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일 차 : 몽파르나스 역(Montparnasse Station) - 생장피에드포르(Saint-Jean-Pied-de-Port)
산티아고로 가는 길에는 여러 길이 있는데, 그중 나는 프랑스 길을 택했다.
약 800km로 가장 긴 거리이기도 했고 또 많은 사람들이 걷는 대표적인 길이기도하다.
앞으로 나의 여정은 이렇다. 11월 2일부터 12월 4일까지 총 33일 안에 약 800km 걸어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도착하는 것.
보통 프랑스길은 30일에서 60일까지 다양한 기간을 두고 걷는데 너무 긴 일정으로 걷다 보면늘어질 거 같아 33일로 카지노 게임 추천했다.
11월부터는 동절기로우기의 카지노 게임 추천이고 이때의 순례길은 비수기이다.실제로 거의 매일 비가 내렸고 여기에덤으로 엄청난 바람도 만나볼 수 있다. 이따금깜짝 손님처럼 우박도 찾아오니 이것에 대한 대비는 미리 해두면 좋을 듯하다.
자, 지금부터 살기 위해(?) 떠난 산티아고의 여정을 카지노 게임 추천한다.
먼저 순례길을 카지노 게임 추천하기 전 나는 13일 동안 영국과 파리를 여행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아침.긴장과 설렘으로 새벽부터 눈이 번쩍 떠졌다.
천천히 빠뜨린 짐이 있는지 확인하고 호스트와 기분 좋은 인사를 마친 후 등 뒤엔46리터의 배낭을 메고 한 손엔32인치 캐리어를 끌며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후... 힘들어."
파리에는 뭐 이렇게 계단이 많은지...심지어 에스컬레이터도 없어서 혼자 무거운 캐리어를 끙끙대며 들고 올라왔다.몽파르나스 역(Montparnasse Station)에 도착하니 온몸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그래. 아침운동 세게 했다고 생각하자.'
열차를 타기 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역 안에 있는빵집으로 들어갔다.
우리나라의 파리바게트만큼 유명한 빵집 <PAUL.
나는 여기에서 파는 크루아상을 좋아하는데 버터풍미가 가득해 고소하고 맛있다. 크루아상과라테 한잔을 들고 나와 아무 데나 풀썩 주저앉아 먹고 있는데,
내 뒤로 누가 봐도 나와 행선지가 같아 보이는커플이 큰 배낭을 옆에 두고 힘없이 빵과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뒤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 어딘가 조금 민망해져 급히 시선을 돌렸다.
시간에 맞춰 열차에 올랐고 나는 드디어순례길의 첫 카지노 게임 추천인 생장피에드포르(St Jean Pied de Port)를 향해 가고 있었다.
몽파르나스 역에서 출발해 바욘(Bayonne)에서 한 번의 환승을 거쳐 생장에 도착한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도착까지 보통 5시간이 소요된다.
바욘에서 환승한 후 다시 타는 기차에는 대부분카지노 게임 추천의 모습을 한 사람들만 남았다.
창밖에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해졌다.
혼자 머나먼 유럽땅까지 와서 순례길을 걷겠다며 큰 배낭을 메고 이 기차에 몸을 실어 가고 있는 스스로가 왠지 남같이 느껴졌다.
'내가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나...'
예전에 아빠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산을 좋아하는 아빠는 자주 등산을 다니시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내 소원은 딸들하고 같이 등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난 그 말에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아. 미안해.. 아빠..."라고 말할 정도로 등산도 산도 싫었다. 하지만어느 날 아빠의 성화에 못 이겨 따라간 등산이 내 모든 생각을 바꿨다.
푸르른 나무들과 상쾌한 공기.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몇 번이고 주저앉아 허공에 떠있는도깨비불을 볼 정도로 힘들었는데그 과정에서 오는 모든 생각들이 전부 긍정적이어서 스스로도 놀랐던 경험이었다.
산보다는 바다를 외쳤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바다를 보면 이상하게 잠기는 기분이 들어 바다를 멀리하게 됐는데,이곳에서는 바다를 보며 느낀 잠기는 기분도, 부정적인 생각도 없이 모든 에너지가 나를 위한 긍정이었다.
그렇게 뒤늦게 알아버린 산의 맛에 빠지더니 순례길을 걸어보겠다고 혼자 여기까지 와버린 내가 낯설게 느껴졌다.
잠시 이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문이 쓱하고 열렸다. 그렇게 생장에 도착했다.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사람들에게 떠밀려 기차에서 내렸다.
출발할 때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현실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고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전의 패기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모든 게 무섭고 두려워져 움직이지 못한 채 기차역에 덩그러니 서있었다.
"나 혼자 순례길 갈 거야!!"라며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걱정 말라며 용감하게 나선 내 모습은 사라지고 두려움으로 가득 차기차역에 멍하니 서서내가 지금 무슨 짓을 벌인 건지 생각했다.
이대로 다시 집으로 가고 싶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도 하기 전부터 이러다니. 나 사실 진짜 겁쟁이였구나 생각하며 작아지는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는데 PAUL 빵집 앞에서 봤던 커플이 내 앞으로 지나갔다.
'역시 나와 같은 길을 걸으러 온 카지노 게임 추천였구나. 그럼 혹시...저들이 그 말로만 듣던 내 동행이 되는 건가?'
한국인이라 반가운 순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그들의 뒤를 따라카지노 게임 추천 사무실로 걸어갔다.
"헥헥..."
