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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혜성 Sep 05. 2024

안녕, 급식실

10화 2024년 7월 11일 씁쓸한 가자미구이

어느덧 큰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다. 작은 아이는 공산당도 무서워한다는 초등학교 4학년. 나는 이따금씩 아이들이 혼자만의 샤워시간을 즐길 때 들어가서 씻겨준다며 묵은 떼를 밀듯 등짝을 박박 밀기도 하고 아이들의 긴 머리를 내 속 시원히 감겨주기도 한다. 아이들 스스로 감는 머리에는 가끔 제대로 씻기지 않은 비누기 때문에 기름기가 흐르기도 하고 비듬이 있기도 했다.엄마가 씻겨 준다는 것은 친절한 핑계고 제대로 씻지도 않으면서 물만 낭비하는 것이라는 우려와 판단이 앞선 것이지만아이들 딴에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을 나도 안다. 말은 아이들을 배려해서 깨끗이 씻겨줄 거라 하나 감추어진 우려를 지나친 배려로 포장하여 오롯한 아이들만의 시간과 공간을 멸시하는 처사였다. 그런 나의 검은 속내를 꽤나 커버린 아이들은 알아차리게 되었다.


급식실 입사 후,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사직서를 냅다 던졌을 그때, 사방에서 은숙언니에게로 날아오는 화살 같은 날카로운 시선과 나무람, 그 집단 따돌림에 대한 불편함을 견딜 수 없어 며칠을 가방에 넣고 다녀 구깆해진 사직서를 드디어 낸 순간과 맞먹을 수는 없지만, 오늘도 그날만큼이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날이었다. 중요한 순간에 손에 땀 한 방울 나지 않는다는 범접할 수 없는 큰 담을 가진 이가 이리도 부러울 수가 없다. 나는 새 가슴이다. 벌렁벌렁 심장 뛰는 소리가 옆집까지 들리는 새 가슴. 급식실 위생 점검 따위가 내 인생에서 뭐라도 된다고 이렇게 가슴이 뛰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담당이 주찬이다. 과정도 복잡한 생선 구이. 이쯤 되고 보니 난 운도 지지리도 없나 보다. 입사 첫 달 내내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과 짝이 되어 온갖 핀잔과 구박을 같이 듣고, 다들 피하고 싶어 하는 우동 면발도 삶았고, 위생점검 하는 날 주찬까지 담당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삼단콤보 박복함. 내일이 심지어 그렇게나 기다렸던 월차이건만. 내일 점검을 왔으면 운발이 최고이신 몸으로 등극했겠건만.


위생카지노 게임 추천 때문에 긴장을 한 탓일까. 매일 습관처럼 하던 동선과 일들의 순서를 바꾸다보니모두 몸이 꼬여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 듯 보였다.위생점검하는 분도 어느 소속 직원일텐데 출근하고 보고하고 점검장소로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혹시나 일찍 올까 싶어 설레발친 마음에 전처리 과정의 우리가 하던 습을 버리고 규정대로 했던 것이 낭패였다. 날씨가 더워졌기 때문에 검수시 냉장이 필요한 것들을 모두 냉장고로 다 넣었다. 원래 같았으면 냉장고에 넣을 것도 없이 속사포 같은 속도로있는 부분의 최대의선까지 전처리를 30분 안에 끝냈겠지만,천천히 하자는 모두의 의견대로 하고 보니 원래대로라면 솥단지 앞에 대기시켰어야 하는 나물들은 풀냄새 가득 개수대에 떠다니고,해동 소쿠리에 건져 놓았어야 하는 가자미도 물에 빠진 지그대로,손도 대지를 못한 재료들이 허다했다. 괜한 긴장감 때문에 마음 편히 대화도 하지 않았고 휴게실에서는 어색한 적막감만 돌았다. 그런데 선미언니와 은주언니가 보이질 않았다. 나도 주찬인데 나만 휴게실에 있는거지라는의문에 소름이 돋을 바로 그때,


"혜성아, 얼른 나가봐. 카지노 게임 추천들 안 들어왔어. 너도 주찬이잖아. 자기네들끼리 다 한다."


