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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파 Apr 25. 2025

베티의 악몽

1972


카지노 게임사진출처 : 제천뉴스저널 1)


1972년 태풍 베티가 몰고온 거대한 비구름은 단양에 사나흘간 400mm 이상의 폭우를 쏟아부었다. 남한강을 낀 아름다운 풍광을 가지고 있던 단양은 대부분이 저지대에 속한 곳이었다.


150년 만의 폭우로 인해 단양의 80%가 물에 잠겼다. 이때 발생한 사망자는 8명, 실종자 1명, 부상자 291명, 이재민 15,400여 명, 건물피해 3,233동이나 되었다.2)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홍수 피해 지역을 시찰할 정도로 피해가 큰 재난이었다. 또한 피해의 복구를 위해 충청북도 분청이 단양 옆 제천에 설치되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살던 하방리 역시 피해가 극심했다. 할아버지의 집은 마을이 형성된 산등성이 제일 꼭대기에 있어 그나마 집은 멀쩡했지만, 그 아래아래집까지 불어난 흙탕물에 침수당하는 사고를 당했다.


사는 집마저 잃게 된 사람들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할아버지의 가계가 멀쩡한 것도 아니었다. 홍수 전, 할아버지는 난전에서 장사를 열심히 해 돈을 차곡차곡 모았는데, 그 돈으로 산등성이 아래에 창고로 쓸 건물을 샀다.


거기에 장사할 물건들을 잔뜩 쌓아놓고 보관해두고 있었는데, 그 창고는 마을에서 제일 먼저 홍수에 휩쓸린 참이었다. 카지노 게임와 세제 간수 양잿물 등 주로 팔던 물건들이 죄다 망가지거나 홍수에 쓸려가 잃어버리게 되었다. 수년을 죽도록 일해서 만든 삶의 기반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부모와 마누라와 자식들과 동생들을 먹여살려야 하는데, 장사할 물건들이 싹 녹아없어지니 발 밑이 무너져버린 것처럼 황망스러웠다.


며칠간 쏟아지던 빗줄기가 잦아들고 물이 빠지자 수해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가있던 마을 사람들이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집들은 진흙과 온갖 오물들이 쏟아져 들어와 더러워져있었고, 살림살이들은 망가져있었다. 거기에 옷들도 흙탕물에 젖어 엉망이었다.


지금이야 물건이나 옷이 침수되면 대부분은 버리지만, 이때는 그렇게까지 풍족한 시대는 아니었다. 옷이나 이불 수건 등의 섬유 제품들은 쉽게 살 물건들도 아니고, 죄다 침수되어버리니 싹 다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옷을 다시 빨아야 했다. 흙탕물에 노랗게 변해버린 옷은 다시 빨아 입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마을의 장사꾼들도 피해가 심했던터라 옷을 빨 카지노 게임를 구할 수 없었다. 물론그건 할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홍수로 난리난 동네 상황을 보니 동네 사람들 누구나 카지노 게임가 필요할텐데, 수요가 하늘을 찌를 것을 앎에도 그게 없어서 못 판다는 게 속이 쓰렸다. 자기 옷 빨 카지노 게임는 있든가 없든가 싶었지만 이 좋은 타이밍에 잘 팔릴 카지노 게임가 없다는 건 억울했다.


할아버지는 눈이 벌개져서 카지노 게임를 찾았지만 단양을 비롯해 그 근처 지역까지 수해가 심각했던 터라 어딜 가도 카지노 게임가 품귀였다. 카지노 게임는 보기도 힘들었고 이미 밑천 다 털린 할아버지는 카지노 게임를 매입할 수도 없었다.


고민하던 할아버지는 평소에 물건을 받던 대영카지노 게임로 갔다. 대영카지노 게임는 당시 영주에 위치한 카지노 게임 공장이었다. 대영카지노 게임는 원래도 때가 빡빡 잘 빠지고 무르지도 않아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상품이었다. 빈손으로 영주까지 올라간 할아버지는 대뜸 대영카지노 게임 공장으로 쫓아갔다.


