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혜성 Aug 19. 2024

안녕, 카지노 가입 쿠폰

2화백설기

카지노 가입 쿠폰에는 나를 포함하여 11명의 조리실무사가 근무한다. 그 중 기차 화통을 삶아 드신 듯 목청이 남다른 조리장님과 일 잘하고 화끈한 혜진 언니는 죽이 참 잘 맞는 사이다. 조리장님은 예순에 가깝고 혜진 언니는 마흔 여덟이다. 열두살의 나이차라고 하지만 그 둘은 언니 동생하며 막역해 보였다. 참!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선생님이다. ‘야’, ‘너’ 하는 호칭보다야 격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업무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선생님은 참 거추장스러운 수식어일 뿐이다.

혜진 언니는 당일 들어온 재료를 훑어 보고는 조리장님께 어떠한 반찬이 먹고 싶다고 조르기도 하는데 그런 귀찮은 요청에도 조리장님은 기쁘게 그리고 기꺼이 맛깔스러운 반찬을 해주셨다. 그렇다고 당일 아이들이 먹을 재료를 미리 축낸다는 오해는 절대 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가 사용하는 재료는 당일 재료들의 귀퉁이들이다. 버려지는 귀퉁이들이 못내 아까운 아줌마들의 지혜로 만들어진 평범을 거부하는 요리다. 특히, 표고버섯기둥 조림, 브로콜리 기둥 초무침, 말해 무엇하랴 그 어디에서도 먹을 수 없었던 진귀한 음식이다. 표고버섯이 국거리 재료로 들어오면 손질할 때 가위로 기둥을 자르는데 버리는 버섯기둥만 대형 스테인리스 소쿠리로 하나가 넘는다. 그런데 이것들로 조림을 하면 그 쫄깃한 식감에 반해 버린다. 평상시 나는 버섯기둥을 버리거나 가끔 된장국 육수 내는 용도로 모으기도 하지만 이 하찮은 재료로 무얼 해보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브로콜리 기둥 초무침도 마찬가지다. 아마 이 반찬들은 버려지는 어마어마한 식재료의 부산물들을 뛰어난 아이디어로 아껴 보고자 한 엄마들의 지혜로 만들어진 것이니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 향토음식이라 할 수 있다.


누가 봐도 혜진 언니는 조리장님의 오른팔이다. 안전과 위생을 필두로 한 주방일은 기강이 센 편이다.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카지노 가입 쿠폰에 조리장님의 오른팔 혜진 언니는 조리장님과 같이 큰 목소리와 화끈한 성격 그리고 엄청난 근력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의 업무를 앞서서 이끌고 있다. 순환 근무를 하는 공무직이기에 14년 차 조리장님은 이 학교로 발령받으신 지 1년이 조금 넘었고, 혜진 언니는 조리 실무사로 종사한 지 1년이 안 되었다. 조리장님은 워낙 경력이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베테랑이고, 혜진 언니는 몸을 불사르는 듯 일하여 빠른 시일 내에 카지노 가입 쿠폰의 만능 해결사로 등극하여 조리장님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출근 첫날, 세척실을 경험했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 냄새와 눈앞에 펼쳐졌던 기이한 광경. 희뿌옇게 피어오르는 뜨거운 수증기, 시끄러운 환풍기 소리, 왕왕대는 식판 세척기 소리, 우당탕 세척실로 밀고 들어오는 퇴식대와 잔반통들. 수 십 개의 바트들과 끝도 없이 밀려 들어오는 식판들. 무엇보다도 국을 담는 국 운반카를 발로 탁 걸어 넘어뜨려 남은 국을 하수구망에 쏟아내는 기인열전과 같은 장면은 문화충격이었다. 이런 일을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 어느 것 하나 젖먹던 힘을 요하지 않는 일이 없었다. 우스워 보이는 식판 한 장도 스무 개 정도 모이면 손목이 욱씬 거릴 정도로 무거웠다. 여기에서 ‘난 연약한 여자랍니다’라고 말카지노 가입 쿠폰 여인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그 날, 나를 구해준 사람은 명자 언니였다. 세척실 개수대 밑에 쪼그리고 앉아 남은 음식을 정리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퇴식대를 거칠게 밀고 들어왔고 미쳐 나를 보지 못했고, 그 순간, 언니는 소리쳤다.


