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훌쩍 커버린 동민이가 나와 이것저것을 경쟁한다. 내가 힘을 쓰면 이놈도 힘을 쓴다. 내가 목을 조르면 이놈도 내 목을 함께 조르며 버틴다. 옛날엔 동민이가 항복이라 외쳐댔지만, 요즘엔 내가 먼저 백기를 든다. 등치도 나와 만만해지니 팬티도 러닝셔츠도 내 것인지 아들놈 건지 헷갈린 지 오래다. 얼마 전 아내는 동민에게 하얀색 반 팔 러닝셔츠를 몇 개 사주었다. 며칠 전에는 내 것도 사 왔다. 아내는 내 것 안쪽에 검은 실로 바느질을 해서 표시 해 주었다. 새삼 느끼지만, 아내의 감각은 신의 경지다. 문제는 이 러닝셔츠가 허연 흰색인 데서 찾아왔다. 요사이 이것저것을 먹으며 다양한 색상으로 무늬를 수놓게 되었다. 물론 그 형태도 아주 다양하다. 참다못한 아내가 독백을 빙자한 핀잔을 주었다.
- 어휴! 내가 왜 흰색을 사줬을까나!
난 무료 카지노 게임의 잔소리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민첩하게 대꾸했다.
- 여보! 천연 무료 카지노 게임 중이야!
- 무료 카지노 게임한 옷! 어디서든 보여주지 마!
- 보여줄 데가 어딨어! 여보!
다행히 무탈하게 지나갔다. 한가로운 휴일 오후 점심시간이다. 아내는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볶음밥을 했다. 계란프라이를 해서 척 올려준다. 다시금 무료 카지노 게임 시작이다. 으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