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카지노 게임 취향이요?
주인공 죽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요.
직장 선배님들이 저녁 식사를 사주신 적이 있다. 일터에서 만났기에 인간적인 교류를 많이 하고 살지 않았다. 인간의 모습으로 기계적인 교류를 하고 살았다는 표현이 더 맞겠지. 선배가 후배에게 친절하게 밥까지 사주시면 곰살맞게 알랑방구라도 떨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나는 천성이 맘에 없는 것을 잘 꾸며내지도 못하고, 맘에 있는 걸 잘 감추지도 못하는 터라 저녁 뿐 아니라 배려도 얻어먹었다.
퇴근 후 일 얘기는 금기와 비슷한 것이고, 일 얘기 말곤 크게 떠오르는 공통의 관심사도 잘 모르겠고. 결국 대화는 선배들의 주도 하에 원만하게 흘러갔다. 소소한 일상이나 취향을 얘기하다가 한 분이 내게 물어왔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좋아해요?난 우울할 때 코미디 장르 보면서 기분을 풀거든."
큰 비밀거리나 개인정보도 아니었기에, 별다른 고민 없이 진솔하게 대답했다.
"저도 우울할 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봐요. 시한부 온라인 카지노 게임요, 주인공 죽는 거."
갑자기 함께 식사하던 두 선배는 포복절도를 했다. 나는 정말 진솔하게 한 대답이었고, 웃음 포인트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당황해버렸다. 애써 웃음을 삼키며 두 분은 물었다.
"왜요?"
우울할 때 기분전환하는 방법은 꽤 많이 알려져있다. 햇빛을 쐬라든가, 달리라든가, 매운 거 먹으라든가, 단 거 먹으라든가. 한숨 푹 자고 일어나든가, 한숨을 푹 내쉬어보든가, 소리를 지른다든가,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 수다라도 떨다 오라든가.그 중, 문화인인 척 돈 쓰고 편히 앉아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관람은 참 손쉬운 기분전환법이다.코믹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웃긴 장면이 많고, 웃음은 전염성이 있어 우울할 때 한껏 웃고 나면 얼굴 근육이 웃음을 기억하고 즐거운 상황이라고 뇌를 속여 기분을 밝게 바꿔준다던가?
나 역시 그 방법을 시도해봤었다. 그리고 형언하기 어려운 불쾌감에 사로잡혔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던진 유머는 꽤나 유효한 시도였나보다. 극장 안 모두는 까르륵거리며 웃고 있었다. 일부는 심지어 꺽꺽댈 정도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배우의 익살과 유머에 모두가 웃고 즐거운 가운데 단 한 명만이 즐겁지 않았다. 순간 이 세상에 있는 나는 섞일 수 없는, 섞여선 안될 이물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가 그렇게까지 이질적이라고 느껴본 적은 생전 처음이었다. 우울했던 기분은 그 크기를 키워 더 자조적이고 염세적인 기분으로 날 바꿔놓았다. 결국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끝까지 보지 못한 채 자기혐오를 짊어지고 돌아왔다. 돈 쓰고 만족하지 못한 경험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지만, 단연코 그때처럼 최악은 없었다.
그래서 그 다음 우울해졌을때, 이번엔 울겠노라 다짐했다. 그때골랐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앵그리스트맨'이었던가. 조울증에 주변이 지쳐 나가 떨어진 남자가, 갑작스러운 시한부 통보를 받고 분노와 후회 속에서 본인의 삶을 정리해나가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좋았다. 불안하고 우울했던 마음과 결을 같이 하면서도,그보다 더 크고 강한 죽음이라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불안과 불행을 껴안고 고군분투하다잔잔히 삶을 마무리하는 걸 지켜보는 건, 의외로 내 마음에 평온과 안식을 가져왔다. 어떤 불행도 죽음만큼 크지 않다. 닫혀있지 않다. 결론지어져있지 않다. 죽음을 바라보면 결국 생을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삶과 죽음은 결국 닿아있는 거니까. 내 불안은 죽음만큼 불행하진 않아. 결론지어져있지 않아. 어쨌든 난 살아있는 걸. 그렇게 주인공들이 인생을 돌아보고 갈무리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보고 나면 나는 고요하고 평온해졌다. 그 이후로 불안하고 불행할 때마다 시한부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찾았다.
나만 이런 취향일리 없을 듯해 검색해보았다. 죽음이라는 소재 앞에서 평온함과 경건함을 느끼는 사람이 나뿐일리가. 역시나, '스크루지 효과'라고 불리는 현상이란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찾아온 먼저 죽은 친구가 보여준 여러 형태의 죽음을 보며,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평온을 찾는 주인공 스크루지와 비슷하다 해서 이름 붙였다나?
나의 장황한 설명과 잡상식을 두 선배는 끄덕이며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내 대답이 길게 나온 것이 대화의 호재라고 생각했는지 대화 주제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로 계속 이어졌다.
"그럼 인생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뭐에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부시맨 1이요."
이번에도 두 선배는 뒤집어졌다. 난 조금 꽁해져버리고 말았다. 취향이라는 게, 이렇게 장황하게 부연설명해가며 타인을 납득시키고 이해시켜야 할 주제였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