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 창작 지원 프로젝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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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후 며칠이 흘렀다. 아이는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학교에 갔다. 남편은 안방에서 밀린 잠을 청카지노 게임. 블라인드를 내린 방은 캄캄카지노 게임. 손잡이를 끝까지 들어 올려 조심스레 문을 닫았다.콩콩거리는 발걸음으로 작은 방에 들어가면 집은 절간이었다. 그가 일어나기 전까지 조용히 컴퓨터로 글을 썼다.
한 시간이 넘어가면 기척이 들렸다. "눈을 떴는데 아무도 없어!" 마루를 스치는 발소리와 씩씩거리는 숨소리. 웃으면서 돌아보면 흘겨보는 삼백안이 반짝거렸다. 180 센티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생명체가 온몸으로 항의카지노 게임. "어이쿠."무서운 척을 해준다. 흡사 한 마리의 오랑우탄 같구나.
오늘은 중국 음식을 먹고 싶어.
남편의 머릿속에는 항상 그날의 식단표가 자동 생성된다.가끔은 "왜 맨날 나만 음식을 골라야 해."라고 투덜거린다. 두 개의 메뉴를 내밀고 먹고 싶은 걸 고르라고 할 때도 있다. 그런데 내가 고른 걸 먹으러 간 적은 별로 없다. 돌이켜보면 메뉴 소거에 철저히 이용만 당했다. 알면서도 넘어가는 비운의 아내구나. 한껏 애통한 척해 본다.
그가 찾아 놓은 맛집에서 아침 겸 점심을 해결카지노 게임. 회사에 볼일이 있다고 해서 데려다줬다. 먼저 집에 가 있으라는 말에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 춤을 췄다. 집에 돌아와서도 불은 켜지 않았다. 나가기 전 시끄러웠던 거실이 고인 물처럼 고요카지노 게임. 새벽 늦게까지 글자를 두드렸더니 정신이 몽롱카지노 게임. 기분 좋은 포만감에 잠이 쏟아졌다.조금만 자고 일어나야지. 부드러운 극세사 이불을 몸에 말고 다소곳이 잠을 청카지노 게임.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거실에서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익숙한 안내 멘트가 동굴에서 울리는 소리처럼 묵직카지노 게임. 반사적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천근 같은 피곤함과 예리한 직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아랫집이 찾아왔구나. 실로 오랜만이었다.
얼래?
떨림은 곧, 설렘으로 바뀌었다. 이 이야기는 마침맞게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글감이 제 발로 걸어오다니 이런 행운이 있나. 타이밍 좋게 찾아온 아주머니는 신의 선물일까. 인터폰에 비친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 맞아. 이런 얼굴이었지. 히죽거리는 입가를 바로 하고 자다 일어난 티를 내려 몸을 정돈카지노 게임. 집에 불은 켜지 않았다. 그래야 더 실감이 날 테니까. 손잡이를 잡고 숨을 가다듬었다. 불안이 잠시 고개를 들었지만, 피하지 않았다. 이전보다 가벼워진 문이 활짝 열렸다.
집이 조용하네. 방금 쿵 하는 카지노 게임 안 났어요?
마법 소녀의 주문처럼 변함없는 대사였다. 단단한 고정 팬을 확보한 건 좋지만, 이제 슬슬 2기 오프닝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속내를 들킬까, 한껏 미간을 찡그려 보았다. 부스스한 모습에 자기가 봐도 자다 일어난 모습인지 몸을 움찔카지노 게임. 네, 네. 이번 소리도 제가 낸 게 아니랍니다.
불이 다 꺼져 있네. 뭐 했어요?
어제 새벽까지 잠을 못 자서요.
방금 벨 카지노 게임에 깼어요.
그래요?
나도 요 며칠간 감기 몸살 때문에
잠을 못 잤어요.
몸은 으슬으슬하고 추운데 카지노 게임는 들리고.
