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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재오 Sep 25. 2024

헬멧 카지노 게임 정돈 더 넣어 두는 게 좋을텐데요.

[소설] 아소산, 오토바이, 그녀 1-4

”결국 과학자들은 뇌 안을 탐색하는 것만으로 인간성을 모두 구현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상을 내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의식은 뇌가 아닌 다른 곳에 숨겨져 있을 거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어떤 이는 척수 신경에서, 또는 대장의 점막 세포에서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마지막 조각‘을 찾아보려 샅샅이 뒤졌으나, 다들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실망했고, 몇몇 이들은 안심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엄성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다는 게 가당키나 하냐는 입장의 근본주의자들은 인간성을 찾으려는 시도를 이제 중단하자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며칠 뒤, J는 일본인 A에게서 대여 전에 잠시 얼굴을 보자는 메시지를 받았다. 일본과는 13시간의 시차가 나서, 퇴근 후 집에서 그와 화상으로 통화를 하기로 했다.



화면에 A의 얼굴이 비쳤다. 사이트에서 봤던 것과 달리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 긴 머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J로서는 다행이었다. 대신 이번엔 수염을 기르려는 지, 턱이 거뭇거뭇카지노 게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A라고 합니다.”


일본인의 음성은 상상했던 것과 달리 사근사근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다. 아마도 강하게 보이려고 목소리를 일부러 굵게 내는 타입일 거로 생각했는데, J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표정도 과장이 없고 순했다. 화면에 보이는 일본인의 몸에 들어가 이틀 동안 저 얼굴로 살고 저 목소리로 말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J는 그제야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 실감이 났다.


“머리를 짧게 자르셨네요. 사진에는 장발이어서 여행 동안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나 걱정했거든요.”

“아 네, 긴 머리가 좀 지겨워져서요."

일본인이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매만졌다. 사진으로 보던 것 보다 인물이 더 훤칠했다.


"아참! 제가 턱수염을 길러 볼까 해서, 답답하시더라도 여행 중에 면도는 좀 피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턱수염을 소중히 어루만지며 일본인 A가 말했다. '역시 기르려는 것이었구나.' J는 그래도 꽁지머리보다는 낫다며 위안을 삼았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사람으로는 처음 '대여'를 해보는 것이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 여행 때문에 몸을 빌리신다고 적어두셨던데, 어디로 가실 생각이세요? 후쿠오카? 구마모토? 유후인?”

“아소산만 둘러볼 생각입니다. 드라이브를 좀 해보려고요”


J는 외국인이 아소산만 생각하고 여행을 간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되려 일본인은 아소산 드라이브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반가워하는 눈치다.


“아, 아소산 드라이브···!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저도 자주 가는 곳이거든요. 저는 왠지 온천 여행을 하시려나 생각했는데, 잘 결정하셨네요. 에- 음. 개인적으로, 최소한 규슈섬에선 아소산 드라이브가 최고라고 봅니다. 제 몸에겐 워낙 익숙한 곳이니 너무 잘 되었네요. 선생님은 아무것도 준비 안 하셔도 됩니다. 몸만, 아니 영혼만 여기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소산 드라이브를 하겠다는 J의 계획이 그렇게 맘에 드는지 A는 말까지 빨라졌다. J는 자기가 '당신 몸으로 거의 20년 만에 오토바이를 탈 거'라는 고백을 해도 저 친구가 지금처럼 좋아해 줄지 의문이 들었다.


“트랜스퍼는 어디서 하실 건가요? 보통은 병원에서 많이 바꾸십니다. 아소역 근처에 병원이 카지노 게임 있거든요.”

“아, 트랜스퍼 기계가 있는 호텔이 있길래 거기로 예약했습니다. 가능하시면 그쪽으로 와주시면 카지노 게임 것 같습니다.”

“오! 아소시에도 그게 설치된 호텔이 있었나요? 오호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른 호텔과 비교하면 숙박비는 비쌌지만, 무슨 일이 생겨도 숙소에서 차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J는, 트랜스퍼 장치가 설치된 호텔을 찾아 봤었다. 빌린 몸에 들어간 뒤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숙소에서 차분히 내 몸에 맞게 적응시킬 수 있으니, 돈을 들일만 하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급하게 귀국해야 할 일이 생기더라도 일본인의 몸을 호텔에 맡기면 되니까, 기계인 휴머노이드야 아무 곳에나 두더라도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사람을 아무 곳에나 놔둘 순 없는 일이었다.


사실 아소산이어서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다행히 장치가 설치된 호텔이 있었다. 하기야, 돈이 많고 바쁜 사람들은 자기 집에 개인용 기계를 가져다 두고 영혼으로만 출장이나 회의를 다닐 만큼 대중화되었는데 아무리 보수적인 분위기라 해도 없을 리가 없었음에도 J는 찾아낸 것이 뿌듯카지노 게임.




일본인은 숙취가 심하니 술만 많이 마시지 말아 달라고 했다. 다른 건 다 잘 먹으니, 걱정은 하지 말라고, 그리고 여행 중에 혹시라도 다치거나 갑자기 아프면 '아소 종합 병원'으로 가면 자기 몸에 대해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한 군데 있는 종합 병원이라고 했다.


