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인간의 고군분투
한 달 전 퇴사를 앞두고 고민이 많아졌다. 원래부터 몇 달만 일하기로 하고 시작하기도 했고, 출퇴근 거리가 멀어 다른 곳으로의 이직도 고민 중이어서 원장님께 미리 그만둔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막상 퇴사 날짜가 다가오니 이직은커녕 그냥 백수가 돼버리게 생겨 걱정이 되었다. 적당히 일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것을 알지만, 이미 후임으로 오실 선생님도 구해진 것 같아 다시 번복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맘 편히 놀자니 언제까지 백수생활이 지속되는 것인지 정해진 것이 없어 불안했다.
그만 두기 직전 유튜브를 열심히 찍으시는 원장님 생각이 났다. 이게 그렇게 재미있나 궁금했다. 이제 곧 시간이 많아지니 할 것도 없는데 나도 한 번 해볼까 싶어 일단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의 브이로그도 줄곧 재미있게 보는 편인데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가볍게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브이로그는 유명한 연예인이 해도 망하는 컨셉으로 소문이 자자하기도 했고, 얼굴을 노출시키고 싶지는 않아 고민이 되었다. 시험 삼아 꽃꽂이 수업을 다녀온 날 집에 와서 다시 꽂아야 하는 꽃을 꽂으며 뒷모습을 삼각대를 두고 핸드폰으로 찍어보았다. 영상 자체는 지루했지만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아 나는 거기에 내가 사별 후 깨달은 것들에 대한 대본을 적어 녹음을 했다. 핸드폰으로도 녹음해보고, 아이패드로도 녹음을 해봤으나 그렇게 좋은 퀄리티는 아니었다. 어찌저찌하여 음악도 넣고 필터로 감성적인 느낌을 얹어 일단 영상 한 개를 롱폼으로 만들어 올린 후 남편에게 공유해 보았다. 그런데 남편이 그걸 보더니 갑자기 우울하다며 나와 말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영상에 나오는 내 목소리와 내용이 너무 자기를 슬프게 만든다며 앞으로 보여주지 말란다. 대본은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남편이 왜 그러나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걱정되어 당장 영상을 비공개로 바꿨다. 다행히 알고리즘을 타지 않아(그럴만한 영상도 아니었지만) 나와 남편 외에 아무도 영상을 보지 않은 채 급히 감출 수 있었다.
조금 가벼운 주제의 쇼츠로 바꿔 채널 컨셉을 정해보았다. 그 당시 내 관심사는 오로지 등산이었기 때문에 등산무료 카지노 게임가 되고 싶었다. 4년이 넘은 핸드폰으로 등산에 갈 때마다 삼각대도 가져가서 운해도 찍고 경치도 열심히 찍어보았으나, 막상 결과물을 보니 그리 멋져 보이지는 않았다. 등산 유튜브라는 것이 무엇보다 마니아층이 확실했고, 명쾌한 정보전달과 함께 드론을 이용하여 빼어난 경치까지 담아내는 무료 카지노 게임들도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쇼츠로 몇 개 만들어 짧게 올려보았다. 반응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있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여서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다시 노선을 바꿔 생활 운동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논문 연구결과를 요약해서 1분짜리 쇼츠를 만들었다. 어쨌든 고단하게 시간을 투자해서 프로그램 공부도 하고 논문도 읽으면서 만들었기에 나는 이 영상을 널리 알릴 방법론도 일주일 간 열심히 공부했다. 어떤 무료 카지노 게임가 하는 말이 만든 영상을 틱톡이나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에도 다 올려야 한다길래 틱톡 계정을 만들었다. 어디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올려보라는 뜻이었다. 인스타는 원하지 않아도 친구추천을 마구 해 주는 것 같아 그냥 하지 않기로 했다(나름 부끄럼 많은 내향형 인간이다).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천몇 회 정도 조회수에 그친 쇼츠가 틱톡에서는 무섭게 오르더니 2만 6천 회를 찍었고 팔로워도 몇 명 늘었다. 갑작스러운 관심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당황스러웠다. 하트를 눌러주시는 분들을 보니 대부분 부모님 연배의 중년이신 것 같았다. 아니 틱톡은 10대, 20대만 하는 게 아니었나, 눈을 의심했다. 어디서 그 많은 분들이 내 영상을 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알고리즘을 타서 그분들에게 어마어마하게 노출이 된 것 같았다.
나는 기대에 힘입어 3일 이내로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부끄럼을 무릅쓰고 내 주요 팔로워층인 중년여성을 겨냥해 친정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아이디어를 좀 달라고 하니 엄마는 본인의 최대 관심사인 ‘접영 잘하는 법’을 요약해 달란다. 그건 불가능하다고 하니 중년의 빠니보틀로 보이는 구독자 몇십만 명의 여행 무료 카지노 게임 아저씨를 보여주며 재미있게 이런 거 좀 찍어보라 신다. “엄마, 이런 걸 내가 어떻게 해...” 엄마와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어 포기했다. 엄마가 그래도 내 채널의 구독을 꼭 눌러주고 싶어 하셔 엄마의 휴대폰을 들었다. 틱톡은 해 본 적 없으니 새로 깔아서 팔로우를 하라셨는데 엄마도 모르는 새에 이미 틱톡이 깔려 있었다. 무서운 세상임을 또 한 번 상기한다.
