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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태 May 06. 2025

무료 카지노 게임 끝의 기억

어젯밤에 손톱을 깎았다. 문제가 생겼다. 너무 바짝 깎았다. 오른손 엄지 끝이 무척 애린 아침이다. 나이를 적당히 먹은 후로는 거의 발생한 적이 없는데 웬일인지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면 아주 옛날엔 엄마가 손톱을 자주 깎아 주셨다. 학교에서 손톱 검사를 하기 전날 엄마의 당연한 의무 중 하나였다. 간혹 엄마가 손톱을 너무 바짝 깎아주면 학교에 가서 연필을 잡고 글씨를 쓸 때, 화장실에서 바지 자크 내리거나 올릴 때, 단추를 잠그거나 풀 때 많이 애렸다. 그땐 항상 집에 가서 만만한 엄마에게 투덜거렸다. 철없는 행동이었다. 그때마다 엄마는 미안해하시며 나에게 묻곤 했다.


- 지금도 많이 아퍼?


좌우당간, 엄마가 의무를 다하면 손톱 검사 시간엔 당당하게 손가락을 쭉 폈다. 그리곤 짝꿍 손톱을 힐끗힐끗 살폈다. 어쩌다 손톱 검사를 깜빡 잊고 엄마의 도움을 받지 못한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엔 나의 누런 이가 엄마를 대신했다. 날카로운 송곳니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앞줄에서는 대나무 뿌리로 아이들 손등을 때리며 선생님이 다가왔다. 박진감 넘치는 순간이었다.


어제 엄마랑 아빠랑 김장하기 위해서 군산 고향 집에 왔다.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아무래도 이번 김장김치는 유별나게 맛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오늘은 배추를 씻는다고 한다. 저녁 무렵에, 아랫목에 앉아 엄마 아빠 손톱을 깎아 드려야겠다. 엄마랑 아빠랑 손톱 끝엔 남아있는 애린 추억을 나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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