켜서 꿈틀대고 있었다. 이런 게 왜 이곳에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토사물을 치워야 했다. 나는 소독액이 들어 있는 들통을 들고 와서 그곳에 뿌렸다. 소독액을 뿌린 다음 청소기로 흡입을 한 뒤 다시 걸레로 닦은 다음 다시 한번 소독액으로 말끔히 닦을 계획이었다. 소독액을 뿌린 뒤 청소기를 가지러 가는 사이에 창 밖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창문밖으로 목을 내밀었다. 방은 4층이라서 도로가 비교적 한눈에 들어왔다. 왼쪽을 보니 교차로에서 교통사고가 난 모양이었다. 승용차 두 대가 스키드 마크가 흡착된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나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횡단보도에서는 구경꾼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고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사람만이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의 시선은 점점 그 사람에게 향했다. 망원렌즈의 초점이 어느 순간 맞춰지는 것처럼 주변은 흐릿해지고 피사체의 윤곽만이 뚜렷해졌을 때 나는 그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100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서 그녀는 4층 높이의 열어젖힌 창문밖으로 얼굴을 내민 나와 한동안 시선을 교환했다. 기묘할 정도로 큰 선글라스를 낀 그녀는 꽤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누군가가 자신과 마주치기를 기다리면서 굶주린 맹수가 잠복하듯 그녀는 그곳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뭐야. 기분 나쁘게 사람을 쳐다봐. 나는 중얼거리며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기를 가지고 와서 토사물을 흡입하려고 하는데 이상한 낌새가 보였다. 하릴없이 꿈틀대던 벌레들이 토사물 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토사물은 소독액을 뿌렸는데도 불구하고 돌처럼 굳어서 딱딱해져 있었다. 여전히 냄새는 나지 않았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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