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카운트다운
남편이 2층에서보호자 수속을 마친 뒤, 우리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러 다시 1층으로 이동했다. 항상 급한 남편은 시계를 연신 보며 캐리어를 끌고 앞장서서 바삐 걸어갔고,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병원의 긴 복도를 걸으며, 내 마음도 천천히 입원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순번을 뽑고 기다리는 동안 나는 긴 설문조사와 마주했다. 탭에는 100개가 넘는 질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병력과 가족력을 꼼꼼히 묻는 문항들 속에서, 나는 지난 수십 년 전의 시간들부터 되짚어 보며 먼지 같은 기억의 단편을 억지로 잡아서 떠올렸다. 남편은 옆에서 TV에 흘러나오는 입원 안내사항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겨우설문조사를 마치고 간호사를 불렀다. 상담실로 들어가자 간호사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시 알아야 할 내용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TV 안내사항을 다 본 후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실로 올라가라고 했다. 남편은 이미 TV를 다 봤으니 그냥 올라가겠다고 했고, 간호사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차분히 말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한 동안 꼭 필요한 정보이니 끝까지 보고 올라가세요." 환자인 내가 하나도 보지 못했는데, 본인이 봤다고 올라가겠다는 말이 무슨 의미일까. 남편의 참을성이 거의 끝에 다다른 것을 눈치챘기에, 나는 한숨을 삼키며 그의 짜증 어린 표정을 조심히 살폈다. 불편한 마음으로 TV 내용을 끝까지 보며,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고 애쓰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에 도착하자, 복도에 주욱 놓인 이동침대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창백한 형광등이 비추고 있는 낯선 공간이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병동 문 앞에서 출입 버튼을 누르니, 푸른 간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하면서도 낯선 병원의 알코올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일요일 오후의 병동은 차분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간호병동 앞에는 교수들 프로필 사진과 주요 경력이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담당의 사진을 보니 반가워서 읽고 또 읽어보았다. 남편은 보호자가 상주해야 하는지 간호사에게 재차 질문했고, 간호사는 상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정이 있으면 잠시 외출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답했다. 남편이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실도 조용했다.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겨울 햇빛이 희끄무레하게실내를 비추고 있었다. 햇빛이 비칠 때 떠오르는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을 만큼, 입원실은깔끔했다. 침대는 두 개. 침대에 달린 모니터는 비닐도 떼지 않은 새것이었다. 나는 짐을 풀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수술을 위해 반팔로 입었더니, 소매가 드러난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얼른 긴 팔 환자복을 어깨에 걸쳤다.
이후 간호사들은 수시로 병실에 드나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나는 다시 간호사실로 가서 호흡기구 사용법을 배우게 되었다. 따라오지 않고 데스트 밖에 있는남편을 불러자리에 앉혔다. 호흡기구는 두 종류였다. 아이들 장난감처럼 생긴 숨을 내쉬는 기구와, 담배 파이프처럼 생긴 숨을 들이마시는 기구를 보니 만감이 교차카지노 게임 사이트. 앞으로 한 시간마다 10분 동안꼭 쓰면서 익숙해져야 할 기구들. 연습을 해보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숨쉬기 동작에 기구 안의 볼이 원하는 위치까지 매끄럽게 움직이지 않았다. 원래도 폐활량이 크지 않은 터라, 후후의공중에 띄운 노란 볼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몇 번 연습을 반복한 후 다시 카지노 게임 사이트실로 돌아왔다.
남편이 복도를 한 바퀴 걸어보자고 했다. 수술 후 내가 걸어야 할 길을 미리 익혀두자는 뜻이었다. 병실 안쪽 복도로 갈 때는 희미한 음식 냄새가 풍겼다. 보호자들이 음식통을 들고 지나갔다. 병동 벽에 칠해진 연한 레몬색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간간히 링거대를 붙잡은 환자들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복도는 넓어서 지나가는데 아무 문제는 없었다.
출입문을 지나 휴게 공간에 나가니, 한쪽 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밖이 훤히 보였다. 저 멀리 눈 쌓인 산들과 나지막한 빌라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넓은 공간이었지만, 빈자리는 없었다. 남편은 돌아가는 길에 매점에서 생수를 사 오겠다며 나섰다.
혼자 카지노 게임 사이트실로 돌아와 침대에 앉았다. 침대에 부착된 작은 모니터를 조작해 보았다. 최근 종합병동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했던 때가 둘째를 낳을 때였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다시 카지노 게임 사이트해 보니 병원의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병원 안내, 내 일정, 전달 사항, 검사 목록,병원비 중간 정산까지 모니터를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병실에 있던 공용 TV가 사라지고 개별 모니터로 방송을 볼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조용히 쉬고 싶었던 나에게는 그 점이 작은 위안이 되었다. 아, TV가 없어져서 병동이 더 조용하게 느껴졌나 보다. 모니터의 도입으로 병원의 행정 업무나 간호사의 환자 응대 업무도 조금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다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시선을 고정했다. 눈 덮인 산과 주택가는 평온한 장면이었지만, 마음은 복잡해졌다. 이내 간호사가 다가와 말했다. "조금 후 수술을 집도하실 교수님이 직접 오셔서 설명해 주실 겁니다. 다만, 교수님 대신 다른 선생님이오실 수도 있어요."
