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의 실현
이번 베트남 한 달 살기에는 여러 가지 목적이 달려있다. 두 달간의 긴 겨울 방학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것, 아이에게 해외 경험 플러스 외국인 친구들과 학교에 다니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의 주체는 아이뿐이 아니다. 나 역시 여러 경험 속에 놓여보고 싶었다. 남은 육아휴직을 내고 한 달 살기를 하러 가겠다는 내게 많은 이들은 물었다. "너는 가서 뭐 할 건데?" 나의 대답은 요가와 영어였다. 하지만 그 행간에는 다른 많은 일들이 숨어있다.
아침에 아이를 현지 학교에 보낸 뒤 첫 일정은 요가 수업이다. 다행히 이곳에서 만난 몇 엄마들과 근처 요가원에 다니게 되었다. 한국에서 일 년 가까이 요가를 하며 나는 요가를 무척이나 사랑하게 되었다. 비록 몸은 심히 타이트해서 잘 구부러지지 않을지언정 마음만은 요가에 진심. 그래서 베트남에서도 그 루틴을 이어가고 싶었다. 더군다나 해외에서 요가 클래스라니, 너무도 낭만적이지 않은가!
그렇게 오늘 아침 나는 베트남 선생님의 영어 디렉션 아래 수련의 시간을 가졌다. 반 야외인듯 정면이 뻥 뚫린 공간, 에어컨 없이 나트랑의 적당히 더운 1월 공기. 그 온전한 나트랑의 공간과 온도 속에서 몇 가지 동작을 이어가다 보니 금세 피부 전반 촉촉히 땀이 스몄다. 이렇게 흠뻑 땀 나도록 운동한게 얼마 만인지! 그저 모든 게 뿌듯했다. 선생님의 지시를 척척 알아들을 때 뿌듯했고, 요가를 배우던 터라 동작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도 뿌듯했다. 짧게나마 근력이라는 걸 느끼는 순간마다 점점 튼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해외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클래스를 찾아 수련을 이어가는 게 몹시도 보람찼다. 그렇게 나트랑의 아침을 나마스테, 샨티 샨티히로 마무리하며 몸과 마음을 채웠다.
오늘은 요가뿐 아니라 하나의 클래스가 더 있다. 오후에 있을 영어 클래스가 그 첫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가와 영어 사이 남는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까 설레며 고민했다. 로망을 실현하는 시간! 패드와 키보드를 챙겨 들고 지난 번 요가 메이트들과 함께 간 카페를 찾았다. 숲속 트리 하우스에 온 듯한 2층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점심 메뉴와 커피를 주문했다.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소리로 베트남을 느끼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 맛있는 한 상이 차려졌다. 이곳 바게트는 속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질기고 뻣뻣한 바게트가 익숙하던 나는 말랑한 첫 입에 그만 무장해제 되어버렸다. 베트남식 드립 커피인 핀(phin)커피는 또 얼마나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지! 필터를 통해 한 방울씩 떨어지는 진한 커피를 명상하듯 바라본다. 아래에 깔린 연유와 잘 섞어준 뒤 따로 준비된 얼음컵에 재빠르게 부으면 진함과 달콤이 농축된 시원한 커피 완성! 여러 감각이 절로 모이는 가운데 따사로운 런치를 즐겼다. 이상하게도 외국에서는 이렇게 혼자 먹는 게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오히려 감상에 젖으며 먹게 된달까.
그렇게 여유로운 식사를 마친 뒤 커피와 함께 패드를 세팅한다. eBook으로 읽고 있는 소설을 펼쳐 마음을 잡아 끄는 문장에 하이라이트를 쳐가며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져들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면 다시 눈앞에는 카페 테라스에 가득한 나무와 주변 오토바이 소리, 사람들 소리가 들려온다. 꿈에서 깨어난 느낌, 시공간을 들락날락하는 그런 느낌. 나에게 익숙한 세상은 소설 속 세상인지 아니면 지금 눈앞의 타국인지 판단이 안 될 정도로 묘한 경계에 서 있었다.
