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6
멀티태스킹
'엄마'라 불리는 사람만큼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빨래를 하다가 우는 아이를 돌본다. 울음이 간신히 그치면 밥을 지으러 부엌 쪽으로 향하다 바닥에 떨어진 먼지를 줍는다. 쓰레기통에 손이 가 닿기도 전에 쌓여있는 설거지가 보인다. 설거지를 하다가 부글부글 끓는 냄비 속 국물이 넘칠까 부지런히 젓는다. 특히 아이가 영유아 때라면 엄청난 멀티태스킹 능력을 소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자식이 쉽게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어떨까? 생각해 보니 엄마보다 더욱 정밀한 멀티태스킹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집에서 돌보는 아이는 하나 또는 둘, 많아야 셋인데 교실엔적어도 10명 이상이다. 학부모 전화를 받으며 아이에 대한 정보를 업무일지에 휘갈겨 적다가 메신저로 온 업무를 대충 눈으로 확인한다. 하필 당장 내라는 공문이라 서둘러 작성하다가 수업이 시작된다. 일단 멈추고 교과서를 펼라치면 눈앞에서 아이 둘이 멱살을 잡고 있다. 너희 둘, 따라와. 누가 싸우래...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상황. 왜 나는 실내에서 일하는데 하루 걸음 수는 늘 만 보가 넘어 있을까? 종종거리며 돌아다니다 보면 만 보는 금방이다.
수업 초반에 발휘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살펴보자. 지금은 2교시. 종이 울리고 교과서를 폈으나 누군가는 펴지 않았다. 모두가 한꺼번에 오늘 배울 쪽을 알아서 펴는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다. 아예 책도 꺼내지 않은 아이에게 다가가 지금 수학시간이라고 말하자마자 1모둠 아이가 필통을 와장창 떨어트린다. 너희 집, 문구점 하니? 묻고 싶을 만큼 아주 많은 학용품을 팔뚝 만한 필통에 넣어 다니더니 오늘 기어코 바닥에 쏟아부었다. 수학 책을 서랍에서 함께 꺼내주고 쪽수를 확인하면서바닥에 널브러진 연필들을같이 줍는다. 그래도 옆에서 주워주는 친구들이 있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3모둠 한 아이가 연필이 부러졌다며 벌떡 일어나 뒤로 가 연필깎이에 연필을 꽂아 넣는다. 덜그럭 달그락 소란스러운 기계 소리가 울려 퍼진다. 동시에 4모둠 끝에 앉은 아이는 쉬는 시간 동안 내내 놀다가 화장실을 가지 못했다며 다녀와도 되냐고 묻는다. 수업이 이미 시작되었으니 가지 못하게 막는다면 이 또한 아동학대에 포함이 되므로 어서 다녀오라 매섭게 말한다. 이 소란스러운 틈을 타 2모둠에서 두 아이가 커터 칼 모양의 지우개로 드르륵 소리를 내며 장난을 친다. 내 저놈의 지우개를 갖다가 그냥, 확! 뒷문이 열리며 아이가 화장실을 향해 나간 사이 지우개 두 개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눈빛과 함께 서랍 밑으로 사라진다. 이 모든 일들이 정확히 1분 안에 벌어지고 2분째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목소리를 가다듬어 큰 소리로 말을 내뱉는다. “3학년!” 아이들은 학기 초 훈련한 대로 자동반사적으로 대답한다. “1반!”이 난장판을 5초 만에 정리하고 “54쪽에 풍선 그림이 나와 있는 것 보이나요?”라는 질문을 하며 매끄럽게 수업의 세계로 돌진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수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된 각종 업무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있는데 멀티태스킹 능력은 여기에서도 요구된다. 몇 년 전, 내가 맡았던 직책은 부장 카지노 게임 사이트였다. 교무부장, 연구부장과 같이 딱 떨어지는 이름 없이 애매한 부장. 표기되어 있는 정식 명칭은 ‘방과 후체육부장’이었다. 이때 맡았던 업무를 나열해 보자면 방과 후 업무, 돌봄 업무, 원어민 카지노 게임 사이트 관련 업무, 영어 교육 업무, 체육 관련 업무, 안전 관련 업무 그리고 또... 그러니까 교무, 연구, 생활업무를 제외한 대부분을 한꺼번에 맡고 있었다. 공무원의 세계에서는 일의 크기를 줄여도 개수를 줄이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업무가 많았으니 일단 출근을 해서 컴퓨터를 켜면 나에게 배정된 공문부터 확인한다. 오늘 처리해야 할 공문은 10개. 당장 보고할 수 있는 것들은 엑셀 파일과 함께 모아둔다. 아 맞다, 오늘 과학 수업에 실험 도구가 필요하니 수업 준비도 미리 해놓아야 한다. 공문 관련 파일을 복사하는 동안 과학실에 부리나케 달려가 실험 도구를 챙겨 놓는다. 오후에는 안전 교육 담당자 연수가 잡혀있다. 출장 나가기 전에 모든 일을 끝내놓아야 한다. 다음 달에 화재 예방 훈련이 있으니 인근 소방서에 연락해 일정을 잡아야 한다. 소방서에 전화하려는 찰나 교장선생님에게서 호출이 온다. 방과 후 부서 개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시단다. 서둘러 문서를 집어 들고 교장실에 가려는데 갑자기 원어민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문자가 왔다. 오늘 감기가 심해 출근을 할 수 없다고. 이럴 경우 병가는 내가 내주어야 하는데 나는 설명도 해야 하고 공문도 보내야 하고 소방서에 전화도 해야 하고 20분 뒤엔 1교시가 시작되고... 오후에 하면 되지 않냐고? 오후엔 안전 연수 들으러 출장 가야지! 아오! 