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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랜드의 앨리스 Apr 03. 2025

삶 속에 러닝을 푹 고아내기.

삶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어느 일요일, 우리 아들이 말했다.

“엄마는 카지노 가입 쿠폰가 좋아? 왜에?”

“음... 카지노 가입 쿠폰 하니까 기분도 좋고 몸도 건강해지니까 좋지!”

“건강해진 거 맞아? 맨날 누워있는데?”

“.......”

그러고 보니 일요일이 되면 새벽 3-4시에 일어나 30킬로쯤, 적어도 하프 정도는 달리곤 했다. 그러면 피곤해서 누워 지낸 주말이 많았던 것 같다. 딴에는 가족들에게 피해 없이 한다고 새벽에 나간 것이지만, 새벽 렘수면 부족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긴 시간 달리고 오면 피로 해소가 잘 되지 않아 틈만 나면 누워있곤 했던 것이다. 게다가 내가 피곤하니 아이와 함께 외출하는 걸 꺼려했고 그러니 아이에게 달리기는 엄마를 누워있게 하는 것이었나 보다. 아이의 말을 듣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 날 남편과의 통화였다.

“나 오늘 밥 먹고 좀 늦을게”

“약속 있어?”

“응, 어차피 집에 가도 당신은 자고 있잖아.”

“......”


새벽 러닝은 내 할 일을 지속하면서도 가족과 함께인 시간을 보전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었음에도 어느덧 나는 나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처럼 되어있었다. 억울하다고 생각이 되었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퇴근이 9시 넘을 때가 많은 남편이 집에 오면 나는 불 끄고 아이와 자고 있으니 컴컴한 집안에 들어오기가 썰렁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딴에는 새벽 4시경에 일어나 이런저런 준비 마치고 달리러 나가야 하니 이른 취침을 추구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불면증과 우울한 기분을 느끼던 나는 새벽에 달리기를 하면서 그것들을 극복했다. 남편도 그런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나의 새벽러닝을 지지해 주었다. 처음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언제부터일까? 우리 집에서 나는 나만 생각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남편은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이미 잠든 와이프와 아이 방을 들여다보고 조용히 나간다. 컴컴한 집안에서 혼자 티브이를 보고 출출한 마음에 어두운 부엌에 들어가 냉장고를 열어보다 잠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 마치고 상쾌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오는 와이프와 마주치지만, 그녀는 본인 출근 시간에 쫓기며 아이 등원 준비까지 함께 하며 바쁘다. 아침 식사를 밥과 국으로 꼭 챙겨 먹어야 하는 남편은 커피 한 잔이면 끝나는 나와는 달라서 혼자 국을 데우고 반찬을 꺼내 혼자 밥을 먹고 나간다.

주말 아침에는 어떤가. 새벽 일찍 장거리 한다고 나갔다가 돌아오면 남편과 아이는 휴일이라고 늦잠 자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이미 밥을 먹은 후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나는 피곤하다며 누워있기까지 하니, 남편은 남편대로 불만이 쌓여갔을 것 같다.


나는 나대로 불만스럽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일요일에 같이 달리는 선배들을 가끔 만나도 시간에 쫓기며 귀가해야 했다. 커피 한잔이라도 하며 담소를 나눌 여유는 잘 없었다. 좀 길게 달리고 싶으면 새벽 3-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해야 했고 피곤하다고 좀 누워있으려고 해도 눈치가 보여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또 나가고 싶은 대회가 있어도 거의 나갈 수 없다. 집을 비운다는 것이 아빠보다는 엄마의 부재가 크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어쩌다 나가는 대회도 남편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가족 행사나 모임과 겹치지는 않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풀코스를 달리고 온 날 저녁에도 시어머니 칠순 파티가 있어 부랴부랴 집에 돌아와 칠순 파티 준비하느라 정말 피곤했지만 내가 좋아서 나간 대회인 탓에 피곤하다는 내색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아직 미혼인 러너들이 마음껏 런트립을 하고 대회를 나가는 것을 sns 등에서 보면 마음속으로 부러움이 너무나 커졌다. 나도 모르게 “아, 결혼을 안 했더라면! “ 하며 탄식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카지노 가입 쿠폰는 내가 추구하는 행복의 본질에 가까운 것일까, 수단에 가까운 것일까.


따지고 보면 달리기는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이루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내가 달리기에 빠져들고 사로잡힌 이유는 나를 더 건강한 삶으로 이끌어주었기 때문이다. 몸의 건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정신의 건강이다. 다음 날 눈 뜨는 것이 기대되는 설렘, 이루어 내고 싶은 목표, 어제의 나를 이겨내고 달성한 성취감이 주는 만족감. 그런 것들은 달리기를 통해 내 삶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달리기를 사랑하는 것이지 내 가족, 내 삶을 부정하려고 달리기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초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화장실에 화장지가 떨어졌나 확인하는 거예요. 없다는 걸 발견하면 화장지를 사러 나가고요. 나는 그냥 아내이고 어머니이니까요.”

ㅡ독일의 가장 성공한 여성 감독으로 알려진 도리스 되리(Doris Dorrie)의 말

지나친 열정에 주객전도가 된 것이다. 달리기에 눈이 어두워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는 나. 달리기에 빠지다 못해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이라는 존재까지도 부정하는 나. 달리기가 가족의 희생을 필요로 하고 내가 두 발을 딛고 있는 내 생활을 부정하게 한다면, 달리기는 내 삶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 내가 아무리 즐겁더라도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가족들에게 상처가 되고 어떤 희생을 요구해야 한다면 달리기는 결국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할 것이다. 두 발을 땅에 닿지 못하고 살아가는 허깨비처럼 달리기로 이루어낸 모든 성취는 허무할 것이다.




그러한 시간을 거쳐 요즘 나는 더 이상 새벽 러닝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우선순위는 항상 정해져 있다. 달리기는 더 행복한 삶의 수단임을 잊지 않는다. 밤에 남편과 심야 영화를 보러 가는 날에는 굳이 새벽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 지금은 체력에 좋아져서 장거리 달리기 후 꼭 누워있을 필요는 없지만 주말 아침 가족들과 함께하는 아침 식사가 더 중요하기에 적절히 조절한다. 물론, 마음속에 불만이 생길 때도 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사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우선 순위가 확실하고 내 생활이 가장 중심에 있다면, 그런 아쉬움은 기꺼이 받아 들일 수 있다.


카지노 가입 쿠폰와 함께 하는 인생 후반전, 좌충우돌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 시간들이 다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카지노 가입 쿠폰는 내 삶에 더 뭉근하게 녹아들어 갔다. 오랜 시간 푹 고아 낸 사골국물이 더 진한 국물 맛이 나듯이 나의 카지노 가입 쿠폰도 시간이라는 양념이 더해져 나의 삶에서 푹 고아져 진한 국물을 우려내기를 바라본다.


발을 땅에 딛고 있는 사람은 허공에 떠서 내달리는
성공지상주의자들이 누리지 못하는 일상을 소박하고 평화롭게 거닐며 살아간다. 그러니 사다리 위를 너무 성급히 오르려 애쓰다 소박하게 빛나는 당신의 모습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ㅡ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새해를 맞아 달리며 바라본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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