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미국에서 타향살이를 하다 보니 한국인을 만나면 그렇게 반갑다. 나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도,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외롭다. 이웃들도 외국인들, 아이들 학교 선생님들도 외국인들, 길에서 마주치는 행인들도 외국인들. 외국인들만 보다가 우연히 지나가는 한국인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것이 한국인의 미덕 아닌가? 그러나 미국에 사는(아마도 어느 나라에 살든) 이민자들은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면 체면도 잊은 채 아는 체부터 하게 된다.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며 행복한 일 중 하나는 한국 사람을 많이 만난다는 점이다. 감사하게도 우리 가게는 한인 타운에 위치해 있어서 한국인 고객들이 많다. 젊은 고객은 외모가 한국인이어도 대부분 영어로 말하는 게 더 편하다. 어색한 발음으로 한국어로 소통하며 서로 웃는다.우리 가게의 주 고객인 어머님 고객님들은 모두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편한 우리말로 수다를 떨며 웃는다.
한국인 그림자만 봐도 반가운데, 아는 고객이 가게에 오면 얼마나 반갑겠는가? 원래도 목소리 톤이 높은 편인데, 낯익은 분이 오면 거의 돌고래 소리가 난다. "어머! 어서 오세요!" 반가워하는 기색에 고객님 얼굴도 환하게 빛난다. "잘 카지노 게임?" 살가운 안부를 물으며 대화가 오간다. 어떨 때는 화장품은 뒷전이고 서로 일상을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다. 아마 나처럼 우리 고객들도 이방땅에서 외롭게 살아가서 그럴 것이다. 우리는 사장과 고객으로 만나 서로에게 위안과 힘이 된다.
만날 때마다 배가 점점 불러오는 임산부가 고른 아기 로션을 봉투에 담으면서 순산을 기원한다. 곧 있으면 분내가 폴폴 나는 예쁜 아가와 함께 오겠지?자녀가 타주에 사는 고객님은 자녀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왠지 길 가다가 만나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시험기간이라고 걱정하던학생이 시험을 마치고 찾아오면 수고의 인사를 잊지 않고 건넨다. 화장품을 구경하는 학생 얼굴이 유독 홀가분해 보인다. 직장인 고객에게 일이 어떤지, 남자친구는 잘 지내는지 소소한 근황을 묻는다. 가끔 엄마와 같이 가게에 오는 딸이 혼자 가게에 방문하면 딸 고객에게엄마 안부를 꼭 전한다.엄마가 혼자 오는 날에는 엄마에게도 딸 안부를 전한다.
어느덧 미국에 산 지 15년이 되었다. 그동안 만난 카지노 게임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신기하다. 한국에서 태어나 모르고 지내던 우리가 지구 반대편인 미국에서, 그것도 같은 주, 같은 동네에서 만나 알게 된 것은 엄청난 카지노 게임이다. 그래서 신기하고 소중하다. 내가 화장품 가게를 안 했다면 우리 고객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서 고객과의 카지노 게임이 더욱 신기하고 소중하다. 사장이 되기로 결정하고, 가게 위치를 정하고, 가게를 시작한 것이 우리의 카지노 게임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문을 열어 가게에 들어와 주고, 화장품을 사고 다시 와주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우리의 카지노 게임을 깊게 한다. 이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조금 덜 외롭게 서로의 반가움이 되어주면 좋겠다. 지치고 힘든 날, 서로를 위해 위로가 되어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반갑게 인사한다. "잘 카지노 게임?" 잘 지냈으면 하는 염원을 가득 담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