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호
저는 왜 낡아야만 하나요
카지노 게임 되어 네가 찰랑이다 떠오르면
영원을
질문했다
왼손목에 묶인 시간과
닳아가는 과거
흐릿한 미래
여름밤에는 공포영화를 보았다
놀이터가 여름이 겨울로 낡아가는 온도로
환해질 때
물렁한 찰흙을 뭉치는 조그만 고사리손에
주름이 갈라졌고
그 사이 나는 또 세상을 횡단한다
너가 투명해진 지구 반대편
꼬깃한 편지에 글자가 삐뚤해져도
남극에서 북극까지는 한 뼘이라서
기억만 낡아간다
순간은 영원했다
해진 기억을 주욱 찢어 단단한 어제로 달려가고만 싶어지는 카지노 게임다
왼손에 노란 풍선을 한아름 움키고
줄들과 주름들이 너에게로 이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