일본인 A는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에는 본인의 몸으로 성관계를 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다만 콘돔만은 꼭 착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일이 생기면' 상대에게 대여한 상태임을 밝혀야 한다는 걸 여러 번 강조했다.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은 아니지만, 원래의 주인이 몸으로 돌아왔을 때 빌린 사람이 저지른 일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 벌어져 친구가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며 몇 번을 신신당부했다.


"몸을 빌린 분이 이쪽에서 어떤 여자와 만나고선 말도 없이 본국으로 돌아가 버려서 친구가 자기 몸에 들어오고 난 다음에 그 여자가 집으로 찾아오고 난리였어요. 이혼을 하니 마니…“


J는 빌린 몸의 식탐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는 스미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자신의 의사에 반해 '콘돔'을 써야 하는 상황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어떤 걸 타고 드라이브하실 계획입니까?”

갑자기 일본인이 J에게 물어와서, J는 당황카지노 게임.


“음… 아직 결정하진 못했어요. 아마 렌터카를 빌려야 하지 않을까요”

J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기 몸으로 오토바이를 타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닌데 굳이 허락을 맡아야 하는 건가'란 생각이 스쳤지만, 몰래 타는 건 아무래도 찝찝했다. '어쩌지. 결국 이야기를 하긴 해야 하는데'라고 고민하고 있는데 다행히 A가 먼저 오토바이 이야기를 꺼낸다.


“제 오토바이도 같이 빌리시는 건 어떠세요? 어차피 호텔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가야 하니, 거기 세워두느니 쓰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찾아보셨겠지만, 아소산은 오토바이를 타셔야 완전히 즐기시는 거라서요. 드라이브하러 아소산에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제 몸을. 오토바이 타시려고 대여하신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습니다만, 차보다는 오토바이를 생각하신 거 아니십니까?”


그러니까 A의 2020년식 혼다 CRF 300을 함께 빌려 가라는 이야기였다. 가벼워서 다루기가 쉽고, 어쩐지 숙련자처럼 '보이'는 느낌이 있어서 J도 예전엔 관심이 있던 모델이긴 했지만, 사실 20년이나 흘렀으면 이젠 고물이나 다름없었다. 아플까 봐 걱정되어서 되도록 젊은 사람으로 빌렸으면서 오토바이는 구닥다리로 몰려고 하니 썩 내키지 않았다.


“아이고, 저도 그러고 싶은데, 워낙 오토바이를 몰아 본 지가 오래되어서 자신이 없습니다.”

“그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매일 몰던 오토바이니까 아마 금방 적응하실 것 같은데요. 그리고 아시겠지만, 제 몸에 익숙한 것들이 좀 더 편하실 겁니다. 뭐, 다른 오토바이들도 다 잘 타긴 할 겁니다만”


익숙한 것을 타는 게 안전할 거라는 말은 맞았다. 그리고 오토바이가 구형이고 내연기관이어야 'J가 그리던' 여행의 이미지에 만족한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J는 골치가 아파왔다.


“그래도···예산이 이미 많이 초과하기도 하고···.”

고민 끝에 J는 돈 이야기를 슬쩍 꺼냈다. 사실 호텔비도 그렇고, 일본인을 빌리는 비용도 그렇고, 여행에 들인 돈이 한참 들어간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20년 된 오토바이를 빌리는 값치고는 일본인이 부른 가격이 확실히 비싼 것 같기도 했다. (하루에 500달러라니!) 일본인 A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며 오토바잇값을 반만 받겠다고 말했고, 그제야 J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못 이기는 척 그러자고 하였다.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2020년식 CRF 300을 이 가격을 내시고 타는 건 정말 행운입니다.“

일본인은 아쉬운 표정으로 꽤 자기가 선심을 써줬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호텔 쪽에다가 오토바이를 몰고 간다고 말씀은 좀 해 주십시오.”

“네 잘 알겠습니다. 무리다 싶으면 다른 차를 빌리도록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이고, 괜찮습니다. 잘 모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10년 만에 모는 거라 사고가 날까 봐서 걱정입니다.”


J가 은근슬쩍 고백했는데 (실은 15년이 넘지만), 일본인 A가 별것 아니란 투로 대답했다.


“사고 나서 다치면, 입원해서 치료받으면 되죠. 걱정하지 마세요.”


J는 A가 자기 몸이 다치는 게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는 걸 듣고, ‘A도 영혼만 있음 된다고 생각하는 쪽인가 보구나.’ 라고 짐작카지노 게임.




통화를 끝내려는 데, 불쑥 A가 헬멧은 몇 개를 챙기면 좋을지 물어왔다. J는 별생각 없이 카지노 게임면 충분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더니. 어딘지 모르게 의미심장한 말투로 A가 말했다.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헬멧 카지노 게임 정돈 더 넣어 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슬그머니 J의 마음도 들뜨는 것 같았다. 누군가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것이 기억났다. 뒷좌석에 누굴 태울 엄두는 안 나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그리고 어차피 헬멧 하나 더 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을 테니까. J는 일본인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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