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날들
우리 반에서 샤프가 사라졌다. 국민학교 4학년 때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샤프는 아니었다. 당시에는 뭐라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말로는 카트리지 연필이라 한다. 연필심이 뭉툭해지면 뽑아서 뒤에 꽂고 그러면 새 연필심이 밀려 나오는 필기구다. 샤프가 상용되기 전이고 모두가 연필만 쓰던 때였으니 카트리지 연필을 가져온 친구의 자부심은 컸다.
그런데 그게 사라진 것이다. 녀석은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다 선생님에게 분실 신고를 했다. 선생님은 모두 바로 앉아 눈을 감으라고 했다. 그리고 남의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나쁜 것이지만 반성하고 돌려준다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일장 훈계를 했다.
일절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카트리지 연필을 가져간 사람은 눈을 뜨라고 카지노 가입 쿠폰. 아무도 눈을 뜨지 않자 선생님은 모두의 소지품을 검사하기 시작카지노 가입 쿠폰. 결국 범인을 찾지는 못한 것 같았다. 연필을 잃어버린 녀석이 울면서 귀가한 것을 보면.
물증은 없지만 심증이란 게 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A를 의심카지노 가입 쿠폰. 사실 A는 이전에도 한두 번 물건을 훔치다 걸린 적이 있었다. A가 새로운 문구를 가져오면 아이들은 또 어디선가 훔쳤겠지 하며 수군거렸다. A가 근처에만 와도 잔뜩 긴장하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순진무구할 나이였음에도 우리는 타인의 실수를 전과로 낙인찍어 버리는 어른들의 습성을 닮아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 달 여가 지나 카트리지 연필 도난 사건이 잊혀졌을 무렵 이번에는 지우개가 사라지기 시작카지노 가입 쿠폰. 당시 우리는 지우개 놀이에 한껏 빠져 있었다. 한번씩 번갈아 가며 지우개를 움직여 상대방의 지우개 위에 자기 지우개를 세 번 걸치거나 올라타버리면 승리하는 놀이였다.
쉬는 시간마다 우리는 지우개 놀이를 했는데, 굵고 큼지막한 지우개는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최애 아이템이었다.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지우개가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자 우리 반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피해자는 한 둘이 아니었다. 거의 매일 피해자가 속출했다. 선생님도 매번 소지품을 검사하는 것이 비교육적이라 생각했는지 종례시간에 당부의 말을 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을 찾지 못했다.
아이들은 이번에도 A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던졌다. 매일 A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듯 주목했고, 그가 화장실이라도 갈 때면 우르르 몰려들어 그의 가방을 뒤졌다. 하지만 도난당한 지우개는 나오지 않았다.
A는 억울하다고 항변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아무도 A와는 놀지 않았고 심지어 짝지가 되려 하지도 않았다. 사실 그 나이 때에 도벽은 정상적인 성장통이다. 전과자로 찍힌 A도, 그를 비난하던 아이들도 모두 한 번씩은 남의 물건을 훔친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A를 그만 용서하고 그의 실수를 잊어야 카지노 가입 쿠폰.
나는 A를 믿었다. 그의 결백을 확신했다. 아니, 그가 결백하다는 걸 나는 알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 그랬으니까. 그래도 카트리지 연필은 카지노 가입 쿠폰 훔치지 않았다. 믿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