나는 놀라서 질문을 던졌다. "보통은 담당 교수님이 직접 수술 집도에 대해 설명하시나요?"
간호사는 방긋 웃으며 말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니요, 보통은 그렇지 않아요. 이번 경우는 특별한 경우예요."
역시. 이전 경험을 떠올려 보면 보통 레지던트가 수술 설명을 담당하고 서명을 받았었다. 그런데 교수님이 직접 설명해 주신다니, 내 수술을 맡아줄 의사에 대한 신뢰가 조금 더 높아진다. 어쩌면 최근 의료대란으로 인해 레지던트가 부족한 현실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병원과 처음 관계를 맺었던 때가 떠올랐다. 진료예약을 하기 위해 연락했을 때, 이미 빈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흉부외과에서 가장 빨리 진료를 볼 수 있는 의사로 선택했기에 조금 불안했었다. 내가 찾아봤던 명의에게 수술을 받고 싶었지만, 수술 일정도 중요했다. 담당 의사에 대해서만 조사해 보았는데, 중년의 나이에 수술 집도 현황을 실시간으로 일본 의료진에게 생중계했던 이력이 있어 남달라 보였다. 천군만마를 만난 기분이 들어 안심했던 기억이 났다. 의사를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남편은 여전히 매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이 간호사가 들어와 혈압을 측정하고 링거를 놓았다. 내일 수술을 대비해 대바늘을 미리 삽입해야 한다고 했다. 내 혈관은 잘 보이지 않았다. 대바늘이 내 팔을 찔렀다 빠지는 순간마다 따끔한 고통이 스며들었다.간호사는 네 번이나 실패한 끝에 겨우 바늘을 제대로 꽂았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친 남편이 돌아왔고 우리는 교수님을 만나 인사를 했다. 외래진료실에서보던 의사 선생님을 입원병동에서도 보니 반가웠다. 낯선 공간에서 유일하게 아는 얼굴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곧수술에 대한 걱정에 다시 긴장되었다. 내일 담당 교수님에게 예정된 수술 환자는 총 8명, 그 중 나는 다섯 번째였다.
교수님은 수술 방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몸의 세 군데를 뚫어 폐강경으로 식별하며 수술한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결절이 재발하지 않도록, 결절로부터 안전거리를 계산해 폐의 절반을 절제할 예정이란다. 폐 주변 림프절도 함께 제거한다.재발 위험과 안전을 확보하려면 충분히 잘라낼 것이라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리고 수술 중떼어낸 폐는 바로 옆에서 조직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바로 폐결절에 대한 병명이 확정된다고 하였다. 폐 결절일지 폐암일지, 드디어 내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든 설명을 들은 후 수술 동의서에 서명했다.
간호사는 내일 오후 3시쯤 수술이 예정되어 있지만,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했다. 보통은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덧붙여주었다.
남편은 내일 아침 회사에 가고 오후에만 반차를 내기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출근 준비를 위해남편이 집으로 가자, 나는온전히 혼자가 되었다. 그날 처음으로 제대로 쉬는 시간을 맞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점점 어두워지는창밖을 보자 내 마음도 어두워졌다. 정말, 수술은 하고 싶지 않았다. 담대한 나는 수술이 두렵지는 않았다. 내 몸에 칼을 댄 적이 한두번도 아니다. 다만, 수술한 다음에 숨 쉬는 것이 힘들다는 의사의 말에 수술 후가 두려워졌다.
불현듯,젊은 시절의 활발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건강했던 시절,건강의 소중함을 미처 몰랐다.내 몸을 더 아끼고 소중히 했어야 했는데...
이제 영영 건강했던 시절로 돌아가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좋아지지 않을까?
언젠가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단거리 마라톤 대회에도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깊이 호흡하며 수 킬로미터를 자연스럽게뛸 수 있올까...
그런 날이 다시 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숨 쉬는 것이 힘들어진다 해도, 언젠가 다시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고.
내가 노력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나는내일을 마주하기로 한다.수술 후 찾아올 고통을 담담히 마주하기로 결심한다.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 그것이 인간을 살아가게 한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가 살아야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사명이 나를 살게 한다(주 1).
눈을 감았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불빛, 간호사들의 두런거리는 소리, 병동의 정적과 소음이 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잠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내일이 오면 나의 모든 것이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다.
주 1)빅터 프랭클,『죽음의 수용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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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pexels.호흡기구는 직접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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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화~일 브런치북을연재합니다. 당분간 몸이 회복되는 동안 시간을 고정하지 않고 연재할께요.
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위하여 /brunchbook/growth2025
목: 숨은 얕아졌지만 담담합니다/brunchbook/lungc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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