정말 내 몸이 딱 3개였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멀티태스킹 능력이 빛을 발하는 때는 현장 체험학습 날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데리고 어딘가로 놀러 가 본 엄마들은 알 것이다.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아이들의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그리고 실시간으로 기가 빨리는 자신의 모습을. 하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빨려가는 기를 붙잡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행동한다. 버스로 이동하는 체험학습이 많다 보니 안전벨트 착용이며 멀미약 복용에 대한 확인은 필수. 하차할 때 두고 내린 물건은 없는지, 특히 덥다고 벗어놓은 겉옷과 핸드폰은 잘 챙겼는지 두 번, 세 번 확인하고도 모자라 뒷자리부터 꼼꼼히 다시 훑는다. 체험학습 장소에 도착해서는 사진과의 전쟁이다. 평소 반 아이들의 활동 사진을 자주 올리지 않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 하더라도 이런 특별한 날에는 여러 장을 찍어 학급 SNS에 게시하기 마련이다. 얼굴이 잘리지 않게, 활동하는 장면이 잘 보이게 사진을 찍는다. 무턱대고 대충 찍어 올리면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하므로 일단 많이 찍어둔다. 그 사이 넘어져서 다친 아이가 있다면 보건실에서 가져온 구급함을 열어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준다. 많은 아이들이 넘어져 무릎이 까졌다고, 손바닥이 아야 한다고 다가온다. 이렇게 많이 넘어지면서 학교 복도에선 어쩜 그렇게 잘 뛰어다녔니. 간이 보건실이 되어 치료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된다. 여기서 소외되는 아이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신념 하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돗자리를 여기에도 펴주고 저기에도 펴주며 무리 짓는 아이들 사이에 쭈뼛거리는 아이 몇을 끼워 넣는다. 간신히 ‘모두가 친해 보이는’ 장면을 만들고 사진을 찍고 나면 그제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점심을 바람처럼 먹는다. 그리고 이때부터 안전에 대비해야 한다. 들어간 게 있으면 나오는 것도 있기 마련. 한껏 즐겁게 뛰다가 토하는 아이도 있고 체하는 아이도 생긴다. 뛰다가 넘어지는 건 일도 아니지. 여기에 대비해 구토용 비닐과 급체약도 미리 챙겨두었다.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구토물에서 신선한(?) 냄새가 난다. 이걸 치움과 동시에 다른 아이들이 여기에 관심을 갖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끔 놀리는 친구들도 있기 때문에 조용히 처리하며 손과 얼굴을 씻긴다. 그 와중에 다친 아이가 또 생긴다면 이것은 낭패다. 겨우 일정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돌아가면 다시 한번 제발 물건 놓고 내리지 말라 다그친다. 버스에서 내려 아이들을 하교시킨 뒤 교실로 돌아가면 하루 동안 진행한 멀티태스킹에 온몸이 저릿하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멀티태스킹을 유능함의 지표로 알았다. 이 일도 했다가 저 일도 하는, 몹시 바빠 보이는 장면. 바쁜 것은 일이 많다는 것이고, 일이 많다는 건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알고리즘으로 인해 한때는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방법론이 책으로 나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같은 수준으로 처리하는 게 아닌, 이 작업에 집중하다 다른 작업으로 넘어가 집중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집중력의 80%가 소실된다고 한다. 그럼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뭐야. 하는 일의 대부분이 오후 2시 안에 멀티태스킹으로 몽땅 이루어지는데. 남아있는 내 미래는 치매뿐인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근무 시간은 8:30~16:30이다. 일찍 끝나니 얼마나 좋으냐.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8시간 중 6시간에 집중력과 에너지를 휘몰아 넣는 신기한 직업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자 엄마인 나는 하루종일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시점에서 교직을 빠져나온 나는 앞으로 이렇게 정신없이 바쁘게 살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쓸 때엔 글만 쓰고 싶고, 설거지를 할 땐 설거지만 하고 싶다.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해내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일을 16년 6개월 동안 줄기차게 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