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는 5년간의 길고도 지난한 연애 마치고, 재작년에서야 결혼했다. 사실 사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남편은 결혼을 제안했다. 꽃과 촛불이 요란한 이벤트성 프로포즈는 없었지만, 한 카페에서 진실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손을 맞잡고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진심은 나름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선뜻 그러자고 대답하지 못했다. 만난지 얼마 안되서, 사계절은 전부 겪어봐야 진짜 그 사람에대해서 알 수 있다는 그런 세간의 조언 때문이 아니었다. 주기적인 해외 파견 근무가 본업인 그와 함께 한다는 것은, 나는 주로주재원 카지노 쿠폰로서만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특히, 그동안의 사회생활을 모두 뒤로한 채, 아무도 모르는 타지로 떠나, 경제적으로 배우자에게 의존해야한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고민만 5년을 했다.
5년을 고민해도 딱히 답이 나오지 않아, 결국 무모한 결정을 단행했다. 그동안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성실히 임하는 나의 삶의 자세를 생각하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에 기대보기로 했다. 그렇게 결혼을 한 후, 나의 직장에서의주재원 발령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고, 남편의 독일 발령은 확정되면서, 걱정하던 주재원 카지노 쿠폰의 현실이 눈앞에 닥치게 되었다. 사실 남편의 독일 발령이 정해지고, 내가 휴직해서 독일로 오기까지 그 준비 기간은 참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나에게는 '경제적 독립성'이라는 가치가 너무나도 중요해서, 지금까지 앞만보며 달려왔는데, 이젠 남편에게 의존해야하는 상황이 나에게 깊은 우울감을 주었다. 이제와서야 하는 얘기지만, 한참 달달한 신혼을 보내야하는 시기에 나는 대부분의 나날을울면서 보냈다.
그렇게 침울한 마음 반, 해외 생활에 대한 은근한기대 반으로 독일에 와서는 '주재원 카지노 쿠폰'로만 살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일환으로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연재한지도 반년이 흘렀다. 30편의 연재를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첫 글부터 읽어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나 주재원 카지노 쿠폰 적이 없는 것 같아!"
독일에 체류하는 비자 등 행정적인 부분에서의 나의 신분은 그럴지 몰라도, 내가 독일에서 지내는 시간동안 내 삶은 누군가의 카지노 쿠폰로만 종속되어 있지 않았다. 이 곳에서 내가 하는 활동들과 인간관계 모두 남편으로부터 기인한 것이 전혀 없었다. 같은 처지에 있는 남편 직장 동료들의 배우자들과 어울리지 않았고, 자녀가 없으니 자녀를 통한 인간관계도 없었다. 대신 어학원 선생님과 친구들과는 깊은 유대관계를 쌓아 아주소중한 친구들이 되었으며, 봉사활동에서 만난 동료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었던 고향 친구가 우연히도 같은 도시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만나서 회포를 풀기도 했다.독일에서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누군가의 카지노 쿠폰'로 시작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나는 그냥 '내 자신'으로만 존재했다. (고향 친구 말고는 아무도 내 남편을 만나본 적도 없다.)
주재원 카지노 쿠폰의 해외살이를 그려나가기 위해 시작한 브런치 연재도 솔직히 중간부터는 헷갈렸다. 처음에는 이 연재를 통해 주재원 카지노 쿠폰로 사는 삶의 답답함, 경제적인 의존성이 주는 종속된 느낌 등을 토로하고, 어떻게하면 새로운 커리어를 발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찾아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요리와 살림, 가사일이 적성에 맞지 않다고 몇 번(3,4화이다) 투덜(?)대고 나니, 딱히 주재원 카지노 쿠폰로의 정체성을 가지고 논할만한 일이 없었다. 주재원을준비하고 계신 분들에게 딱히 이사꿀팁, 생활정보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었다. 대신 이 곳에 아주 짧게 머물다갈 이방인이 독일 사회의 얉은 단면을 체험하고 느낀 사유를 적어나가는 일이 더 즐거웠다. 그래서 중간에는 '삐딱한 주재원 카지노 쿠폰 일기' 보다는 '독일에서의 사색'으로 표제를 변경해야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그만큼 스스로를 '주재원 카지노 쿠폰'에 위치에 놓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남편에게는 눈치껏 내조를 하긴 했지만, 그는 내가 뭘 하고 다니는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여기서 누군가의 배우자로만 존재한다고 느끼지 못했다.
휴직 전 우울한 시기에 받았던 커리어 상담가는 내게 '노트북만 있으면 세계 어디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했다. 솔직히 그 상담을 받았을 때 속으로는, 말은 쉽지 그게 어떻게 찾겠냐고, 그걸 못 찾겠으니 상담을 받는거 아니냐고, 그게 뭔지 알려주는게 커리어 상담가가 아니냐며 부정적으로 반응했었다. (마음이 우울해서 그랬던 것 같다.) 다른 분들은 척척 잘 하시는 것 같은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는 나와는 영 맞지 않아서 답답했다. 그런데 브런치만큼은 꾸준히 연재를 이어나갔고, 이를 마무리할 때쯤 갑자기 해보고 싶은 일이, 내가 해 볼 수 있겠다는 싶은 일이 마치 기적처럼, "유레카!"하고 떠올랐다. 올해는 그 것을 목표로 꾸준히 나아가보고자 한다. 그 꿈을 이뤘을 때는 남편과 해외 어디든 떠돌면서 살게 되어도, 내가 '주재원 카지노 쿠폰'로만 존재하지 않을 것은 희망이 생겼다. 새로운 목표가 생기다니! 그 사실만으로도 지금의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다.
결국 내 태도와 관점에 문제였다. 내가 내 스스로를 누군가의 카지노 쿠폰로만 한정 짓고, 그 틀 안에서만 존재하려고 했으면, 그냥 그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틀에서 벗어나고싶어서,요리조리헤매고다녔다. 그랬더니 그 시도하는 과정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비록 지금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내가 지금 남들이 보기엔 어떤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직장에 카지노 쿠폰지 않아도, 사실 하는 일은 가사를 돌보는 일이라도,스스로 이렇게평가하고 싶다.내가 독일에서 지낸 지금까지의 시간 중에 난 '주재원 카지노 쿠폰'였던 적이 없었다고.
첫 브런치 연재를 마무리하며 부족한 글에 응원을 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를 꼭 드리고 싶다. 특히 독자님들 중에서 카지노 쿠폰 배우자로 해외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 글에 공감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적도 많았다. 아마도 나처럼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 인간관계에서의 외로움과 같은 비슷한 고민이 있으셨으리라짐작해본다. 그런데 대부분 더불어서 자녀 돌봄까지 책임지시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을 보며, 나의 고민들은 한낮 철 없는 투정이자, 아직까지도 진로고민을 하는 오춘기(?) 소녀인 것 같아 부끄러울 때도 많았다. 자녀 돌봄까지 함께 도맡고 계신 세계 각국의 카지노 쿠폰 배우자 분들께 이번 연재를 마무리하며 특별히 더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다.
그동안 "삐딱한 주재원 카지노 쿠폰의 독일살이"를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으론"핵노잼 독일에서 재미 발굴하기"를 새롭게 연재할 계획입니다.
다음 주 한 주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고,
1월 27일부터, 매주 월요일에 찾아오겠습니다 :)
다음 연재도 많은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쾰른 Taschen Store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