‘지금 이 느낌을 붙잡아야 해!’ 메모장을 열어 짧은 글을 썼다. 그리고 앉은자리에서 한 바퀴 동영상을 촬영했다. 그것은 고심을 거친 단어와 편집, 현지 소리와 음악을 담아 나만의 콘텐츠가 되었다. 인스타그램에 한 번씩 나름의 감성 릴스를 올린다. 써 놓은 시가 그것이 될 때도 있고, 콘텐츠로 만들다 보니 거꾸로 시가 써질 때도 있다. 오늘은 그 두 가지 작업이 양손을 오갔다. 이곳에서 만든 첫 릴스! 바쁘게 후다닥 만들었지만, 그 처음을 시작했다는 것이 또 세상 뿌듯한 순간이었다.
사실 이번 베트남 한 달 살기 동안 글, 시, 감성 릴스 작업을 충만히 해내고 싶었다. 여유로운 시간과 외국이라는 조합은 그동안과는 색다른 영감을 이끌어 낼 좋은 조합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와보니 막상 기대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적응하느라, 아이의 적응을 돕느라 많은 에너지를 썼다. '영감을 얻어야 해!'라는 압박만 느낀 채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만으로는 그 어떤 알맹이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감이라는 것은 그렇게 요구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대신 '그저 이 카지노 가입 쿠폰을 낭만으로 채우겠어.'라며 좋아하는 환경에 나를 놓아두니 이렇게 불쑥 새로운 생각을 만나게 되었다. 역시 내가 집중하고 싶어 하는 이 일들은 억지로 끌고 갈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어딘가에 스스로를 풀어놓고 흘러가는 모습을 두고 봐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것. 우연에 맡겨보면서도 순간을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붙잡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랄까!
영감을 마주한 순간을 이야기하다 보니 감상에 빠져 글이 길어졌다. 시계를 본 뒤 서둘러 짐을 챙겨 카페에서 나왔다. 그렇다, 내게는 오후에 카지노 가입 쿠폰 일대일 레슨의 첫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영어에 대한 로망이 있다. 영어로 말하는 나라를 좋아하고, 영어가 들리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 언어를 좋아한다. 반면 좋아하는 마음에 비해 내 입과 귀는 영 따라가 주지 못하고 있다. 잘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만 있을 뿐이다. 때마침 이곳 베트남에 머물면서 영국인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만 영어 학교에 보내는 게 아닌 자신도 영어를 배우는 엄마를 자처했다.
첫 수업, 선생님은 이런저런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었고 나는 흥겨이 말하다가도 자주 동공을 종횡무진 움직이며 아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찾아내려 애썼다. 무려 한 시간을 영국인과 독대하다니! 요가 후 개운하게 씻었는데 다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진땀이었던 게지.
그래도 나의 총평은 "즐거웠음"이다. 선생님이라는 대상을 만난 게 좋았고 외국인과 말할 수 있다는게 즐거웠다. 생각지 못한 다양한 주제로 추억을 소환하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감, 그러한 내 삶의 재료들이 소중히 다가왔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일단 한 번 받아보고 횟수를 줄이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난 뒤 원래 계획대로 4주간 착실히 이 클래스에 응해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카지노 가입 쿠폰뿐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나를 채우는 시간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엄마의 영어 공부가 끝나니 이제 꿈에서 깰 시간, 아이의 하교 시간이 돌아왔다. 글로 쓰기도 숨 가쁠 만큼 오늘 정말 낮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베트남 한 달 살기를 하며 요가, 독서, 글쓰기에 영어 공부까지. 왜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부지런을 떠는가 싶다가도 ‘이곳이기에 더욱 특별해지는 일들’이라는 생각에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한 달, 외국, 여유 시간. 나는 이 조합을 잘 버무려 내 로망을 채우겠다. 자기 계발이라는 항목에 들어가는 일들이겠지만 어쩐지 나는 로망이라고 부르고 싶다. 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좋아해서, 너무 하고 싶어서 하는 일들이니까. 이걸 할수록 행복하니까. 그러기에 지금의 부지런은 로망의 실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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