눈치 빠른 명자언니가 휴게실 동태를 살펴보더니 내 옆구리를 쿡 찌르고는 귓속말로 얘기했다. 나는 살짝 일어나 잽싸게 장화를 내려 신고는 전처리실로 나갔다.언니들은 해동하려고 물에 담가 놓은 가자미 도막들을 소쿠리에 건져놓고 있었다. 9시 되어서 시작을 한다고 분명 말했는데 휴게 시간도 반납하고 언니들은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내심 내게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언니들끼리만 상의하는 모습에 서운했다. 물론, 내가 주찬조의 뭐라도 되는양 내세울 마음은 조금도 없었지만 그래도 주찬 역할의 한 귀퉁이만큼이라도 떼어주길 바랐던 것은 큰 착각이었나보다.


“너는 들어가서 쉬어.”

“예? 들어가서 쉬라고요? 카지노 게임 추천들은 이렇게 나와서 일하는데?”

쉬라는 말이 네가 곁에 있어도 도움이 별로 되지 않으니 차라리 들어갔으면 하는 속내인 것 같았다. 배려인가 무시함인가.

“아니에요. 카지노 게임 추천들. 저도 할게요.”


나는 곁에 서서해동이 덜 된 서로 맞붙은가자미 도막들을 칼로 떼었다. 없는 자리를 드밀고 들어가 날 불편해하든 말든 주찬조로서 맡은 바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했다. 휴게실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다고 긴장한 내 마음이 진정을 찾을 리가 없었다. 종이 울렸다. 이제부터는 언제 어느 때든 점검원이 들이닥칠 수 있었다.


급식실 해결사 혜진언니는 오늘 도우미였다. 그러나 언니는 내 옆에서 가자미 도막들을 튀김 가루에 넣어 현란하게 묻힌 다음 오븐 팬에 연거푸 쏟아내는 것이 아닌가. 묘기 대행진이다.


"혜성아, 카지노 게임 추천 좀 봐봐. 진짜 빠르지?"


세라 카지노 게임 추천가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난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왜 저렇게 빨리 하는 것인지 몰랐다.소쿠리에 산더미처럼 쌓인 가자미 도막들을 한 양푼 가득 씩 가루 옷을 입혀 털고 오븐 팬에 쏟기까지 몇 초 밖에 걸리지 않는 특급열차. 그 속도를 맞추자니 옆에 도우러 왔던 언니들도 덩달아 마음도 손도 급해져 정신이 없었다. 나는 내가 담당하는 가자미 구이라생각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실무사로 일한지 석달밖에 되지 않는 내가 나서지 않는 것이 당연했을까. 점검 때 실수라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들 십시일반 손을 보태 나를 도와주는 것이었을까.


“혜성아! 그거 내가 할 게.”


오븐팬에 담긴 가자미를 오븐 트레이에 넣으려니 조리장님께서 본인이 하신다고 하셨다. 나는 오븐팬에 튀김옷 입은 가자미를 줄 맞추어 놓았다. 평상시 같았으면 하하 호호했을 텐데긴장한 탓인지 모두들 아무런 말이없었다. 튀김 가루만 풀풀 날라다녔다.조리장님께서 점검 때 소란스러우면 집중받는다고 늘 말씀하셔서 오늘 그 누구도 그 집중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아 입을 굳게 다물어서 조용하기보다는 숨이 막혔다. 땀이 흘러 눈이 쓰라렸지만 닦을 시간이 없었다.


“떴어.”


도우미로 일하시느라 급식실 벽면을 닦으시던 현주선생님께서 급히 오셨다. 갑자기 조리장님께서 분주해지셨다. 버선발로 카지노 게임 추천원을 맞이하러 나가셨다. 구력이 쌓아 올린 대인관계의 기술은 언제나 새 가슴인 내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역시 베테랑다운 높은 톤의 목소리의 언어 구사가 들렸다.


"어머! 안녕하세요."


생선 오븐 구이는 원래 과정이 좀 복잡하다. 오븐 안에 넣을 수 있는 재료의 양이 한정적이라 1600인분의 생선을 두 번에 나누어서 굽기 때문에 보통 2차 내지 3차까지 나누어서 과정을 반복하여 완성품을 낸다. 구워서 나온 생선은 식혔다가 바트에 담는데 바트에 담는 동안 2차, 3차 분의 생선이 또 오븐에 들어가 구워진다. 구워진 생선을 식힌 다음 바트에 일일이 담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오븐팬에 있는 생선들을 하나하나 일일이 바트에 세워서 기름이 빠지도록 담는데 이때 덜 조리된 생선들은 다시 오븐에 넣어야 하는 꽤 귀찮은 일이 많은 까탈스러운 음식이다. 그렇게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했건만, 혜진언니가 슈퍼맨처럼 날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11시 5분 전에 1차 배식 분을 겨우 완성했다. 땀이 눈에 들어가 수차례 쓰라림을 참을 그때 즈음 점검원의 시선이 어깨너머로 느껴졌다. 따가움. 몇 분 정도가 흘렀을까. 뭔가 책 잡을 것이 없나 지켜보던 시선은 세척실로 자리를 옮겼다.