3시간밖에 못 자고 일어났다니까.
공감이라는 단어는 중고 사이트에서 무료로 나눠줬을까. 묻지 않은 자기 사정만 줄줄이 나열하는 모습이 여전카지노 게임. 자는 사람을 깨워 놓고 사과 한마디 없으시냐고 정색해 보았다. 듣는 둥, 마는 둥 하셨다.자다가 놀라서 깬 걸 보면 작은 카지노 게임가 아니었다는 동문서답이 돌아왔다. '나' 화법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닐 터인데.
요 몇 달간 진짜 조용했는데.
일상 소음은 괜찮아요.
사람 사는 카지노 게임 들리면 좋다니까.
근데 설거지 카지노 게임는 안 들리더라고.
혹시 이 집도 안 들려요?
이상하네.
왜 설거지 카지노 게임는 안 들리지.
그 카지노 게임가 들리면 판잣집 아닐까요. 혹은, 태풍에 지붕이 날아갔거나요. 폭포 카지노 게임에 맞서 득음하는 판카지노 게임꾼처럼 아주머니도 특훈을 하고 싶으신가 보다. 그게 들리면 정말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11월에 이사 나가는 거 맞죠?
우려했던 질문이 나왔다. 카지노 게임의 시발점을 잘못 찾아온 것도 당신이요, 단잠을 깨운 것도 당신인데 왜 우리의 이사 여부를 묻는가. 뻔뻔한 행태에 나도 당돌해졌다. 사정이 생겨서 이사는 못 갈 수도 있다고. 우리보다 더 시끄러운 사람들이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러시냐고. 반박을 늘어놓으니 다시 횡설수설하셨다. 이렇게 보니 아주머니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도대체 그녀의 무엇을 그리도 두려워했을까. 현관문 너머로 목격한 건 아랫집이 아니라 태산처럼 불어난 나의 불안이었다.
아니, 그럼 11층에서 그랬나?
그래, 11층인가 보다.
그녀는 의심의 눈초리를 위로 돌렸다. 확실히 윗집이 새로 이사 오고 난 후, 발소리와 의문의 소음이 들리는 빈도수가 잦아졌다. 숨길 이유가 없으므로 전부 얘기카지노 게임. 아주머니 덕분에 소리에 엄청나게 예민해졌어요. 윗집 카지노 게임도 그렇지만 아랫집 카지노 게임도 들린답니다.종종 강아지 놔두고 외출하시더라고요. 혼자 있으면 멍멍 짖는 게 아니라 낑낑거리며 우는데 어찌나 불쌍하던지. 저도 이제 다 들려요. 덕분이에요.
그 카지노 게임가 들려요?
맞아요.
혼자 있으면 좀 낑낑대죠.
애가 불안해서 그래.
동요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쪽도 사람이구나 싶었다.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입가에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예민해 보이는 눈가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아래, 윗집으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내가 당신을 고집 센 아주머니로 볼 일도 없었을 텐데.
글은 보통 새벽에 써요.
요즘 강의도 다니고, 사업도 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바빠요, 내가.
넌지시 그녀의 삶을 물었다. 집 구조야 다들 비슷할 텐데. 어쩌면 매일 밤, 내 발밑에서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몰랐다. 한 층 위에서 아주머니의 머리를 밟고 있다고 상상하니 기분이 묘카지노 게임. 그래서 자주 두통에 시달리시나. 저주를 보내고 있는 건 이쪽이었을까.그나저나, 그렇게 바쁘면 곯아떨어질 것도 같은데 말이지.
무슨 소린지 몰라서 집에서 의자도 끌어보고..
다 테스트해 봤거든.
별 걸 다 해 본다, 그죠.
보니까 의자 내려치는 카지노 게임 하고 비슷해.