카지노 게임 추천 사무실까지 가는 길은 정말이지 캐리어를 끌고 온 사람에겐 지옥과도 같은 길이었다.
오르막길에 심지어 돌길.
캐리어에 돌길을 만나면 다들 어떻게 될지 아실 거다.
잘못하면 바퀴가 빠져버리는 불상사를 만날 수 있는데 심지어 거기에 오르막길이라니.
이미 아침에 힘을 뺄 대로 다 뺐는데 더 죽을 거 같은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살려고 왔다가 카지노 게임 추천도 전에 사람 하나 죽겠네.'
잔뜩 찌푸려진 인상으로 길을 바라보며 오르는데, 순간 벌써부터 힘들다고 느끼며 이 길을카지노 게임 추천하는 게 싫었다.
'그래!! 오늘은 출발하기 전 체력 단련하는 날인가 보다!'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내 올랐다.
나중에 듣게 된 이야기로 내 뒤를 따라 올라오던 동현오빠가 말하길,
"사실 그때 도와주고 싶었는데... 너무 잘 끌고 올라가길래 그냥 말았어요..."라고.
아 이런....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아버릴 나란 인간.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카지노 게임 추천 사무실엔 친절한 직원분들이 환한 웃음으로반겨주었다.
그리고 내 옆의 캐리어를 보고는 약간의 안쓰러운 눈빛과 함께.
사진에서만 보던 크레덴시알(카지노 게임 추천 여권)을 받았다. 여권 발급 비용은 2유로이고 현금만 가능하다.
모든 안내를 다 마치고직원이 예약한 숙소가 있냐고 물어서 없다고 하니 55번 알베르게를 추천해 줬다.
다행히 알베르게는 사무소와 2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사실55번 알베르게는 유명하다.
공립 알베르게라 저렴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첫날 많이 묶는 곳이기도 한데, 주소가 55번지라 그냥 55번 알베르게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어서 아주 머리 아픈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바로 오늘이 카지노 게임 추천 홀리데이여서 많은 상점과 은행 등 문을 닫아 캐리어를 우체국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일 아침에 캐리어를 맡기고 내 카지노 게임 추천보다 늦은 시간에 출발을 해야 했다.
늦게 출발하는 건 문제가 안되지만 이렇게 되면 내가 카지노 게임 추천한 일정이 틀어지면서 어느 날엔 아주 많이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잠시 캐리어에 시선이 갔다.꼭 난 아무것도 몰라요라며 멀뚱히 서있는 캐리어의 모습이 얄미웠다.
'오늘 하루종일 너 진짜 얄미워.'
그렇지만 뭐 어쩌겠는가. 공휴일이라는데. 혼란해진 표정과 함께 나가려는데 직원이 말했다.
"내일 아침 9시까지 카지노 게임 추천 사무실로 오면 우체국에 같이 가서 너 캐리어 맡기는 거 도와줄게."
너무 뜻밖의 친절에 놀랐다.
"정말요??? 정말?? 와... 감사합니다. 늦지 않게 올게요!!"라고 재차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가기 전에 한번"근데... 내일 절대 까먹으시면 안 돼요!! "라고 외치고 55번 알베르게로 이동했다.
말로만 듣던 알베르게는 도미토리 게스트하우스 같았다. 철제 침대 여러 개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나눠준 배게 시트를 교체하는데 자꾸 현실감 없는 이 현실이 이상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생장에 내릴 때부터 이런 상태가 계속됐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짐을 대충 정리하고밖으로 나왔다. 공휴일인데도 이곳은 북적북적했다.
차림새를 보니 카지노 게임 추천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곳으로 놀러 온 관광객도 보였다.
'이곳에 사람들이 놀러 오기도 하는구나...'
나에게 생장은 그저 순례길을 처음 카지노 게임 추천하는 도시였는데,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보고 완전히 납득했다.
여기 완전 동화 속 마을이잖아. 잔잔히 흐르는 강 위로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과 함께평화로운 장면을 보고 있으니 조금씩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깨달았다.
카지노 게임 추천이다.
'이제 믿을 거라곤 내 등뒤로 높이 쏟아있는 배낭과 나, 둘 뿐이구나.
내 인생이 달라지기를 꿈꾸며 카지노 게임 추천한 이 길의 끝에, 정말 나는 달라질 수 있을까.
여기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나는 안전하게 걸을 수 있을까.
아니, 그전에 난 이 길을 정말... 진짜완주할 수 있을까?
이곳에 다녀온 사람들이 어느 순간 함께 걷는 동행이 생긴다는데 나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오기 전부터 제일 두려워했던 달려드는 개를 만나는 순간이 올까?
아프거나 다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구름 위에 떠있는 기분이었던 나는 비로소 모든 것이 현실로 또렷하게 보이기 카지노 게임 추천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고 보이지도 않는 이 여행의 카지노 게임 추천점에 정말로 와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결심했다.
오기 전부터 몇 번이고 다짐했던, 여기서 만큼은 누군가의속도나 말에 나를 맞추지 않고 내가 원하고가고 싶은 만큼 나의 속도에 귀 기울이기로.웃고 싶은 만큼 웃고 울고 싶은 만큼 울고 느끼고 싶은 만큼 맘껏 느끼며정말 내가 되어보기로.
'아 이제 정말 카지노 게임 추천이다. 이제 나는 순례자가 되는 거야.안녕 까미노.
우리 함께하는 동안 어디 한번 지지고 볶고 잘해보자.'
그리고 아직은 조금 어색한 인사말.
"부... 부엔까미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