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취준생의 하루하루
질투에 아주 잠식된 것 같은 일주일이었다. 질투가 이렇게 갈수록 심해지고 힘든 감정인지 몰랐다. 급기야 질투로 일상이 더 뒤틀리고 더 힘들어짐에 따라 나에게 고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앞으로의 미래도 더 힘들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화요일에 오전에 면접을 보았는데 면접이 생각보다 늦게 끝난 바람에 실습 기관에 정해진 시간 내로 못 가서 실습일이 하루 연장되었다. 나를 담당하는 실습 직원이 왜 면접이 있는 걸 말을 안 했는지 화가 난 듯한 말투로 물어보셨다. 나도 미리 실습 기관에 전화해서 늦게 갈 수 있음을 미리 고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면접이 진행되는 와중에 전화하기가 힘들었고 면접이 그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그렇게 실습 기관에 못 간 다음 날에 실습 기관에 도착하기 전에 근처 카페에서 마들렌을 여러 개 사서 전날에 실습에 못 나왔던 이유를 실습 직원에게 말씀드리면서 마들렌을 드렸다. 실습 기관에 있는 다른 직원들에게도 마들렌을 돌렸고, 실습생에게도 드렸다. 그런데 그날 내가 실습 기관에 도착하기 전에 그 실습생이 먼저 와서 기관 직원들에게 비싼 과자를 돌리셨다. 이때 나는 실습생으로부터 그 과자를 못 받았던 게 속상했던 것 같다. 다만 그 실습생이 실습 직원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나는 따돌려지는 것 같은 느낌을 들었고 나도 같은 날에 마들렌을 사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전날인 내가 면접을 보느라 나오지 못한 날에 실습생이 클라이언트와 있었던 일을 기관 직원들하고 얘기를 나누셔서 소외감을 느꼈고 몸통이 꽉 졸린듯한 갑갑하면서 가슴 한가운데로 근육들이 모이는 듯했다. 그런데 내가 마들렌을 기관 직원들에게 돌리니까 예상치 못했다는 듯이 실습생이 놀란 눈치였다. 그런데 내가 상대방의 이런 감정들을 세세하게 알아채려고 하고 살피려는 것이 나 스스로를 고통에 빠지게 하는 행동 같아서 자괴감이 들었다. 나의 이런 습관은 자동적인 것이라 막을 수 없었지만 막았더라면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번주 목요일은 실습생과 함께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날이었다.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할지 실습생분이 먼저 제안해 주셨고 필요한 준비물도 비용도 서로 반반 부담했지만 그 실습생이 준비물을 주문했기에 집으로 택배가 온 걸 가지고 와주었다. 그래서 감사했는데 다른 기관 직원들에게 본인이 준비한 프로그램이라고 너무 겉으로 표현하는 듯해서 타인인 내가 되려 창피했고 다른 기관 직원들이 그 실습자에게 그 프로그램이 좋은 것 같다며 호응해 줄 때 질투가 났다. 아무튼 클라이언트에게 준비물을 나눠주고 본격적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알려줄 때 난 클라이언트 옆에서 어떻게 하는지 직접 도와주고 있었고 그때 그 실습생은 기관 직원에게 이 프로그램의 결과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하면서 입으로만 클라이언트를 도와주는 체할 때 배알이 뒤틀리는 듯했다. 내가 어떤 클라이언트가 소외되는 것 같아서 쳐다보면 그 실습생이 나만 쳐다보는 것처럼 그 클라이언트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그럼 지나가던 기관 직원이 그런 실습생을 보고는 좋게 평가하는 것 같았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속으로 삭이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벌써 지친 느낌이 들었다 나와 친한 클라이언트가 결과물을 다 만든 것 같자 그 실습생은 어느새 그 클라이언트 옆으로 와서는 남은 준비물을 가져가도 괜찮은지 의견을 묻지도 않고 클라이언트가 다 만들고 남은 준비물을 가져갔다. 실습생이 그렇게 가져간 준비물은 실습생과 유독 친한 클라이언트에게 가져다주었다. 이 과정에서 이전 직장에서 같은 팀인 팀원들이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따돌리고 배척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나를 보호하고 와 친하다는 이유로 나와 친한 사람들이 따돌림을 받을 때 너무 힘들고 슬프기도 했다. 내가 그 실습생과 친한 클라이언트에게 다가가니까 내가 있던 곳과 거리가 먼 곳에서 다른 클라이언트와 이야기하고 있던 실습생이 빠르게 내 옆으로 와서 날 살짝 밀어내듯이 몸을 부딪혔다. 