문득, 고민 상담 프로그램에 나온 유명 발레리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녀는 첫 수업에서도누가 누구와 사귀고 있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고 카지노 게임. 사람 간의 미묘한 분위기와 몸짓, 주고받는 눈빛. 수많은 비언어적 표현을 원하지 않아도 낚아채 버리는 삶. 타인의 속마음이 들리는 건 고통스럽겠지. 그 괴로움이, 그 민감한 성정이 그녀들을 예술가로 살게 하는 걸까. 이를 악물고 의자를 내리치는 아랫집을 상상하자 황당하면서도 옅은 측은함이 몰려왔다.
들어오셔서 확인해 보세요.
아니, 괜찮아요.
아니라고 하는데 아니겠지.
그러지 말고, 직접 확인해 보세요.
그래야 제 맘도 편할 것 같아요.
아이고, 괜찮은데.
예전 같았으면 눈앞에서 현관문을 쾅하고 닫았을 텐데. 이제는 집을 보여주는 것쯤이야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잘 정돈된 집은 아니었지만, 이로써 아주머니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진다면 기쁠 것 같았다. 스위치를 누르자 집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어색해하는 그녀 대신 앞장서서 제2차 집 투어를 시작카지노 게임. 예전과는 사뭇 다른 마음가짐이었다.
진짜네. 무겁네. 이건 못 내려치겠네.
거기다 이건 의자 다리가 다 쇠잖아.
그건 나무 의자 카지노 게임거든.
테스트를 얼마나 하신 거예요. 기가 차서 웃자, 아주머니도 따라 웃었다."말했잖아. 나 귀 예민하다고." 알지요, 알지요. 그것 참 불편하시겠어요. 새로 산 거실 매트를 보여드리고 나자, 탐방은 금세 끝이 났다. 신발을 신고 나가는 뒷모습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내 마음도 그렇다는 게 신기했다.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요. 혼잣말처럼 그렇게 빌어보았다.
그나저나 집 정리했네요.
저번에 왔을 때는 엄청나게 어질러져 있더니.
...섣부른 소원이었나. 이제는 그냥 주책맞은 아주머니로 보였다. 원망도 정이 되었나 보다.그래도 계속 찾아오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물으러 오는 건 좋으나 너무 자주 오진 마시라고, 초인종 소리에 심장이 덜컹거린다고 말씀드렸다. 자기가 쿵 소리에 그런다며, 그 맘 안다고 고개를 주억이는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이 마음은 비정상일까. 드넓은 우주에서 모든 사람과 친해질 수는 없어도, 우리는 위아래로 가까운 카지노 게임이 아닌가. 언젠가는 나도 그녀의 집을 방문해 보고 싶었다.
근데 몇 살이에요?
계단을 내려가려던 그녀가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나이를 묻는 건 친해지자는 표였다. 처음으로 보이는 호의는 나쁘지 않았다.경계를 풀어헤치고 들여다본 속마음에는 선의가 살아있었다. 그저 나쁘기만 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세상에 반문하고 싶었다. 당신도 그중에 하나였으면 카지노 게임.
아, 내가 언니네.
가장 선명한 미소와 함께 그녀는 사라졌다. 문을 닫고 돌아서자, 거실은 여전히 한여름처럼 눈부셨다. 블라인드를 내려도, 형광등 불빛은 어둠을 꿰뚫고 방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우리의 마음도 이런 게 아닐까.가려진 그림자를 거둘 수 없다면 그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빛을 내면 된다.
반사되는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아랫집은 나에게 커다란 돋보기가 되었다. 되비친 햇살에 구멍이 뚫릴지라도, 그 자리에 들꽃을 수놓으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당신의 천장과 나의 마룻바닥에 새싹이 돋을 수 있도록 작은 화분 하나쯤 거실에 놓아볼까. 재계약 날까지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서로의 웃음이 보리 씨앗처럼 뿌려진 아파트는 가을비를 머금은 듯 촉촉했다.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이곳에도 이삭이 돋아나겠지. 집도, 사람도, 한 번쯤 더 키워볼 용기가 필요한 계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