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출근하는 길 중에 가장 기분 좋은 코스는 갑천으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이다. 쌩하고 내려가니 페달을 밟을 필요도 없다. 간혹 페달을 힘껏 밟은 후, 더 이상 페달을 굴리지 않고 평지를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나 도전하곤 한다.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가는 날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내 마음 한쪽에 동심이 살아 숨쉬기 때문이 아닐지 생각한다.
비가 갠 퇴근 시간이다. 나는 자전거를 적토마로 상상하곤 우산을 휘젓는다. 입으로 갖가지 효과음을 내며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한다. 슈욱! 얍! 얍! 쨍! 쨍! 슈욱! 얍! 어느새 적은 나의 긴 창에 꼬꾸라지기 일쑤다.
언젠가 떨어지는 낙엽 사이를 달린 적이 있다. 물론 엄청난 효과음을 배경으로 긴 창을 휘두르며 전장을 휘저었다. 순간 앞에서 걸어와 나의 무료 카지노 게임를 지나치는 여고생 3인의 만담을 들었다. 그 아이들은 멀리서부터 나의 동태를 쉼 없이 살피며 걸어온 모양이었다. 한 아이가 말했고 두 아이는 키득거렸다.
- 봐봐! 어른이잖아!
- 헐!
오늘도 그렇게 나의 적토마를 타고 출근했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적토마에서 내려 말을 끌고 천을 건너야 하는 코스가 있다. 거기에는 징검다리의 돌과 돌을 연결한 철길이 있다. 난 적토마의 두 발을 철길에 올리고 물을 살피며 뚜벅뚜벅 걷는다. 큰 물고기 몇 마리를 보게 되면, 오늘 로또사? 말어? 하고, 잠시 고민하곤 한다. 오늘도 이런저런 생각으로 적토마를 끌고 가는데 저 앞에서 한 사람이 마주 오고 있었다. 그도 말을 한 마리 끌고 건너오고 있었다. 문제는 이 철길이 외길이라는 것이다. 무릇 장수들이 그러하듯 멀리서부터 우리 둘의 신경전이 팽팽했다. 급기야 천변의 물은 흐름을 멈추고 풀 벌레도 숨을 참았다.
- '내가 비켜? 말어?'
난 어깨에 힘을 싣고 무료 카지노 게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문득 며칠 전 나의 다짐이 생각났다.
- '그래, 착하게 살자!'
앞에서 성큼성큼 다가오던 그와 눈빛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난 무료 카지노 게임를 힘껏 들어 앞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순간이었다. 날 향해 오던 그 사람이 자신의 애마를 힘껏 들어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갈랐다. 그가 수줍게 허공에 말했다.
- 아니에요. 뒤에 자전거 많아요. 제가 옮길게요.
그랬다. 내 뒤를 보니 자전거를 끌고 오는 두 사람이 더 있었다.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잠시나마 호기를 부렸던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혹시나 멀리서 페달을 밟고 사라지는 저 사람을 다시 만나면 웃음을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