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 창작 지원 프로젝트 당선작
추억 속 식탁에는 늘 약 바구니가 놓여 카지노 게임. 시장에서 과일을 사면 으레 딸려 오는 빨간 소쿠리였다. 길게 이어진 사각봉투는 멀리서 보면 꼭 흰 뱀 같았다. 피리 소리에 춤추는 일 없이 얌전하게 꽈리를 틀고 카지노 게임. 점선을 따라 반투명한 네모 칸을 하나 뜯었다. 알약 여러 개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카지노 게임.
아빠는 공황장애를 앓으셨다. 어느 날, 주위의 모든 것이 자신을 조여오는 압박감을 느끼셨다고 한다. 쿵쾅거리는 심장과 온몸을 적시는 땀, 사지에 몰린 공포심에 주저앉은 그때를 종종 회상하신다. 산처럼 쌓인 약은 전부 다 아버지 몫이었다. 어릴 적부터 봐 온 광경을 이상하다고 여긴 적은 없었다. 다만, '어른이 되면 저런 걸 먹어야 하는구나.'하고 막연히 생각카지노 게임.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한 감정이 치솟는 날에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나도 언젠가 당신의 길을 따라가게 될까, 멍하니 그런 상상을 카지노 게임. 오랜 치료에도 병은 낫지 않았다. 함께 찾아온 우울증에 알약 개수만 많아졌다. 마음의 고통을 잊기 위해서는 일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주말 없이 출근하고 기절하듯 주무셨다. 쉬는 게 죄악인 듯 노동하는 삶. 그것이 당신이 찾은 유일한 살길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자식이 커갈수록 마음이 불편해졌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날수록 내 일감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집에 있는 게 아니라서 일상은 여유로웠다. 오전 중에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나면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봤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영상을 보고 있으면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허탈한 마음 뒤로 무거운 죄책감이 찾아왔다. 노동의 신이 게으름을 꾸짖으며 명치를 압박카지노 게임. 뿌리가 얕아진 정체성은 동요를 가중시켰다. 한심함이 발끝을 타고 올라와 내면을 콕콕 찔러댔다.
그래서 바깥일을 찾았다. 전공을 살려 다시 한번 가르치는 일을 해봐도 좋겠지 싶었다. 때마침 도서관 하브루타 수업에서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다. 아기를 낳고도 학업을 멈추지 않은 꾸준함과 자기 탐구의 태도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여정을 따라가고 싶었다.
중학교 진로 수업을 준비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얘기에 손을 들었다. 보조 교사로 참관할 기회를 얻어 몇 년 만에 옷을 샀다. 하늘거리는 분홍색 옷감이 기분마저 붕 뜨게 만들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섰다. 카지노 게임들과 주고받던 여유로운 미소는 집으로 가는 길에 하얀 부스러기로 흩어졌다. 체한 듯 꽉 막힌 목구멍으로 뜨거운 숨만 몰아쉬었다.
경력이 단절된 십 년 동안 물 한 번 주지 않은 용기는 거칠게 메말라 있었다. 나를 바라보던 수많은 검은 눈동자가 자질을 검증하라며 삿대질카지노 게임. 물론, 그런 일은 없었다. 아이들은 모두 작고 빛나는 미래의 별들이었다. 그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별거 아닌 내 한 마디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상상하면 눈앞이 막막카지노 게임. 거대한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움츠러든 마음에서 버석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대로 도망칠까.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카지노 게임. 일단 해보자고, 하고 나면 예전의 기세를 회복할지도 모른다고 다독였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단독으로 수업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거절카지노 게임. 아이 핑계를 댔던 것도 같다. 메시지를 보내고 휴대전화를 침대에 집어 던졌다. 눈앞에는 한 번밖에 입지 못한 분홍색 윗옷이 걸려 있었다. 거칠게 옷걸이를 떠난 블라우스가 구겨졌다. 고대했던 장밋빛 미래가 순식간에 옷장 안으로 사라졌다.
가스불 위에서 팔팔 끓던 의욕은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냄비 속에 들어 있던 열정과 기개를 그릇에 옮겨 담았다. 밀폐용기에 갇힌 감정을 초록섬 작은 방에 도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나서였다. 나는 아랫집을 핑계 삼아 도망치기로 카지노 게임. 층간 소음은 절묘한 구실이었다. 집에 있으면 시끄러우니까, 아주머니가 올라올지도 모르니까 나가야지. 그렇게 생각한 이면에는 아이를 데리고 일을 한다는 기쁨이 있었다. 축제 행사장을 방문하고 도서관 프로그램을 쫓아다니면 좋은 엄마인 척, 바쁜 엄마인 척하는 게 가능카지노 게임. 나에게도 할 일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다. 그렇게 노력하면 할수록 아이에게 집착하는 자신이 보였다. 이건 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닌데. 그렇게 좌절과 열망을 반복카지노 게임.
