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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Dec 20. 2024

D-81

한참 동안 의원면직의 단꿈에 젖어있었다.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나는 떠날 거다. 알록달록한 환경게시판을 더 이상 꾸미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가고 말겠다.싸울까 봐, 다칠까 봐, 전화 올까 봐 불안에 떨던 날들도 이제는 안녕이다! 그렇게 면직을 결심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보송보송한 구름이 내 몸을 가볍게 감싸고 있었다.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있었지만카지노 게임으로 날 수 있었다. 수업을 하면서도 가끔은 천장에 달린 온풍기까지 휘릭 날아올랐다. 갑자기 너그럽고 인자해졌으며 쿨내가 진동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동생은 진작에 그런 카지노 게임으로 교직 생활을 하지 그랬냐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진짜로 그런 것’과 ‘그런 척을 하는 것’에는 일억 광년만큼의 거리가 벌어져있다. 의원면직을 하지 않고 그저 그만둘 수도 있다는 카지노 게임가짐으로 편안하게 출근하려 애를 썼더라도 생각처럼 쉽게될 리가 있나. 게다가 완벽을 지향하지만 늘 수렁에 처박혀 망둥어처럼 뻐끔거리는 내가.


교실에 널브러져 있는 각종 교구들에게점진적으로 이별의 눈길을 보내는 중이다. 교사치고 짐이 얼마 없는 나는 하필이면 올해 각종 돈을 들여 ‘평생 써야지’하는 카지노 게임으로 좋은 교구들을 상당한 수량으로구입했다. 한두 해 쓰고 버릴 내구성이 아니라 이 학교, 저 학교 옮길 때마다 영구적으로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 튼튼한 것으로. 심지어 허투루 쓰이는 것조차 하나 없다. 빌려서 써보고 검증된 물건들만 추려서 구입해 두었던 것이다. 펀스틱(기다란 스티로폼 막대기) 세트며 획기적인 띠조끼(그만큼 비쌌다), 그리고 각종 카드로 이루어진 수업교구들.구입해서 정말알뜰하면서도 깔끔하게 썼다. 사용한 흔적이라곤 내 손톱자국뿐이다. 앞으로 나오지 않을 월급보다 이 교구들을 사용카지노 게임 못한다는 사실이 더 아쉬웠다. 어떻게 뒤져가며 찾아낸 황금 같은 교구들인데... 그중일부는 주변에 나눔 하기로 했다.


성적 처리 기간은 다가오는데 카지노 게임이 붕 떠버린 나는 이마저도 일찌감치 끝내버려 주변 선생님들의 부러움을 샀다. 원래부터 미리미리 계획하고 실행하는 편인데 그만 둘 생각까지 하니 신이 나서 원래 하던 것의 딱 다섯 배집중력으로 처리해 버렸다. 이제 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하게 되는 성적 업무야. 아이들아 선생님이 지난 1년간 매의 눈으로 너희들을 관찰해 왔고 비교적 객관적이고도 따스하게 통지표를 작성해 두었으니 뭐 그렇게까지 고마워카지노 게임는 말고. 나 같은 선생님 어디 가도 없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진짜 교직에없다.


너희가 내 마지막 제자들이야. 아쉬운 카지노 게임이 들어야 정상일 것 같다. 안타깝지만 그런 카지노 게임이 전혀 없었다. 이미 크게 상처를 받고 닫혀버린 카지노 게임에는 소금을 들이부어봤자 꼼짝을 안 할 것이다. 잘했다. 이렇게 굳고 딱딱해진 카지노 게임으로는 교직을 하지 않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이롭다. 16년 재직하며 심장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신께서는 나를 가엾게 여기셨는지 살려는 주셨다. 단, 영원히 상처받지 말라는 뜻으로 카지노 게임에 철갑을 두르신 모양이다. 웃는 아이들을 봐도 예전처럼 함께 웃어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신은 끊임없이 내게 신호를 주셨던 건 아닐까. 너 그 길 아니야. 네가 갈 길은 거기 아니라니까? 숱하게 내린신호를 무시하고 끝까지 참 교사인 척, 마더 테레사인 척 인성과 미덕을 강조하며 나를 그 안에 가둔다. 결국 이 직업에 자아를 의탁하고 교직이 나인지, 내가 교직인지 구분할 수 없게 만들어놓는다.숱한 자기 계발 책을 읽고 동영상을 보아도 가슴이 답답했다. 어차피 이 삼각형의 꼭대기에 위치한 것은 ‘말 잘 듣는 착한 선생님’뿐이다.


하지만 남은 수업은 최선을 다해 끌어가보기로 한다. 천정에 떠있는 카지노 게임을 움켜잡아 가슴께로 집어넣는다. 초롱한 눈빛에 가슴이 찔린다. 괜찮아. 3월 1일까지 선생님은 이 자리에 서있을 거야. 모르는 건 언제든지 물어봐. 100번 물어보면 101번 대답해 줄게. 선생님은 그러라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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