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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Kang Apr 13. 2025

너희 오늘 카지노 가입 쿠폰 안 가니?

카지노 가입 쿠폰은 대체 왜 쉬는 거야?

달력에 적어놓지 않았는데 선물처럼 주어지는 특별한 날들이 있다. 화장품 장사를 하는 사장에게 그런 날은 바로 뜬금없이 손님이 많이 오는 날이다. 장사는 업종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요일과 시간대에 따라 통상적으로 방문 고객수가 예측이 된다. 우리 가게는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는 한산하다. 고객도 마치 번호표를 받아서 대기했다가 한분씩 들어오는 것처럼 한 팀 와서 쇼핑을 마치고 가게를 나가면 잠시 후 또 한 팀이 들어오는 식이다. 혼자 운영하는 작은 가게여서 주중은 비교적 고객 응대도, 계산도, 포장도 수월하게 진행된다. 월요일, 그리고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은 붐빈다. 평소에 한적하던 가게에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면 계산대를 떠날 수가 없다. 안 그래도 좁은 공간에 계산줄까지 선다. 감사하게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고객들은 알아서 스스로 척척척 필요한 제품을 잘 골라온다.


보통 주중의 한 날이었다. 여느 날처럼 진열장의 먼지를 털고, 바닥을 쓸고, 창문과 계산대 선반을 닦으며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시간은 오롯이 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다. 가게 문 앞에 푯말을 '오픈'이라고 바꿔놓았지만, 이건 나중에 혹시 까먹고 푯말을 안 바꿀까 봐 바꿔놓은 거다. 오픈 1시간 전인이 시간에는 우리 가게에 들어오는 고객이 없다. 그런데 그날 그 시간에, 보통의 날이라면 들리지 않던 '딸랑' 종소리가 울렸다. 두 명의 학생이 가게로 들어섰다. 환영은 해주었지만, 마음속으로 '너희 이 시간에 왜 여기 왔니?'라는 생각을 했다. 근데 그건 시작이었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세 명의 학생이 왔다. 그리고 또 두 명, 이런 식으로 학생들이 계속 우리 가게로 들어왔다. 그렇게 주중 이른 오전을 마치 주말 오후처럼 보낸 나는 결국 내내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오늘 카지노 가입 쿠폰 안 갔어요?"


미국은 주마다, 동네마다 개성을 존중한다. 세금도, 교통법규도, 심지어 휴일도 다르다. 공통적으로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세부적으로 다른 점도 많다. 그 정점은 학교 운영 방침과 학사 일정이다. 동네마다 쉬는 날이 달라서 다른 동네에 사는 친구들끼리 쉬는 날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다. 우리 동네는 쉬는데, 다른 동네는 학교를 가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학생 고객들이 줄을 이은 날은 우리 가게가 있는 동네 학교가 쉬는 날이었다. 쉬는 이유도 재미있다. 그 동네 주민 중에 한 인종의 비율이 높으면 외국 명절까지도 휴일로 지정할 수 있다. 실제 우리 동네는 구정을 쇤다. 미국에는 설날(음력 1월 1일)이 없지만, 한인이 많은 우리 동네는 설날이 있다. 이런 식이다. 그날도 그런 날 중 하루였나 보다. 어쨌든 학교에 안 가는 학생들은 아침부터 학교 대신 우리 화장품 가게로 등교를 했다. 그리고 단 2시간 만에 평소 주중 하루 매출을 달성했다. 실제로는 오픈시간 기준으로는 1시간 만이다.




살다 보면 이런 날들이 있다. 계획에 없던, 예상하지 못했던, 예측을 벗어난 그런 날들! 우리 가게에 찾아왔던 학생들도 그날은 학교에 가서 책상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낑낑대며 공부하는 대신, 거울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예뻐진 기분 좋은 날이었을 것이다. 사장인 나에게도 그저 그런 주중의 하루가 아닌 단 시간에 어마한 매출을 올린 특별한 날이었다. 불안감이 높은 나는 어릴 때 계획하지 않은 일이 생기면 몹시 당황하곤 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어떻게든 소화하려고 애를 썼지만 항상 가슴이 턱 막힌 듯이 답답했다. 그러다 기분 좋게 예상을 비켜간 선물 같은 날들을 한 번씩 경험하면서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들에 대한 내 생각이 조금씩 변했다. 아직 즐기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반가운 수준까지 올라갔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 마음대로 살아지지 않는다.그래서 불안할 때도 있지만,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다. 평범한 주중에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우리 가게에 오다니! 그날을 생각하면 웃음부터 나온다. 묵묵히 살아가는 어느 날, 선물 같이 또 만날 수 있기를. 학교 안 가는 그 어느 날에 우리 가게에서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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