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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열 Mar 07. 2025

재생 불가

part 1

현준은 사무실 의자에 앉아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였다. 형광등 불빛은 과하게 밝았고, 책상 위에 쌓인 종이 더미가 불필요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옆에 놓인 핸드폰을 흘깃 바라봤다.


‘카지노 쿠폰에게 연락해 봐? 아니, 이미 끝난 사이잖아. 내가 그런다고 달라질 게 없지. 그래도… 아니, 하지 말자. 음, 그런데 혹시 카지노 쿠폰도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자존심 때문에 먼저 연락 안 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하지만 마지막에 표정이 너무 싸늘했는데… 그거야 그때 너무 화가 나서 그랬던 거겠지. 그런데 그게 그렇게 화가 날 일인가…’


현준은 애써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아직 책상 위에 놓인 그녀의 사진이 시선을 붙들었다. 그의 손이 무심결에 액자를 집어 들었고, 사진 속 카지노 쿠폰의 환한 미소가 그를 더욱 헤집어 놨다.


‘아, 왜 이렇게 심장이 아프냐. 진짜 살갗이 찢기고 뼈가 부러져도 금방 낫는 몸이면 뭐해. 이깟 사랑이 남긴 상처는 전혀 호전될 기미가 안 보이는데. 카지노 쿠폰, 오빠 이렇게 약한 남자야. 너 하나 못 지키는 바보. 이렇게 못난 남자, 그래 잘 떠났다. 송지아. 너는 왜 그렇게 치명적이니…’


침대에 누워 긴 글을 썼다 지웠다 하다가 결국 보낸 문자, “자니?”

이불 킥을 하고 기다려 봤지만 끝내 답장은 오지 않았다.




사령부는 최근 잦은 비상소집으로 어수선했다. 일주일 전부터 상공에서 정체불명의 빛이 목격되었고, 이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었다. 부대원들은 북한 소행인지 아닌지 내기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도, 간간이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내비쳤다.


"대위님, 오늘도 비상 대기지 말입니다." 행정병이 건넨 말을 듣고, 현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씁쓸한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상황만 아니었어도 카지노 쿠폰를 만나러 가볼 텐데. 아, 근데 가봤자 뭐 하나. 날 만나줄 리 없잖아. 아니야, 의외로 반길지도 몰라. 어제 문자는 너무 성의 없는 접근이었어. 직접 가서 얼굴 보고 얘기해야 진전이 있든 말든 하지. 지금 얼굴 보러 가기 어려운 때라는 건 카지노 쿠폰도 알 거 아니야. 어떻게든 만나러 가면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기한테 와줬다는 사실에 감동하지 않을까…’


현준은 헛헛한 마음에 창문 너머 하늘을 바라봤다. 이제는 낮에도 별처럼 반짝이는 무언가가 여럿 보였다.


‘저건 진짜 뭘까? 나 같은 별종들이 태어나는 시대니까, 하늘에 저런 게 나타나도 이상할 건 없는 건가. 말세야 말세…’


기이한 현상의 영향으로 부대 내 긴장이 차츰 고조되었지만, 현준은 한 가지 목표만을 생각했다.


‘부대 밖으로 나가야 한다. 카지노 쿠폰에게 내 뜨거운 진심을 전해야 해. 아, 이 불같은 마음을 꺼내서 보여줄 수만 있다면… 어, 혹시 잠깐 내 심장을 꺼내서 보여줬다가 다시 넣어도 괜찮지 않을까? 아냐, 카지노 쿠폰가 기절할 거야.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퍼포먼스냐. 머리까지 어떻게 된 건 아닐까. 정신 차리자. 일단 지금은 외출 허가부터 무조건 받아내야 해. 박 소령님 제발 사랑스러운 부하가 꽃길만 걷게 해주세요…’


그는 상관인 박 소령을 찾아갔다.


"소령님, 현재 가족 건강 문제로 인해 오늘 오후 1시부터 3시간 정도 부대 밖으로 외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허락해 주신다면, 업무는 사전에 철저히 정리하겠습니다. 제 부재중에는 이 대위가 업무 인수받기로 했습니다.”


소령은 고개를 들어 현준을 바라봤다. "이유가 정확히 뭐야?”


