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부터 독서를 그리 가까이 하는 편은 아니었다. 솔직히 책 읽기를 싫어했다. 학구열이 높았던 부모님은 각종 전집들을 넘치게 사주셨지만, 한번도 꺼내지지 않은 채 노랗게 바래만 가던 책들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아깝다.) 어렸을 때 부터 책 읽는데 재미를 붙여 독서 습관이 잘 형성된 친구들이 주위에 꽤나 많았던 것과 비교해보자면,나는 괜시리 부모님 핑계를 대보았다. 딸의 독서 습관 형성을 위해 지갑을 여는 것에는 아낌 없으셨지만, 사실 나는 한 번도 부모님이 문학 작품을 읽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고 말이다.
입시 때문에 꼭 읽어야만 카지노 게임 추천 책들을 겨우 읽어내기 벅찼고, 그래서일까 수능에서 마지막까지도 내 발목을 잡은 것은 언어영역이었다. 대입 원서를 쓸 때, 선생님들은 학교 특성상 어문계열, 예를 들면 독어독문학과로 진학을 많이 유도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카지노 게임 추천 나로서 독일어를 더 배울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로웠지만, 독"문학"을 배우는 것은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책 읽기를 싫어카지노 게임 추천 자의 단편적이고도 어린발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들과 입시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내 고집대로 상향지원을 하게 되었고,결국 생각지도 못한 사학과에 입학카지노 게임 추천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요즘에는 '문/사/철'이라는 용어를 안 쓴다고한다. 상경계열의 인기가(혹은 지금의 의대 열풍이)고공행진 중인 세태에 문학, 사학, 철학, 즉 인문학의 위기와 그 심각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쓰이는 줄임말이다. 많은 학생들이취직을 이유로 문사철을 전공하고 싶지 않아했다. 하지만 나는 그걱정보다 앞카지노 게임 추천 수많은 책을 읽고, 글을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신입생 때 꼭 들어야하는, 소위 '독후감'카지노 게임 추천 악명 높은 수업은나를 본격적카지노 게임 추천 압박해왔다. (실제로해당 수업에서는 상대적카지노 게임 추천 낮은 학점을 받았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그렇게 학기를 거듭하여 공부를 하면 할수록, 책을 읽어나가고, 그 것에 대해 나의 분석이나 생각을 적어나가는 일(혹은 레포트를 쓰는 일)이재미있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험 기간이면항상 도서관 서가 구석에 위치한 작은 책상에서 공부하곤 했다. 묘하게 풍기는 오래된 책냄새가 괜히 집중력을 높여주는 것 같아 좋았다.공부카지노 게임 추천 중간 중간 서가를 기웃거리다 새로운 책을 탐독하며 잠시 다른 세계에 빠지는 것을 즐겼다.묘한 긍정적인 변화 속에 슬쩍 독문과 수업을 신청해보았다. 그리고는 선생님과 입시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 않은 내 자신을 탓했다. 독일 문학 수업은 생각보다 정말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나는 줄곧 내가 창의력이 부족한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은 예술적 감각을 기반카지노 게임 추천 음악을 작곡하거나, 멋진 그림 작품을 그리는, 혹은 소설 속 새로운 세계를창작해 내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그런 예술적 미감은 없었다.하지만 독문과 교수님은 내가 창의력이 풍부한 편이라며북돋아주셨다. 새로운 관점카지노 게임 추천 무언가를 분석해나가는 것, 이에 대해 글을 쓰는 일도창의적인 영역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내게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셨다.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여러 사정카지노 게임 추천 인해 대기업 취업을 선택하자, 너무나도 아쉬워하시던 교수님의 눈빛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직 기억에 남는다.
대학 생활 이후 내게 책은 읽기 싫은 것에서 읽고 싶은 것카지노 게임 추천, 글은 쓰기 싫은 것에서 쓰고 싶은 것카지노 게임 추천 바뀌게 되었다. 물론 직장생활과 현실의 삶에 지쳐 원하는만큼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다독과 다작을 하시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발끝에도 못 미칠 수준일 것이다.하지만 내겐마음 속에서 '싫지만 해야하는 것'이 '하고 싶은 것'카지노 게임 추천 바뀌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이 원동력카지노 게임 추천 지금 이 곳에서 계속 글을 써내려나가고 있다.
독일에 오면서, 배우자 해외발령 휴직을 하게 되면서, 주재원 와이프가 되면서, 어떻게 하면 경력단절이 되지 않을지, 어떻게 하면 나의 능력을 계속 계발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직장에 소속되지 않고도 경제력을 가질 수 있는지 수많은 고민을 했고, 사실 아직도 현재 진행중이다. 왔다리 갔다리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독자분들께서 이미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년간 이 곳에 글을 써내려가면서, 조금은 명확해졌다. 작지만 원대한 꿈이 생긴 것 같다.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글을 쓰는 것으로 내가 무언가 될 수 있을까?"
감사하게도 이 브런치 플랫폼에서는 많은 독자분들이 나를 작가라고 칭해주신다. 하지만 "진짜 작가"가 되기에아직 나의 역량이 많이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다. 매 주 빠짐없이 연재하면서, 글감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창의력'의 레이더를 발동하여, 한국사회와 독일사회의 다양한 단면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풀어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난관은 따로 있었다. 바로 문장력이었다. 부족한 어휘력으로 인해 풍부한 표현력과 수사력을 갖추지 못한 문장들이 어쩐지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그리고 이는 독서의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 또한 이내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요즘소설이든, 에세이든, 교양서적이든 닥치는대로 읽고 있다. 마치 어렸을 적 읽지 않았던 수많은 전집들에게속죄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조금은 대책없어 보일지도 모르는 이 희미한 꿈을 계속 쫒아가다보면 언젠가 당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한 번 믿어보고 싶다.
다음 에필로그를 마지막으로 본편"삐딱한 주재원 와이프의 독일살이"의 연재는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늘 응원주시는 독자 분들게 감사드리며, 마지막 글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
[사진 출처 : General Anzeige, 독일 Bonn 의 새해 불꽃놀이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