사실 나는 영상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도 못하고, 쇼츠 하나 만드는 것도 하루가 꼬박 걸리는 사람인데, 핑계지만 당시 일을 하면서 또 다른 업을 갖는 것이 쉽지 않았다. 3일은 고사하고 일주일 이내로라도 영상을 만들어 보려고 했고, 주제와 대본도 이미 만들어 놓았지만 막상 1분짜리 쇼츠를 다시 하루 종일 걸려 만들려니 하기가 싫어졌다. 왜 싫어졌는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며 핑곗거리를 만들어댔다. 나는 유튜브 방법론을 공부하면서 이미 너무 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에 습득하였는데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노출을 많이 하게 만드는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이었다. 소위 말하는 ‘어그로’를 시작부터 잘 끄는 것이 영상의 퀄리티보다 중요하다는 게 모든 유튜브를 가르쳐주는 무료 카지노 게임들의 요지였다. 그래서 나름대로 ChatGPT로 매력적인 제목과 주제들을 뽑아냈고 더 좋은 대답을 AI로부터 구하기 위해 양질의 프롬프트를 얻어보려고 기웃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남의 도파민을 분출하게 만드는 자극적인 영상들을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것은 마치 내 에너지와 반비례하여 나를 갉아먹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며칠 간 부쩍 헬쓱해진 것이 스스로도 느껴졌다. 그리고 영상의 퀄리티에 비해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이 약간은 남을 속이는 비양심적인 행동인 것 같아 찜찜한 마음마저 들었다.
어릴 적 인터넷을 통한 정보화시대의 도약을 목도하면서 온라인 세상을 정보의 바다라고 표현했던 기억이 난다. 정보의 바다라는 망망대해에 내가 만든 쇼츠들은 마치 아무도 처리할 수 없는 디지털 쓰레기가 되어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2만 6천 회의 조회수를 얻은 틱톡 영상을 끝으로 나는 더 이상 영상을 만들어 올리지 못했다. 그렇지만 약 2주간의 짧은 시간 동안 무료 카지노 게임, 틱톡커가 되어 본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려고 보니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예전에 글을 적어 올리다가 지워버린 무료 카지노 게임가 생각났다. 작가로서의 삶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거창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더 맞을 것 같았다. 나는 아무래도 아직까지 아날로그에 더 가까운 인간인 것 같다. 그 무렵 부모님이 집을 정리하시다가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썼던 그림일기를 포함해 6년간의 일기집을 모아둔 묶음을 찾아내셨는데 아빠는 그게 너무 재밌다며 며칠 밤을 퇴근하신 후 내 일기를 읽으셨다고 한다.
그리 잘 쓰지는 못하지만 제 자식이 제일 예쁜 고슴도치 아빠 덕분에 나는 용기를 얻어 다시 글을 써보기로 무료 카지노 게임. 물론 부모님께는 절대 글을 보여드리지 않는다. 남편은 내 글이 재미없다고 했지만 별로 개의치 않기로 무료 카지노 게임. 재미있으라고 쓸만한 주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막상 슬픈 글을 적어도 이번에는 남편의 우울감이 크게 도지지 않았다. 남편은 현대인의 표상으로서 도파민을 마구 분출하게 하는 영상만 좇아 늘상 자극적인 것들을 찾기 때문에 내 글을 진득하니 집중해서 읽지 못하는 이유가 큰 것 같다고 생각했고 남편도 인정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가끔 내가 쓴 글에서 공감되는 부분을 줄줄 읊으며 본인도 생각이 바뀌었다고 할 때가 있어 깜짝깜짝 놀란다. 남편 때문에라도 글을 계속 써야하는 이유가 생겼다.
글을 쓰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것이 어쨌든 에세이이기 때문에 나의 개인정보도 노출이 되고 나를 아는 사람이 글을 읽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망설여질 때도 많다. 누군가 내게 내 무료 카지노 게임를 보여주며 “이거 너지?"라고 물으면 아마도 쥐구멍에 숨어 글을 더 이상 쓰지 못할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내 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있다면 계속 글을 쓸 작정이다. 글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내 인생도 전환을 맞게 되었다고 느낀다. 이전 직장의 원장님께 퇴사하면서 궁금했던 점을 여쭤보았다. 유튜브를 왜 그렇게 열심히 하시냐고. 원장님 말씀이 새로운 것을 하면서 삶의 전환이 되었다고 하셨다.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이제 알 것 같다. 내게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무료 카지노 게임가 그런 존재이니까 말이다.
아직 무료 카지노 게임를 포기한 것만은 아니다. 하고 싶은 주제가 간혹 떠오를 때도 있는데 언젠가는 다시 올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백수이자 내향형 인간의 고군분투는 매일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