대영카지노 게임 사장은 갑작스럽게 자기를 찾아온 손님을 맞이했다. 할아버지는 평소 단양에서 거의 대영카지노 게임 대리점이라도 해도 틀린 말이 아닌 수준으로 카지노 게임를 받아 팔고 있었다. 대영카지노 게임의 품질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할 바가 없었다. 그런데.


“카지노 게임 한 차만 주시오. 지금 단양에 물난리가 나서 카지노 게임가 잘 팔릴 거에요.“


대금은? 없어요. 보증은? 없어요. 아무것도 없어. 그냥 자기가 카지노 게임를 팔아오면 그때 물건값을 줄테니 카지노 게임 한 트럭을 그냥 외상으로 달라고 했다. 떼를 쓰는 것과 다름없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대영카지노 게임 사장은 할아버지의 말을 듣더니 얼마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카지노 게임 한 차를 내줬다.


-아주 큰 사람이야.


그래서 내준 거라고 했다. 할아버지 말로는 그렇다. 대영카지노 게임 사장이 숲을 볼 줄 아는 사람이라서 그랬다고 한다.


대영카지노 게임 사장이 흔쾌히 내준 카지노 게임 한 트럭을 받은 할아버지는 신이 나 난전으로 나가 그 카지노 게임를 팔기 시작했다. 수해 직후 단양에서는 구경도 하기 힘들었던 카지노 게임였다. 할아버지가 어디선가 카지노 게임를 구해와 팔기 시작하자 카지노 게임 구경도 못하고 있던 동네 사람들은 구름떼같이 몰려들어 카지노 게임를 막 뭉텅이로 사들고 갔다.


트럭 한 차로 받은 카지노 게임를 순식간에 다 팔았다. 할아버지는 싱글벙글해져서 카지노 게임를 팔아제꼈다. 온 식구들이 다 나와서 그 카지노 게임 장사에 손을 보탰다.


카지노 게임를 다 팔자 할아버지는 다시 영주로 가서 대영 카지노 게임 사장한테 물건값을 갚고 또 외상으로 카지노 게임를 한 차 받아왔다. 그것도 또 금방 팔았다. 몇 번을 그렇게 카지노 게임를 팔았다.


동네 사람들이 할아버지가 물건 파는 걸 보고 비눗집이라고 불렀다. 할아버지의 장사는 카지노 게임 파는 걸로 유명해졌다.


수십년 동안 밑바닥부터 쌓아온 모든 것이 다 홍수에 휩쓸려 사라졌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처럼 어찌저찌 할아버지는 이 고비도 넘어선 것이다.


카지노 게임로 다시 일어선 할아버지, 수해지역에 카지노 게임를 잔뜩 팔아서 이득을 두둑하게 챙긴 대영카지노 게임 사장, 거기에 할아버지의 소개로 대영카지노 게임를 떼다 팔았던 수복상회 아저씨까지.


그 해 겨울이 되어 셋은 신나서 대강면으로 술을 마시러 갔다. 세 사람은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셨다. 잔뜩 취한 할아버지는 그래도 집에 들어가기 위해 먼저 일어났다. 집에 가겠다고 하면서 비틀비틀 밥집을 나가니 수복상회 아저씨랑 대영카지노 게임 사장이 잘 가라고 인사해줬다.


수복상회 아저씨는 대영카지노 게임 사장이랑 몇 잔 더 기울이다가 자기도 가겠다며 자리를 떴다. 아저씨가 가물가물한 시야를 억지로 유지하면서 걸어가는데 한겨울에 길바닥 구석에 시커먼 무언가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먼저 집에 가겠다고 일어난 할아버지가 길에서 쪼그리고 엎드려 잠들어있던 것이었다. 한겨울에 길바닥에 잠들어있던 할아버지를 수복상회 아저씨가 주워다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엄청 무거웠을텐데.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다행히도 얼어죽지 않았다.








1) 제천뉴스저널, 단양 시루섬을 아시나요 -72년 의림지둑이 터지던 그때 그시절, 2017-02-17, (http://jnjl.kr/m/M_bbs/board.php?bo_table=s8_1&wr_id=468)

2) 단양군, <단양군지, 제1편 역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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