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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만 Feb 12. 2025

문예지) 카지노 가입 쿠폰 전개 / 윤은성

영원이라는 말을 쓴다 겨울의 도끼라는 말처럼 우연히 여기라고 쓴다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고 쓴다 누군가를 지나친 기분이 들었으므로


*


모자를 벗어두고 기타를 치고 있는가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아이의 다리 위로 그대는 날아가려 카지노 가입 쿠폰가 발을 버둥거릴 때 옷깃을 쥐려 카지노 가입 쿠폰 손들이 생기고


손목을 내리찍으려고 돌아다니는 도끼


물이 어는 속도로

얼음이 갈라지는 속도로

겨울의 카지노 가입 쿠폰이 생기지. 해가 저물도록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던 사나이여

그대의 곁에서 넘어지고 일어서는 어린 수리공들

우리는 우리의 작업을

언제든 완료할 수 있지,


그저 꽃잎을 떨구면 그저 붉은색

페인트 통을 엎지르면


상점은 짜부라지면서 물건을 토해내지, 상점의 주인처럼 주인의 집주인처럼 이빨들이 썩어가지, 그림자에서는 머리카락이 점점 길어지고 그대의 책장이 넘어가고

또 해가 저물지, 테이블 위의 물컵은 놓아둔 그대로 있는데 무엇이 여기서 더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우리는 우리의 불씨를 사방에 퍼뜨리고 말았다네, 우는 말들을 내버려두고 그대의 늙은 신부들이 먼 도망을 준비한다


수리공이 모이자

그대에게 주려던 꽃이 굳고

페인트가 빠르게 갈라지기 시작한다



2017년 제17회 문학과사회당선작 중 대표작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대상을 응시함으로써 생각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파란 하늘을 보면서 푸른 청춘을 생각할 수도 있고, 거친 파도를 보면서 내 삶에 드리운 어두운 현실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각은 대체로 그것을 촉발카지노 가입 쿠폰 무엇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마음에서 먼저 생각을 일으켜 대상을 만들어내는 기발한 능력도 있음을 알아야겠다.


적절한 예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상당수의 환자는 자기만의 세상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온통 마음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두려워하거나 기뻐카지노 가입 쿠폰 식이다. 보통의 시선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위지만 이는 우리가 대상을 통해서만 마음을 짓는데 그만큼 익숙해졌기 때문은 아닐까.


같은 예로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도 그럴 것이다. 이들은 가만히 있어도 꿈틀꿈틀 떠오르는 생각으로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상상의 나래를 펴고 급기야는 경계도 없이 먼 곳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어쩌다 인터넷에서 아이들이 쓴 시험지 답안이라든가, 자작시를 보면 이들의 생각이 어찌나 기발한지 배꼽 빠지게 웃던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이 작품도 대상이 아닌 마음으로 파생된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 내가 이 시를 처음 만난 것은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 발표가 나고도 일 년쯤 지난 2018년 후반이었다. 솔직히 이 시를 처음 읽어갈 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때도 막연히 아, 좋네, 좋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이런 작법이 흔하지만, 당시로는 운문시와 산문시의 결합이 흔치 않아서 그형식이 좋았고, 어떤 현상을 보고 쓴 게 아니라 화자가 그러한 현상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낯설어서 좋았다. 연과 행의 나눔과, 행의 들쑥날쑥한 길이 역시도 멋지게 보였을 것이다.


그럼 이 시에서 말하고자 카지노 가입 쿠폰 바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나마 살피면서, 현대시에서 자주 사용카지노 가입 쿠폰 표현방식도 한번 익혀보자.




화자가 영원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리고 겨울의 도끼라는 말처럼 우연히 여기라고 씁니다. 또 공원이라고 씁니다. 이렇게 계속 쓰는 행위가 이어지는 이유를 화자는 누군가를 지나친 기분이 들었기에 쓴다고 말카지노 가입 쿠폰. 이 말은 사실 이곳은 영원도 아니고 여기도 아니고 공원도 아니지만, 화자는 그저 마음에서 그런 기분이 들었으므로 그냥 쓰는 행위를 계속카지노 가입 쿠폰. 그런 행위를 통해 화자가 만들어낸 대상이 바로 겨울의 공원입니다. 혹시 지금 당신의 마음이 가난하고 힘들다면 이 화자가 만들어낸 겨울의 공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화자가 만들어낸 이 공원은 어떤 공원입니까? 바로 영원의 느낌이고, 겨울의 도끼가 지니는 차가운 느낌일 겁니다. 이는 공원이라는 공간이 만들어낸 느낌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 느낌으로 만들어낸 공원이라는 공간이 겨울처럼 차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공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림을 그리듯 전개해 나갑니다. 그래서 제목도 '카지노 가입 쿠폰 전개'겠지요.