이전에는 그 실습생과 나는 서로 접촉한 적이 없었어서 그 실습생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집단에 들어가면 본인이 가장 돋보여야 하고 예쁨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실습생도 그런 부류로 느껴졌다. 나는 그 실습생을 질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한 달가량만 진행하는 실습이고 그 실습생과 내가 경쟁해서 누군가 한 명이 이겨서 이긴 사람만 통과가 되는 실습이 아니다. 그랬기에 그 실습생이 나와 경쟁하듯이 실습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전에 그 실습생으로부터 ‘처음에 기관 직원에게 잘 보이면 앞으로 실습할 때 편할 것이고 점수도 잘 받을 수 있다’라고 말은 듣긴 들었어도 과한 것 같았다. 통과만 하면 되는 실습에 이렇게 질투하고 경쟁하는 데에 에너지를 많이 쏟는다면 도대체 무엇이 이득인지 모르겠다. 약 1시간 동안은 실습 기관에 클라이언트들이 없어서 그 실습생과 매일 1시간 정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아 왔다. 그러나 그 실습생은 내가 뭔 말만 꺼내면 혼내듯이 말하고 내가 말하는 말끝마다 아니라고 말을 시작해서 이 대화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았지만 대화를 안 하는 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네가 대화를 안 하려고 하니까 이렇게 말도 못 하고 사람들과 소통을 못하는 거야’라는 나를 지적하는 말소리가 들린다. 실습생과 나는 서로에게 질투하는 상황 속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내게 점점 더 좋지 않고 불리한 상황들이 펼쳐지는 것 같다. 그 실습생은 원래 하던 직업군이 있어서 실습이 끝나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하는데 이 실습 기관에서 왜 예쁨 받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실습 기관의 기관장은 내가 힘든 일 하지 않게 하시고 맛있는 거 주시고 실습 끝나면 어떤 일 할 건지 물었다. 마침 이번주 금요일까지만 일하시고 그만두는 기관 직원이 있어서 '내가 여기서 취업을 제안받는 게 싫어서 저 실습생이 저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예쁨 받고 내게 좋은 일이 생기는 걸 막고 싶어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주에 면접보아서 실습 기관에 지각하는 바람에 실습일이 하루 연장되었다고 위에 적었는데, 그 면접에서 합격했다. 그래서 한 달간의 실습이 끝나자마자 바로 그다음 날에 일하기 시작한다. 내가 이력서를 꽤 넣었었는데 서류탈락도 꽤 했기에 이렇게 합격한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난 첫 직장의 직무로 계속 일해보고 싶었다. 일은 재밌었는데 주변 인간관계로 인해 일을 어쩔 수 없이 그만둔 것이어서 그랬다. 그리고 이전 직장과 같은 직무로 일을 하면서 이전 직장에서의 경험이 계속 떠오를 텐데 그 덕분에 그 경험들을 직접 마주하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작가 이청준의 ‘소문의 벽’이라는 책에서 주인공 박준이 사실은 전짓불이 과거 경험의 트라우마였는데 나중에 정신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전짓불 치료를 받고 박준은 도망쳤다는 내용이 떠올랐다. 그 소설의 박준처럼 나도 과거 경험을 직접 대면해야 되었기에 이렇게 첫 직장과 같은 직무로 다른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독이 될지 득이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직무를 하지 못하면 아쉬움이 크게 남을 것 같았다. 아무튼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갑자기 일하기 전에 채용을 취소하겠다는 연락을 받으면 어떡하지?’, ‘3개월간 수습 기간동안에 해고를 당하면 어떡하지?’, ‘적어도 1년은 다녀야 할 텐데 그 기간 동안 편안하게 다닐 수 있을까?’, ‘이 새로운 직장에서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도 이전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과 비슷하면 어쩌지?’와 같은 고민거리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고민해서 이 고민거리가 실제로 현실이 될까 봐 두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