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붓다선원
방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서 어두컴컴했어. 등이 고장 난 듯한데 늦은 오후라 그날 안으로는 못 고칠거 같았지. 다행히 창문을 여니 움직이는 데 불편온라인 카지노 게임 않을 정도로 환해지더라.방에는 책상과 옷장 하나가 있었어. 단출하면서도 깨끗한 게 절다워 좋았어. 옆방과 함께 사용할 화장실은 좀 신경 쓰이긴 했고. 조용한 곳이라 가져온 짐들을 조심스레꺼내 정리했어. 저녁은 주지 않는다 해서 가져온 한 달 치두유와 견과류도 신줏단지 모시듯 잘 넣어두었어. 모이기로 한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서 이불 위에 누웠어. 그리고 할 것이 없어 싱겁게 팔과 다리를 아래위로 휘저었지. 누워 있는데도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이 느껴지더라. 내가 결정해서 내 발로 들어온 곳인데 막상 현실이 되니 낯선 것은 어쩔 수 없었나 봐. 그 순간은 누가 등 떠밀어 들어온 것처럼 서러웠어.웃기지?
얼마 후 스님 한 분이 등을 고치러 사다리를 들고 내 방으로 오셨어. 한참을 고생해서 덮개를 벗겨 보니 별다른 이상이 없더라고. 왜 불이 안 들어오는지 알 수 없었어. 스위치 부분까지 점검한 후 원인을 알게 될 때까지 책상 스탠드 불을 사용하기로 했어. 스님은 미안해하시며 나가셨고 나는 괜찮다며 기다리겠다고 웃으며 말했어. 스님이 나가시고 누워 있기도 지겨워질 때쯤 작은 방에 덩그러니 서서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있는데 옷장 뒤쪽에 스위치 하나가 있는 걸 발견했어. '설마...' 하며 눌러보니 어둡던 방이 환해지는 거야. 당황해서 앞이 캄캄해졌어. 고생하신 스님 얼굴이 떠오르더라. 죄송해서 어쩌지 싶었지. 곧장 사무실로 달려가 상황을 말씀드리고 나왔어. 내가 스님께 마지막으로 드린 "괜찮다"라는 말이 계속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어. 이곳이 익숙해지기 전까진 이런 일들이 몇 번 더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자 싶었어.
저녁 예불 시간이 다 되어 법당에 들어갔어. 큰스님의 영상 법문을 시청했는데 몸과 마음은 변하니 집착하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 움켜쥐고 있는 욕심을 놓아야 한다고 하셨지. 놓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 건강해지기 위해 절에 들어온 나로서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았어. 집착을 놓고 몸과 마음의 변화를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씀이 머리로는 이해되면서도 몸으로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어. 건강을 챙기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뻔했다니까. 그날은 끝내 답을 얻지 못했어. 어리둥절한 채 헷갈리는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돌아왔지. 답답했지만 첫날에 스님의 모든 말씀을 다 받아들일 수 있다면 한 달을 여기 있을 필요가 없지 않겠어.나는내가 가진 이해의 한계를 그저 받아들이는 것으로 그날을 마무리하기로 했어. 욕심을 움켜쥐지 않는다는 말은 그냥 바라만 보는 걸 수도 있겠다고 어렴풋이 생각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나는불면증 환자로서의 체면도 뒤로한 채 저녁 8시에 잠들었어. 밤에 한 번도 깨지 않고 다음 날까지 잔 건 오랜만이었어. 그날은 전날 짐 들고 이동하느라 피곤해서 우연히 그리됐나 보다 하고 말았는데그 후 일주일 꼬박신생아처럼 먹고 자고 먹고 자는 나를 보면서 우연이 아니었단 걸 알았어. 매일 12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상을 잤어.휴대폰을 사용온라인 카지노 게임 않는 곳이라 더 잘 잘 수 있었어. 누가 내게 피곤해 보인다고 할 때마다 밤에 잘 못 자서 그렇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함부로 불면증이란 말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말아야겠다 생각했지. 그렇게 자면서조금씩 몸이 가벼워졌어. 그땐 잘 몰랐는데 되돌아 생각해 보니 나이 탓으로 여겼던피로감을 놓는 것으로 수행이 시작된 게 아니었을까 싶어.수행의 첫 번째 단계는 불필요한 걸 거둬내는거니까 말이야.
3월은 봄이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만 산속에서는 여전히 겨울이었어. 도시 촌놈인 나는 산속이 무척 추웠는데 그 반대로 마음은 더 따뜻했던 것 같아. 거창붓다선원은 스님(출가 수행자)들과 재가 수행자들이 함께 명상하는 곳이야. 들숨날숨마음챙김(아나빠사삿띠) 수행을 하며 전반적으로 묵언을 하기 때문에 선원 자체가 조용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했지. 적응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좌선이야.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출하는 것 외에 별다른 욕심 없이 이곳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하루에 7시간 좌선 시간이 있는 이유를알지 못했거든. 움직이지 않고 내 호흡에만 집중하려 했지만 다리는 곧 저렸고 마음은끝없는 망상에 쏠렸어. 내 마음이 이렇게 가벼운 줄 몰랐어. 여태 나름 침착하게 행동하며 살았다고생각했는데 조용히 앉아 호흡만을 바라보려니 마음의 가벼움은 깃털보다 더 했어.
큰스님은 망상이 올라오면 무심하게 바라보고 넘기라고 하셨어. 미워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환영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말고 지나가는 사람 쳐다보듯 하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된다고 하셨지. '무심하게 바라보기'는 욕심을 버리고 놓는 것과 같았어. 그냥 놓아라. 그러면 욕심이 사라지면서 그 속에 진짜 알맹이인 내 호흡이 보이게 된다. 붓다선원은 묵언 생활이지만 나는 스스로 그렇게 끝없는 대화를 했어. 그리고 호흡을 찾았다가 놓치는 시간을 무한반복하며 나를 잘 붙잡고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됐어. 좌선 시간이 많은 건 나와의 시간을 주는 거였어. 사회생활을 하며 내가 번아웃이 왔던 이유는 나를 놓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좌선에 적응하기까지 내 속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냥 했어. 내가 잘한 건 딱 하나였던 것 같아. 하다 보면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스님의 말씀을 믿고 그냥 한 거 말이야.
붓다선원이 낯선 곳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기처럼 계속 잠을 잘 수 있었던 이유는 이곳에서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만나고 있기 때문이었어. 내가 하는 호흡을 바라보며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훈련을 하는 거였으니까. 편안했어. 말온라인 카지노 게임 않고 위로온라인 카지노 게임 않았지만 바라만 보는 것으로 나는 나와 마주했고 사람들과 함께했어. 거창붓다선원은 조용온라인 카지노 게임만 어느 곳보다 치열하게 수행하는 곳이야. 매일 내 민낯을 보며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는 곳. 나도 치열하게 나를 만났어. 한 달이 지난 지금 고요함의 힘으로 좀 더 선명하게 나를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붓다선원의 생활을 생각해. 그곳에서 찾은 여러 가지 의미는 천천히 꺼내볼게. 어설펐던 첫날 안에 이미 모든 깨달음이 있었음을 다시 보니 알겠네.그때의 하루가 한 달이 되고 그 한 달이 앞으로의 일 년으로 잘 연결되길 바라며그저 바라볼 수 있는 힘이 내게 있길 기도해.
대문사진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