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다운 관찰자 May 02. 2025

고단했던 하루

서울대형카지노 쿠폰 응급실 투어

교수님의 퇴원 요청을 받은 날 아이 아빠는 퇴근하고 바로 우리를 데리러 왔다. 우리가 원하였던 주사-3개월짜리 여성호르몬을 차단하는 주사를 복부에 맞았고 한 달짜리 아빌리파이 주사도 팔에 맞았기에 우리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았다. 교수님이 건네준 전출 명단에 있는 인근 병원들 모두 전화를 돌려 보았지만 아이를 받아주는 전문소아정신과가 있는 2차 병원에는 자리가 없었다. 아이에게 노인 치매 환자들이 많은 정신병원 밖에 자리가 없음을 알렸다. 아이는 다급한 마음에 퇴원하자마자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가서 입원이 되는지 알아보자고 했다. 우리는 고속도로를 달려 밤 9시가 다 되어 응급실에 도착했다. 다행히 작년처럼 소아정신과 진료를 받아 주었다. 하지만 진료를 하러 온 정신과 의사는 입원은 자리도 없고 외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작년과 똑같은 말을 하였다. 그리고 전출 가능한 서울과 경기도 지역 소아정신과가 있는 2차 정신전문병원들 명단을 건네주었다. 그동안 참고 있던 아이는 의사가 떠난 후 발작을 하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뒤로 떨어지는 아이를 간신히 붙잡고 간호사를 급히 불렀다. 이어서 병원 경호원들이 와서 소리를 지르고 몸부림치는 아이를 제압했다. 서둘러 다른 간호사가 와서 강박 동의서를 받고 아이는 두어 차례 10분 간격으로 진정제를 맞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그러더니 조용히 집으로 가자고 했다.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들과 일반대형병원들 모두 의료사태로 응급실이 포화상태여서 잘 받아주지도 않을뿐더러 정신과는 더더욱 응급실에서 진료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외래로 소아정신과 전문이면서 경험 많은 '대표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보려면 최소 1년은 기다려야 한다. 아이는 작년에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 예약을 해 두었는데 일 년을 넘게 기다려 올해 8월은 되어야 외래 진료를 볼 수 있다. 조금이라도 외래 일정을 앞당겨 입원을 하고자 퇴원 후 바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대표 의사 선생님께 예약한 것은 취소가 되고 응급실에서 보았던 선생님께 6월 중순으로 외래 일정을 조금 앞당기는 것이 최선이었다. 서울대학병원 소아정신과는 작년에도 예약을 할 수 없었는데 올해도 신규예약은 전혀 받질 않고 있었다. 나는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을 다녀온 다음날 단지 소아정신과에 '상담 프로그램-DBT'(변증법적 행동치료)가 있는지를 알아보려 서울대학병원에 전화를 했었는데, 사는 지역의 대학병원에서 1년간 입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았지만 다른 병원으로 전출을 가야 하는 우리의 사정을 듣더니 교환원이 소아정신과 간호사랑 연락해서 일주일 정도 후로 외래 예약을 바로 잡아주었다. 아주 의외였다! 신규 환자 예약은 전혀 받고 있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우리의 케이스는 받아준 것이었다. 매우 놀라운 일이었고 예상치 못한 호의를 받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아이는 외래 일자를 기다리지 못하고 하루라도 빨리 입원하길 원해 바로 서울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아이는 이왕 외래가 잡혔으니서울대학병원 응급실을 통해 바로 입원하거나 좀 더 진료예약을 앞당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욕심을 부렸다. 나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아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서울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아이의 고집을 꺾기도 어려울뿐더러 아이가 너무 불안정해서 그렇게라도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아이가 더 힘들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서울에 바람 쐬러 간다는 마음으로 갔다. 결론적으론 서울대학병원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우리는 거절당했다. 다음 주 외래일정이 잡혀 있는 것과 상관없이 정신과 진료는 특히나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외래로 찾아가 당일에 진료를 볼 수 없겠는지 한번 더 사정을 해 보았지만 예약된 날짜에 와야 한다고 우리를 돌려보냈다.


아이는 이대로 집에 내려갈 수 없다며 오늘 꼭 입원을 해야 한다고 자기를 받아주는 병원이 있을 때까지 다녀보자고 했다. 서울대병원에 입원이 되기 전까지 무서워서 어떻게든 2차 병원 보호병동에는 가지 않으려는 아이의 마음을 잘 알기에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난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기로 했다.우리는 동선을 고려해서 먼저 버스를 타고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을 들렸다. 서울대학병원처럼 입구에서 바로 거절당했다. 그리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고려대학병원 응급실을 들렸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하는 수 없이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서 받은 명단에 있는 소아청소년을 받는 서울과 경기도 지역 2차 정신전문병원들에 모두 전화를 해 보았다. 예상과 달리 입원자리도 없을뿐더러 서울의 대형병원들처럼 외래예약도 가까운 시일에 잡히지도 않았다. 고려대병원을 나올 때 아이는 더 이상 걸을 힘이 없었는지 강남삼성병원에는 택시를 타고 가자고 했다. 아이의 상태를 보니 발작이 나기 직전처럼 보여 얼른 그렇게 하자고 택시를 불렀다. 한참 막히는 시간이었고 택시비도 많이 나왔지만 택시에 앉아서 그나마 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개의치 않았다. 나와 아이는 택시 안에서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아이는 도착할 때까지 꾸벅꾸벅 졸았다.


강남삼성병원에서도 입구에서 환자를 분류하고 응급실로 연결시켜 주는 간호사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아이는 울먹이며 발작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다급한 마음에 간호사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나도 진료도 입원도 안된다는 병원 측 상황은 잘 알겠어요. 하지만 우리가 집으로 가려면 아이가 진정제라도 맞아야 갈 수 있지 않겠어요!"하고 되려 맞받아쳤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엄마는 불을 뿜는 전투 용사가 된다. 나는 간호사와 기싸움을 벌였고 마침내 간호사는 항복하듯 다시 전화를 해 보겠다고 데스크로 갔다. 간호사는 입원이 안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면서 진료만 보고 가야 한다는 다짐을 우리한테서 받은 후에야 소아 응급실로 우리를 들여보내 주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섰지만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P.S.- 서울과 경기도 인근지역 소아정신전문병원들 명단을 공유하고 싶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네요... 죄송합니다. 혹시라도 찾게 되면 필요하실 분들을 위해 바로 올려드리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