그러니까 나의 우울은 복합적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아랫집에 대한 분노가 섞여 마음이 지옥 불처럼 타올랐다가 꺼지기를 반복카지노 게임. 초인종 소리를 동반한 지독한 오해는 예민해진 신경을 자극해 나를 더 침울하게 만들었다. 새까맣게 타버린 마음이 재가 되어 쌓였다. 걸어온 길은 전부 진창이었다.
수복된 기억은 초라했다. 결국, 나의 불행은 아랫집 아주머니의 탓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과거를 안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더욱 초라해진 자신과 직면했을 뿐이었다. 층간소음 전쟁은 계속될 텐데, 그럼에도 이 집을 벗어날 순 없었다. 진퇴양난의 길 위에서 나는 여전히 불 꺼진 거실에 주저앉아 있었다.
사라지고 싶다.
습관처럼 중얼거린 말의 파동이 거실 공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어느새 카지노 게임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었다. 오늘도 이렇게 아까운 시간이 가는구나.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희미한 미소에서 우울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왔니?
네. ...엄마, 사랑해요.
아이는 무엇을 읽었을까. 대뜸 사랑한다는 말을 꺼낸 눈동자가 촉촉카지노 게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가방도 내려놓지 않은 작은 몸뚱이가 나를 끌어안았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저 스스로를 위로하려 나를 안았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짧은 손가락 열 개가 무기력한 내 마음을 쓰다듬었다.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 조막만 한 얼굴을 감싸고 엄지손가락으로 양 볼을 쓰다듬었다. 속쌍까풀의 두 눈, 자그마한 코, 도톰한 입술. 아이의 생김새는 나를 똑 닮아있었다. 이대로 주저앉아 있으면 너는 무너진 너를 보게 되겠구나.
나는 도대체 무엇을 그리 겁내왔던 걸까. 좁았던 시야가 마법처럼 넓어졌다. 껴안은 아이의 몸은 말랑하고 부드럽고 좋은 냄새가 났다. 이렇게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네가 있었다. 너라는 존재 자체가 위안이었는데, 바로 곁에 두고도 그걸 몰랐다. 눈물이 왈칵 솟았다. 쓰다듬는 손바닥 사이로 짧은 머리카락이 산들거렸다. 아이의 뒤통수는 사과를 닮아 동그랗고 예뻤다. 그게 나를 더 눈물짓게 카지노 게임.
실패를 모르던 과거도, 호주에서의 상처도, 엄마로 살았던 시기도 무엇 하나 헛되지 않았다. 나의 그릇을 돌이켜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크진 않지만 작지도 않았다. 상처가 있다면 금으로 메꿔 다시 새기면 된다. 흠집이 있기에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쓸모없는 실패는 없었다. 나는 그저 잠시 멈춰 섰을 뿐이었다.
권태에 파묻힌 나를 구해준 건 아이였다. 한참을 울고 나자, 눈앞이 맑아졌다. 이대로 있을 순 없었다. 다음날,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무엇이든 좋으니 시작해 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마우스 휠이 상판 위에서 기분 좋게 움직였다. 아버님이 권유한 주식 투자는 어차피 전세금이 돌아와야 시작할 수 있었다. 거기다 손가락으로 움직이는 돈의 세계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나에게는 다른 돌파구가 필요카지노 게임.
마침, 멀지 않은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이 열린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좋아하는 작가님의 글쓰기 교실이 신청을 받고 있었다. 마음속 등불이 꺼질까 봐 후다닥 수업 두 개를 신청카지노 게임. 누군가 등을 부드럽게 밀어주고 있었다. 교실 속 아이일까. 바다 위 남편일까. 아니, 응원 소리는 자신의 내부에서 가장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도서관 수업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았다. 눈을 감고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심호흡카지노 게임. 온라인 수업에서 과제를 제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본 책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었다. 10년 뒤 수확하려면 바로 지금이 씨앗을 뿌릴 때라고. 용기를 내기로 카지노 게임. 그리고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카지노 게임.
푸른 섬 작은 방의 문틈으로 부드러운 바람이 새어 들었다. 따뜻한 기운이 발바닥을 간질였다. 오랫동안 접어 두었던 팔다리를 쭉 펴고 기지개를 켰다. 저장 용기에 갇혀 있던 감정들이 뚜껑을 열어 달라고 소란을 피웠다. 새삼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가 이렇게 좁았구나. 이제는 활짝 문을 열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금실과 은실로 엮은 파도가 천천히 밀려왔다. 마침내, 나를 위한 수평선이 펼쳐지기 시작카지노 게임.
*밀리의 서재 창작 지원 프로젝트가 궁금하시다면?
*창작 지원금 100만원에 도전하고 싶으시다면?
*어떤 이야기가 당선됐는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누르면 연재 페이지로 가실 수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 구독 없이도 열람 및 연재가 가능합니다.
이야기가 마음에 드신다면 "밀어주리"와 "댓글"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