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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타래 Dec 24. 2024

애도의 카지노 쿠폰 그 어딘가에서

슬픔의 5카지노 쿠폰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죽음 또는 상실에 대처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슬픔의 5카지노 쿠폰를 제시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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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말기에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이 모델을 개발했지만, 일반적인 슬픔을 설명하는 데에도 적용될 수 있다. 꼭 단계적으로 겪는 것은 아니며 다른 순서로, 다른 과정으로, 또는 어떤 단계는 경험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과연 슬픔의 단계 어디쯤 지나고 있을까 직면하기 위해 사별 후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단계별로 기록했고 최근에 다시 내용을 추가하였다.

1. 부정

아기가 떠난 시점, 병원에서 나는 내내 꿈이라고 믿고 있었다. 내가 수술대에 누워 있는 상황, 초록색 수술실과 눈부신 조명, 첫울음을 듣고 나에게 아기 얼굴을 보여준 순간. 나는 기쁨과 걱정이 교차하며 차마 아기 이름도 부르고 못하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듣게 된 소생이 어렵다는 충격적인 소식까지. 모든 게 긴 꿈이라고 생각카지노 쿠폰. 아기의 장례식까지도 내가 장례식장에 있다는 게, 화장터를 걸어 다니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며칠간 임신했을 때처럼 배를 쓰다듬었다. 여기 있었는데, 분명 네가 여기서 꼬물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는데.

2. 분노

의료진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모두가 최선을 다카지노 쿠폰는 것을 알았기에 탓할 대상이 없어 나를 탓카지노 쿠폰. 남편은 내 탓이 아니라며 자기 탓을 카지노 쿠폰. 그 후에는 나를 탓하는 게 너무 괴로워 신을 탓카지노 쿠폰. 신부님은 그것도 기도라고 하셨지만 나는 그저 분개한 미친 여자일 뿐이었다. 떼를 쓰듯 ‘왜 나한테만 그래? 왜 나한테만!’이라고 소리 질러댔다. 나보다 더 독실한 신자였던 남편은 처절하게 신의 뜻을 알기 위해 매달리다가 결국 몇 달 후부터 더 이상 신을 믿지 않게 되었다.

나는 남편의 의미 없는 말 한마디에도 그렇게 내 탓을 하면 좋냐며 비뚤어지게 받아들였고 우리의 관계도 아기처럼 영영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드는 위태로운 순간들이 반복되었다.

3. 협상

우리는 이 상황을 벗어난 척하려 카지노 쿠폰.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믿음과 함께 신이 있다면 이제는 더 이상 우리에게 벌을 내리지 않기를 바라며 선행을 찾았다. 아기를 보내고 한 달 정도 후에 심장병 환아들의 수술비를 지원하는 한국심장재단에 기부를 카지노 쿠폰. 붓기가 덜 빠진 몸을 이끌고 보육원에 가기 시작해 4개월 간 매주 일요일마다 봉사를 다녀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진정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거듭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렇게 해서 내 마음의 죄책감을 덜 수만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할 심산이었다. 내가 벌을 받아서, 내가 잘못해서 아기가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니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제가 더 잘할 테니 이제 제발 벌을 내리지 말라며 몸부림치던 시간들이었다.

4. 우울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 없어져 나도 사라지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다른 아기로 잊기엔 또 그 임신과 출산의 과정마저 걱정과 고통으로 얼룩질 것이 짐작되어 선뜻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다.

우울의 기간은 오래 지속되었고 아직도 끝났다고 말할 수 없지만 우리는 우울한 기분 정도는 오래 지속되는 장마처럼 으레 있을 수 있는 당연한 감정이라 여겼고, 운동과 등산으로 최대한 극복하려고 노력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5. 수용

부정의 카지노 쿠폰가 지나고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모든 감정이 하루에도 여러 번 휩쓸고 지나갈 때가 많았다. 순서대로 드는 카지노 쿠폰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분노하고 협상하고 우울해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아기를 보낸 후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것을 느끼고 있다. 작은 것에도 이전보다 더 크게 감사하며, 감동받는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표현하게 되었다. 떠난 아기에게 엄마, 아빠가 네 덕분에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카지노 쿠폰.

사랑도 표현하지 않으면 짝사랑일 뿐임을 안 후에 남편과의 관계도 더 돈독해졌다. 그리고 우리보다 더 아파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보려 마음먹기도 카지노 쿠폰.

아직은 완벽히 수용의 카지노 쿠폰로 다다르지는 못했다. 수용의 카지노 쿠폰를 겪었다고 해도 다시 모든 감정을 겪을 수 있다. 나 또한 어느 날은 감사함에 들떠 행복한 하루를 보낼 때도 있고 어느 날은 더디게 흐르는 시간에 절망하며 끝없는 고통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또 어느 날은 사소한 것에 남편과 언성을 높이며 지옥 같은 하루를 보내다가도 각자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서로 뿐임을 깨닫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아기가 떠난 것은 되돌릴 수 없는 일이고 나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변했다. 좋은 쪽으로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극복하지 못해도 ‘아무렴 어때?’ 하면서 하루하루 이 감정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휘몰아치는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는 너무나도 괴롭게 나를 옥죄어오지만 1년 정도 지나니 약간은 잠잠해진 것을 느낀다. 사람마다 그 시간도 다르고 과정도 다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억지로 단계를 헤쳐 나오려고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한 순간들이 분명 있기에 나 같은 경우도 주위에 도움을 구하고 상담을 받은 것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어느 때나 불쑥 나타나 인사하는 슬픔의 여러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다루는 연습을 하며 달라진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 터널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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