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마음
내가 의원면직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이야, 부럽다. 뭔가 대단한 계획이 있다는 거 아니야.”
그런 말을 들으면 공격을 당한 고슴도치처럼 몸이 움츠러든다. 가장 듣기 싫은 말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무언가에 찔린 것처럼 마음이 아렸다. 사실상 계획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황당띠용한 사람이 또 있을까. 자기 계발서 딱 두 권을 읽어보고 손쉽게 의원면직을 결심했다. 물론 단번에 결심하기까지 많은 원인들이 몇 겹의 레이어처럼 층층이 쌓여있었다. 거창한 계획 따위 없다. ‘이렇게 돈을 벌 것이다’ 싶은 커다란 줄기 하나는 있었지만 곧 끊어질 것처럼 아주 미약하여 그것만을 바라보고 교직을 그만둔다기엔 무책임한 건 사실이다.
면직을 그만두자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를 돌이켜보자. 책을 읽다가 머리에 전구가 반짝거렸다. 한참을 고장 나 있던 필라멘트. 다시 켜지리라 기대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나만의 전구를 포근히 품에 안고 살아왔다. 바로 그 전구에 불이 붙은 것이다. 동시에 가슴에도 불이 붙었다. 너무 뜨거워서 엎드려 책을 읽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내가, 감히 내가 교직을 그만둔다는 마음을 먹는다고?’
대체 자존감이 얼마큼 바닥이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어떻게 내 주제에, 나 따위가 교직을 떠날 수 있겠어? 따박 따박 나오는 월급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하고 저녁 7시에 퇴근해야지. 지나치게 고마운 이 직업에 나는 매일 엎드려 절을 해야 하며 어떤 불만이 있어도 감내해야 해. 교직은 참 좋은 직업이거든. 사람들이 그랬어. 넌 꿀 빠는 거라고. 밖에 나가면 지옥이란 말이 괜히 있을까. 이 편안한(실상은 결코 편하지 않은) 울타리 안에서 오랫동안 빌붙어 있으려면 시키는 대로 잘하고 일신상의 안위를 위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자.-그런 마음에 불어닥친 미풍이었다. 미풍은 곧 거센 강풍으로 바뀌었고, 생각에 휩쓸리지 않도록 온몸에 힘을 주어 꽉 붙잡아야 카지노 게임 추천.
경기가 아주 어렵다. 애호박 하나를 사려고 해도 손이 떨린다. 배달 음식 한 번에 5만 원이 사라진다. 외식 한 번에 10만 원이 훌쩍 날아간다. 이런 불경기에 안정적인 직장을 때려치운다고 하니 모두들 계획이 궁금한가 보다. 같이 근무하는 동기는 나를 보자마자 드디어 가지고 있던 코인이 떡상을 했느냐며 장난으로 물었다. 하지만 치솟던 코인은 계엄과 함께 나락으로 처박혔는걸... 사실 계획이 없다. 없는 게 맞고 없어야 한다.
그렇지만 안정적인 삶이 매우 익숙해서 그런지 곧 사라질 울타리 안에서 새로운 울타리를 만들기로 했다. 부동산도 없는 나는 온라인에 건물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20년간 지속해 왔던 블로그 포스팅에 열을 올렸다. 학교 일상을 올리고 개인 일상도 올렸다. 그러는 동안 소심한 재능을 보였던 만화에도 다시 손을 대어 그리기 시작했다. 브런치에는 무려 두 개의 시리즈를 연재했다. 연재의 형식을 선택했으니 일주일에 각각 2회씩, 총 4편의 글을 올려야만 했다. 동시에 인스타그램에 각종 사진을 업로드하며 유튜브를 고민했다. 어떤 영상을 찍을까 하다 일단 접근이 쉬운 쇼츠부터 제작하기로 한다. 최근엔 ‘스레드’라는 플랫폼이 인기라고 하여 여기에도 손을 대어 본다...
교직을 정식으로 그만두지도 않았는데 투잡을 뛰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교재 연구 및 기타 성적 처리를 미리 해두어서 시간이 남아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16년의 마무리를 거지같이 할 뻔카지노 게임 추천. 어린이들이 하교하면 즉시 뒷문을 걸어 닫고 글을 쓰기 바빴다. 퇴근하면 영상을 편집하고 아까 쓴 글을 퇴고한다. 주말에는 자다가도 일어나 만화를 그려야 카지노 게임 추천. 그렇게 굴러가도록 만들어두었다. 처음엔 울타리를 만들고자 했는데 완성하고 나니 쳇바퀴였다. 내가 굴린 만큼 바퀴는 힘차게 돌았다. 그래서 달렸다. 더 많이, 더 빨리. 어디에서든 살아남고 싶었다. 그런데 밟고 또 밟아도 제자리에 있는 듯카지노 게임 추천. 무언가 바쁘게는 하는데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자꾸 지쳤다. 쉴 시간이 사라졌으며 머릿속은 ‘뭐가 돈이 될까’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버렸다. 지우개로 여유를 벅벅 지워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이 눈치챘다.
글에는 쓰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철학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읽다 보면 만나지 않아도 이 카지노 게임 추천의 깊이와 여유를 알 수 있게 된다. 카지노 게임 추천들은 내 글에서 조급함을 읽었다. 그때서야 나 역시 광풍에 휩쓸려버린 마음을 깨달았다.
“왜 자꾸 뭔가를 해야만 하나요? 안 하면 안 돼요?”
이 댓글 한 줄이 나에게 많은 생각 덩어리를 안겨주었다. 그래. 면직한 이유의 50%는 쉬고 싶어서였어. 하기도 전에 달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서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삶. 그게 내가 살아온 삶이었고 정답이었다. 그렇게 살아왔기에 교사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고, 덕분에 교사를 그만둘 수 있었다. 쳇바퀴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한 면직을 쓸모없이 만들고 있는 건 바로 나. 바퀴는 언제까지고 계속해서 굴러갈 것이다. 이제 나만 내려오면 된다. 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