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작별
카지노 쿠폰 여행을 좋아했다. 어릴 때도 여행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따라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경관 좋은 지방 곳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제일 하고 싶은 것이 배낭여행이라고 했다. 신문방송학과에 간 것도 세계를 누비는 특파원이 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정은은 암진단을 받은 지 겨우 3개월만에 더 이상 아픔이 없는 곳으로 긴 여행을 떠났다. 흔히 망자에게 ‘영원한 안식’이나 ‘평화’가 주어지길 비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정은에게는 어쩐지 안식을 취하는 모습보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여기저기 탐험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어울릴 것 같았다. 수연은 정은을 생각할 때 그렇게 지내길 기도했다. 장례식장의 영정 사진 속에서 정은은 자신이 좋아했던 아이보리색 목도리를 목에 두른 채 미소 짓고 있었다. 조문객들이 꽤 많았고 한동안 보지 못했던 고등학교 동창들도 여럿 왔다. 오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장례식장은 조금 어수선할 정도였다. 정은이 아는 모든 사람들이 온 것 같은 이 자리에 정은만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오, 많이들 오셨네!’ 라며 어디선가 나타나 이 모임을 주도해야만 할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정은을 만난 건 겨우 3주전이었다. 정은은 머리카락이 빠지고 살도 많이 빠져 결코 좋아보이지 않았지만 수연의 얼굴을 보았을 때 밝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농담도 할 정도의 상태였는데 한 주가 다르게 카지노 쿠폰 병세는 급격히 나빠졌다. 수연은 성주를 통해 정은이 면회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지만 그 때도 이렇게 금방 떠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이 이렇게 한 순간에 갈 수도 있는건가. 죽음은 이해의 대상이 아닌 일방적인 수용의 대상이겠지만 수연은 이해를 필요로 했다.
수척한 안색으로 서 있던 카지노 쿠폰 모친은 외가 쪽 친척인지 자신과 비슷한 외모의 나이 지긋한 여인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서로 부둥켜 안고 통곡을 하며 장례식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다시피 했다. 다 큰 어른이 그렇게 몸부림 치며 우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짐승 같이 울부짖는 모습에 날 것 그대로의 고통이 느껴져 수연도 함께 울음이 터졌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기 때문에 수연은 카지노 쿠폰 집에도 자주 놀러갔었고 카지노 쿠폰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같이 먹기도 했었다. 수연이 부모님과 언쟁을 벌이고 생애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가출했을 때 갔던 곳도 카지노 쿠폰 집이었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마음은 어떨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열달 동안 뱃속에 품었다가 낳았고, 그 아이에게 ‘정은’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으며, 그 아이가 첫걸음마를 뗀 순간부터 스무살 대학생이 될 때까지 그 아이의 처음과 끝을 전부 알고 있을 그의 부모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옆에서 흐느끼며 억지로 울음을 참으려고 애쓰는 성주의 모습도 보였다. 성주는 가족 외에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정은 곁에 있었다. 정은은 자신의 병세가 심해지자 성주가 자신의 달라진 모습에 충격을 받을 까봐 걱정했고, 카지노 쿠폰 가족들도 성주를 배려해 더 이상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성주는 정은 옆에 끝까지 있고 싶어 했고 정은은 그를 많이 의지했다. 신이 있다면 왜 정은에게, 성주에게, 그리고 카지노 쿠폰 가족에게 이런 운명을 허락하신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수연은 침통한 표정의 성주와 함께 카지노 쿠폰 가족들 옆에서 3일 내내 빈소를 지켰다. 그동안 조문을 온 무리 중에는 씨네헤븐 부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수연은 준호로부터 마지막 이메일을 받은지 거의 한 달만에 그를 장례식장에서 보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