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호
숲에 살면 어때 나는 가지 너는 잎사귀되어 매끄럽게 이불로 덮으면 안 돼 그럼 숲으로 퍼질 거야 매일 이에서 피가 나도록 양치하고 부드러운 살 같은 구름 깨물거야 그럼 서서히 교정되어 예뻐질지도 낮에는 암녹색 밤이 찾아오고 밤에는 진청색 밤이 찾아와 나 외로울 거야 너는 기분 안 맞춰줘도 돼 가라앉아 줄래 밑을 내려다봐 지네와 딱정벌레 숨바꼭질을 할 때 몸을 수그리면 나무처럼 밑동 잘려 자라날지도 썩은 사타구니 송진으로 꾸덕할지도 어둡게 찰랑이는 수면제 같은 시냇물 바라보겠지 목까지 숨이 턱 차오르고 타르처럼 덮이고 싶은 충동 느껴도 너로 만족할게 언제든 떠나도 좋아 찢어진 나방 날개로 남아도 좋아 짐을 챙기다 가끔 메스꺼우면 하얀 가루 코로 삼키듯 달빛에 이지러지게 다른 이를 떠올려도 토하지 않을게 안개로 뒤덮여 어 숲에 누군가 있었었는데 잊어도 풀린 신발끈처럼 줄줄이 흘러도 몽글몽글 엉킨 거미줄로 이슬 반짝이며 오늘은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줄게 안아도 된다고 말해줄게
안아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