“밥 먹자! 선생님들! 밥 먹어요.”


조리장님께서 완성된 음식을 배식대에 배치하고 있는 실무사 언니들에게 말했다. 사실, 입맛도 없었지만 조리장님께서 점검원과 함께 식사하기로 하셨다고 급히 자리를 마련하셨다. 긴장감에 앉은 5분의 식사시간은 참으로 불편했다. 조리장님께서는 1600인분의 음식을 매일 만드는 노고를 재차 강조하면서 점검원에게 긍휼과 이해를 바랐다. 점검원은 다행히도 점심 식사를 맛있게 하셨다. 특히, 가자미구이를 좋아하셨다.


오늘 가자미 맛이 기가 막혀 완판 되었다는 소식을 오후 3시 회의 시간이 되어서야 알았고 눈물겨운 조리 과정에 모두가 힘을 모아 일궈낸 결과라고 믿었지만 그 작품에 대한 칭찬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몇 주전부터 오니 마니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준비도 많이 했던 위생점검은 합격했다. 물론, 완벽한 점수는 아니었다. 예상했던 부분들과는 한참 멀게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살펴보는 깐깐함에허를 찌르는 지적으로 우리 모두놀라기는 했지만 어찌 됐든 합격한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1600명 식수의 한 끼를 이 더운 여름에 감당하고 있는 조리실무사들의 노고를 감안하여 허다한 지적은 했을 뿐 심사에 반영하지 않으신 자비를 베푼 것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복잡한 과정만큼이나 뒤처리도 불쾌할 정도로 많은 오븐 요리는 끝도 없이 오븐 팬을 닦고 또 닦고, 내일 휴가니까 네가 세척실에 남아라 하여 끝도 없이 식판을 가져다 김이 펄펄 나는 물에 담고 또 담고, 빼고 또 빼고, 세척기에 넣고 또 넣고 하는 수백 번의 과정 끝에 드디어 끝이 났다. 지옥 같은 날이라도 두시가 되면 끝이 난다.


“여기는 주찬인데 내가 앉아야지. 너 할 말 있어?”

“아, 그렇죠? 전 어차피 내일 쉬니까 뭐. 저기 끝에 앉을게요.”


회의 시간에 앉는 자리가 있다. 음식을 담당했던 주찬, 부찬, 밥, 도우미조로 앉는데 오늘 나는 주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앉지 못했다. 혜진언니가 앉았다. 무슨 경우인지 나는 깨닫지 못했다. 명자 언니는 뭐라도 알아 챈듯 나를 옆자리로 잡아 끌었다. 난 세척실에서도 끝까지 주찬의 임무를 완수했건만 담당자로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맛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맛이 있었다는 칭찬도 모두 언니들에게로 돌아갔다. 그 화기애애한 자리에 나는 없었다. 테이블 맨 끝에서 그들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그들이 내게 했던 배려는 배려가 아니었다. 그들이 오늘 주인공이었다. 아침부터 주찬 담당조였던 선미언니와 은주 언니가 조리에 관한 그 어떤 과정에 대한 상의도 나와 하지 않았던 것도 , 그리고 담당조가 아닌 혜진언니가 조리 전체 과정에 개입했던 것도 배려가 아니었다. 나는 그저 그들에게 점검이라는 중요한 날 해를 끼칠만한 초보라는 위험인물이어서 조용히 실수나 하지 않으면 다행인 아이였던 것이었다. 나를 생각하는 듯이 오늘 자주 했던 쉬라는 말은 그들의 검은 속내였다. 우려를 포장한 배려에 허를 찔린.....


가자미는 완판 되었고, 위생점검은 합격했고, 나는 씁쓸했다. 테이블 맨 끝자리에서 주찬 담당조 언니들에게 박수를 쳐 주었다. 드디어 내일 휴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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