"오늘 어머니가 수술 후 병원 진료를 받는 일정이 있어 제가 동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외출을 허락해 주신다면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박 소령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비상 상황이라곤 하지만, 두세 시간 정도는 괜찮겠지. 외출 시간 준수하고, 빨리 다녀와." 현준은 숨을 돌리며 경례를 붙였다.


‘카지노 쿠폰, 오빠가 널 만나러 가기 위해 이렇게 용기를 냈어. 금방 갈 게, 조금만 기다려줘. 나는 널 이렇게 허무하게 잃을 순 없다. 우리 함께한 지 벌써 3년이 넘었어. 우리 같이 만든 예쁜 추억이 너무 많잖아. 어딜 가든 너의 흔적이 가득해서 혼자된 내가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아…‘


그는 사물함 깊숙한 곳에서 안경을 찾아 꺼내 쓰고 서둘러 부대를 나섰다.



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의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현준은 문 앞에서 몇 번이고 머뭇거렸다.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손가락을 뻗었다. 딸깍, 문이 열렸다.


카지노 쿠폰가 화장기 없는 얼굴로 그를 마주했다. "현준 오빠? 왜 왔어?"


그는 살짝 놀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 카지노 쿠폰 얼굴이 왜 그… 아, 아니 화장 안 해도 예쁘네. 역시 천상 미인이구나. 어, 미안. 다름이 아니라 그냥… 할 말이 있어서." 그녀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문을 열며 그를 안으로 들였다.


"무슨 일이야?" 그녀가 매몰차게 물었다. 그의 눈길은 갈 곳 없이 방안을 서성이다가 겨우 그녀의 눈에 멈췄다.


"카지노 쿠폰, 나 아직…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우리 관계가 이렇게 끝나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 그때 네가 카페에서 박차고 나갔을 때, 나도 순간 화가 나서 널 붙잡지 않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네 말대로 너 무시하고 네가 얘기할 때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네가 어떤 심정이었을까 상상해 봤는데 무척 힘들었을 것 같아서 나도 후회되고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가슴이 너무 아프고 잠도 잘 안 오는 거야. 그래서 네게 사과하러 왔어. 정말 미안해, 카지노 쿠폰. 네 마음 헤아리지 못하고 너무 이기적으로 굴었어.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 나한테 마지막 기회를 좀 줘…"


카지노 쿠폰는 잠시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오빠, 나도 생각이 많아. 근데… 우린 너무 달라. 오빠는 늘 적당히 살려고만 하고, 난 그게 답답했어."


현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


‘네 눈엔 내가 그렇게 보이는구나. 초능력을 숨기고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야. 나도 나름 열심히 사는 거라고. 능력자들은 발각되면 정부의 관리 대상이 되잖아. 나는 가급적 조용히, 자유롭게 살고 싶어. 그래도 너에게만은… 구속 당하고 싶다…’


"그래도," 그는 간절히 말했다. "아니다, 이제부터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될게. 난 너 없이 못 살 것 같다, 카지노 쿠폰. 내 진심을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까? 응?"


카지노 쿠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가, 현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오빠 마음은 알겠어. 우리 다시 천천히 생각해 보자."


그는 계속 심장을 짓밟고 때리던 상실감이 잠시 뒤로 물러나는 것을 느꼈다.


“고마워, 카지노 쿠폰. 진심으로 고마워. 오빠가 잘할게. 앞으로 달라진 모습 보여줄게. 나 한 번 한다면 하는 남자야. 널 내 목숨보다 소중히 여길게. 내가 우리 미래를 위해 계획한 것도 있어. 앞으로 차근차근 보여줄 테니까, 기대해도 좋아. 카지노 쿠폰, 다시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마워. 나 진짜 잘할게. 잠깐 외출 나온 거라 이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오늘 밤 전화할게. 받아 줄 거지? 꼭이야. 나한텐 진짜 너밖에 없다. 오늘도 비상대기 상황인데 엄마… 아니다, 아무튼 사랑해, 카지노 쿠폰. 항상 행복하게 해줄게…”


“오빠”

“어, 카지노 쿠폰.”


“그리고 앞으로…”

“응 그래, 말해 봐. 내가 무슨…”


“말 좀 줄여. 오빤 말이 너무 많아.”


부대로 돌아가는 길, 하늘 저편이 이상한 붉은빛으로 물들었지만 현준의 마음은 후련하기만 할 뿐이었다.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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