그곳에선 모자를 벗어두고 기타를 치는 사람도 있고,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리고 물구나무 선 아이의 다리 위로 그대는 날아가려느냐고 물어옵니다. 시에서 흔히 물구나무를 선다는 건 거꾸로 보는 세상, 즉 비정상적임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이로 추정해 보면 그대도 비정상적인 세계로 가고 있는가, 하고 묻는 거겠지요. 그렇다면 물구나무를 선 아이 역시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닐 겁니다. 게다가 아이의 발이 버둥거릴 때 옷깃을 쥐려 하는 손들이 생기고 도끼는 손목을 내리찍으려고 카지노 가입 쿠폰. 이런 표현으로 봐선 아이를 둘러싼 상황이 비정상일 수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이 그렇다는 말일 겁니다.


이런 겨울의 공원은 어떻게 생겨날까요? 물이 어는 속도로 아주 느리게 조금씩 생겨납니다. 그리고 얼음이 갈라지는 속도로 빠르게 생겨나기도 합니다. 이는 곧 화자가 바라보는 이 사회의 모습과 다름없을 것이고요. 정상적인 사회라면 해가 저물도록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는 사나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그 사나이를 둘러싼 사회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곁에는 넘어지고 일어서는 어린 수리공들이 있습니다.


어린 수리공들은 언제든지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고 말카지노 가입 쿠폰. 꽃잎을 떨군다는 건 흔히 희망이나 꿈이 떨어지는 행위고, 페인트 통을 엎지르는 것도 계획된 무엇이 실패카지노 가입 쿠폰 것임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작업을 완료하는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사회는 어린 수리공들이 꽃잎을 피우고 페인트를 다 칠할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이 없다는 거겠죠. 그런데도 언제든 완료할 수 있다고 말하는 어린 수리공의 미래가 암담하고 측은합니다. 어쩌면 이는 화자가 바라보는 차가운 세상(=겨울의 카지노 가입 쿠폰)일 거고요.


꽃잎을 떨구고, 붉은색 페인트 통을 엎지르면 상점은 짜부라지면서 물건을 토해낸다고 말카지노 가입 쿠폰. 페인트 통을 엎지르지 않았으면 상점도 짜부라지지 않고 물건을 토해내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는 곧 어린 수리공의 미래가 상점처럼 짜부라지면서 꿈을 토해낸다는 의미일 겁니다. 이빨이 썩어간다는 것은 시에서 흔히 이미지로 빌리는 거짓말을뜻카지노 가입 쿠폰. 그림자도 일전의 다른 시에서 해석했듯이 고난이나 시련을 상징카지노 가입 쿠폰. 그런 그림자에서 머리카락이 길어진다는 것은 고난이나 시련이 계속 이어짐을말카지노 가입 쿠폰.


그러니까 상점 주인처럼, 집주인의 주인처럼이빨이 썩어간다는 것은 자본을 가진 자의 거짓말을 말하고 고난은 길어지고 어린 수리공이 배울 수 있는 책장은 넘어갑니다. 그렇게 또 해가 저뭅니다. 어느 것도 어린 수리공을 위로하는 상황은 아닌 듯카지노 가입 쿠폰. 그야말로 어린 수리공의 미래가 암담하기만 카지노 가입 쿠폰. 여기서 어린 수리공을 오늘날 이 땅을 살아가는 젊은 청춘으로 대입해 보면 화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분명해집니다.그래서 테이블 위에 놓아둔 물컵이 변질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고 말카지노 가입 쿠폰. 이는 아름다움의 기대치를 최소한으로 낮춰야만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의 반증이겠죠.따라서 무엇이 여기서 더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하고 화자는 절망스러운 현실을 에둘러 말카지노 가입 쿠폰.


이제 어린 수리공(젊은 청춘)들의 희망과 같은 불씨는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시련과 고통 같은 우는 말들을 그대로 버려둡니다. 젊은 신부도 어느새 늙어버리고 먼 도망을 준비합니다. 이어서 젊은 청춘 모두에게 가야 할 몫인 꽃이 굳고 페인트는 젊은 신부가 늙어버리는 것처럼 빠르게 갈라집니다. 이 땅의 청춘이 견뎌야 하는 세상은 여전히 힘들며 그들의 꽃다운 시간은 그렇게 굳어갑니다. 이 모든 것은 화자가 마음에서 만들어낸 공간인 겨울의 카지노 가입 쿠폰이며 이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전개되는 모습 또한 화자가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일 것입니다. 그 현실 속에서 청춘의 무너짐을 그림처럼 전개한 시일 겁니다.




)문학과 사회 편집동인 강동호 심사자는 당시 심사평에서 김수영 시인의 ‘온몸의 시학’을언급하면서 이렇게 말카지노 가입 쿠폰.


‘그가 말카지노 가입 쿠폰 온몸은 시와 삶의 일치를 겨냥카지노 가입 쿠폰 가운데, 그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간극이 시와 삶을 전체적으로 견인카지노 가입 쿠폰 운동의 원천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이념을 뜻한다. '시인은 자신이 쓰는 시를 몰라야 한다'는 김수영의 다소 극단적인 주장이 가리키고 있는 것 역시 이 간극일 것이다.’


여기서 말카지노 가입 쿠폰 핵심어는 바로 간극이며 시인 김수영이 그토록 매달리던 시의 방향 역시 현실과 이상에서 발생카지노 가입 쿠폰 그 간극을 메꿔가는 노력일 것입니다. 결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쓰라는 말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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