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 싫어
'아~카지노 게임 싫어'
'에이 귀찮아’
아이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길고 가느다란 뱀 같은 말들을 경멸하던 때가 있었다. 그 말들이 나를 휘감아 옥죄어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악착같이 모든 것들을 재미나게 구성하려 애썼다. 학습지도 재미있고 쉽게, 활동들도 게임처럼 신나게. 공부카지노 게임 느낌이 나지 않도록.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그건 어른인 내 입장에서의 재미였지 아이들에게 이 시간은 어쨌든 '공부 시간'이었다. 교실 안에서 스마트폰을 쥐어 주고 게임할 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학교에서의 시간은 뭘 해도 재미없는 시간이다. 그리고 요즘의 아이들은 그것을 입 밖으로 모조리 빼내어 말한다. 저 말들, 분명 뇌를 거쳐서 나온 말일 텐데 그 속에 ‘타인에 대한 배려’는 없다.
유약한 멘탈의 나는 깊은 생각 없는 말들에 스스로 가시를 박아 마음에 깊숙이 넣는다. 아 내 수업이, 내가 구상한 활동에 무언가가 결여되었구나. 좀 더 알차게 구성해야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건 잘못된 생각이란 것을 깨달았다. 미성숙한 아이들에게는 훈련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카지노 게임 싫어도 해야 하는 과정. 그래서 익숙하게 만들어야 하는 시간. 쓰고 싶지 않지만 연필을 쥐고 쓰다 보면 글이 하나 뚝딱 완성되고 귀찮아 죽겠는데 색연필로 스윽 칠해나가다 보면 그럴싸한 작품 한 장이 만들어진다. 그러한 과정에서, 또는 결과물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학교 교육이 아니고서는 느낄 수가 없을 것 같다.
나는? 갑자기 나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뭐라핑계를 대도 의원면직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의 일을 카지노 게임 싫어서’ 일 것이다.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고 좋은데 그만둘 사람이 있을까. 물론 ‘100억 줄 테니까 당장 눈앞에서 꺼져’류의 흥미로운 협박이 있다면 꽤 많은 사람들이그만두겠지만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나야말로 이 일이 귀찮고 카지노 게임 싫어진 것은 아닐까. 그만두는 순간까지도 참된 교육자의 포지션으로 손을 뻗고 싶어 하는 나를 본다. 아냐. 나는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것을 좋아하고 사랑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이야. 다만 나는 그보다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서 늦은 나이일지라도 도전해 보는 거야.
그렇게 자신을 속이면 뭐가 좋은 걸까? 한참 동안 그놈의 ‘숭고한’ 생각을 더듬거리다포기했다. 그래. 맞아. 카지노 게임 싫어. 너무 귀찮아. 매일 교재연구 하느라 국어책, 수학책 펴고 들여다보는 것도 귀찮고, 가위질하며 교육자료 만드는 것도 힘들어. 아이들 징징거리는 소리도 그만 듣고 싶고, 얘가 방금 나를 밀었다, 그럼 너는 안 밀었냐는 둥 티격태격 소리도 이제는 신물 나. 어제저녁 학원에서 싸운 걸로 학폭을 걸겠다는 학부모에 우리 애 마음 다친 건 알고 계시냐 따져 묻는 학부모도 견디기 힘들어. 게다가 에너지를 부어도 부어도 동결된 것 같은 월급은 전혀위안으로 다가오지 않아.
쏟아내지 못한 생각을 글로 쓰자 마음이서늘해졌다. 이것이 본심이다. 일반 직장을 퇴사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대체로 비슷하다. 인간관계가 힘들어서, 월급이 기대보다 적어서, 일이 너무 힘들어서. 사람들은 그렇게 퇴사하고 이직하는 이들에게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사가속내를 내비치면손가락질을 받을까 두려웠다. 결국 의원면직의 솔직한 이유를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빙둘러 커다랗게 표현했을 뿐이다. 진짜 속마음은 이것이었다.
'아~카지노 게임 싫어'
마흔이 넘었다. 근무한 기간이 16년이다. 그래도 카지노 게임 싫다. 미래가 어찌 됐든 이일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그만둔다. 하지만 이것을 글로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단 스스로에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 나를 꺼내와야 했으니까.
오늘도 아이들은 수학 문제를 풀기 싫다고 난리다. 그래. 카지노 게임 싫지?그래도 해야 해. 꾹 참고 하는 걸 배우는 곳이 학교야. 어떻게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있겠어. 싫어도 하는 너희들의 모습이 기특하고 대단하다. 그런데 있지, 미안하지만 선생님은 카지노 게임 싫어서 그만할 거야. ‘꾹 참고 하는 걸’ 꽤 오랫동안 해왔거든.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아. 하지만 돈 버는 일은 녹록하지 않단다 아이야,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그걸 알면서도 그만두려는 나는 최대한 교육적인 낱말을 머릿속에서 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