“여기, 사람 있어요.”


그날 퇴식대에 밀려 깔려 죽지 않은 게 다행이거나 솥단지에 빠지지 않은 게 아니면 하수구에 빠져 다리가 어떻게 되지 않은 게 신의 도우심이었다.그날 이후로도 여러 번 최고 연장자인 현주 선생님께서 내게 말카지노 가입 쿠폰.

“혜성아, 비켜라. 국솥에 빠진다.”


처음 조리 실무사 지원서를 냈었을 때, 학부모총회와 겹쳐 면접에 응하지 않았다. 하필 면접 날이 중학교 입학한 큰 아이의 학부모 총회 날과 겹쳤다. 아이의 중학교 생활이 궁금했기에 그 날 면접을 포기했다. 그러고 나서 한번 사정 얘기를 할 겸 전화라도 하여 기회가 있나 담당자와 통화를 했는데 매달 채용을 한다고 했다. 그때 알아챘어야 했다. 왜 매달 채용을 할까 의심을 해 보았어야 했다. 이 동네는 학교마다 학생 수가 많아 급식 일이 무척 힘들어 지원자들이 합격을 해도 버티질 못해 늘 결원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때 나는 매 달 채용을 한다는 그 소식이 왜 희소식으로 들렸을까. 평소 먹는 거에 진심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중에 눈치 빠르고 일 잘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4년 차 카지노 가입 쿠폰실무사인 미현이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혜성아, 너 바보야? 왜 계속 그 현수막이 걸려 있겠어? 왜 매 달 뽑겠니? 사람이 안 오니까 왔다가도 도망가니까 그렇지.”


그 녀석은 작은 체구에 깡다구인지 악다구니인지 일을 얼마나 재빠르게 잘하는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별 다섯 개 줘야 하는 오성급 조리사다. 그 녀석은 일 하는 내내 힘이 되는 녀석이었다. 일을 하나도 모르는 나랑 짝이 되어 거의 탕수육을 혼자 튀겼던 날도, 조리과정이 번거로워 밥도 못 먹고 세척실까지 혼자 감당했던 삼치데리야키엿장구이를 했던 날도 인상 한 번 쓴 적이 없다. 한 마디 한 마디 무심코 던지는 말이 제법 세월의 연륜을 느낄 수 있는 아이다. 아무리 나이는 동갑이라 해도 벌써 대학생 자녀를 두었으니 인생 선배임을 무시할 수가 없다. 작은 체구에 짧은 똑 단발머리가 찰떡인 그 녀석은 카지노 가입 쿠폰의 보배다.


어쨌든 그 교육청 담당자는 지원서를 다시 보내라고 했고 보낸 지 한 시간도 체 안 되어 바로 전화를 했다. 그는 가까운 초등학교에 결원이 있는데 가보겠냐며 낚싯줄을 냅다 던졌다. 그리고 나는 그 미끼를 단 번에 물었다. 급식실 대체인력으로 생 초보를 누가 쓸까하지만 초보들이나 일의 노동 강도에 대해 정보가 없어 1600인분의 음식을 만드는 전쟁통인지 난리통인지 모를 조리실에 일하러 간다하는 것이지 경력있는 실무사들에게 그런 곳은 유배지나 다름없어 절대 가고싶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생 초보는 식수 많은 학교에 적격인 호구다. 그러나 정작 일을 하고 있는 조리 실무사들에게 초보는 전혀 반갑지 않다. 손발이 척척 잘 맞아도 될까 말까 한 조리실에 생초보 대체인력이라니 가르치기 귀찮은 게 당연했다. 조리 실무사 언니들이 첫 만남에 과할 정도의 반가움을 표했지만 도움이 전혀 안 되는, 대체인력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생 초보였던 나에게 칼자루라도 쥐어 준 게 고마울따름이었다.

첫 날, 도저히 이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날부터 한 달 동안 이 일 저 일 적도 없이 오고 가며 일했다. 설거지가 쌓여 있으면 설거지를 하고 숟가락이 쌓여 있으면 숟가락을 닦고 누군가 보기에도 버거운 걸 들어 올릴 때 쫓아 가서 거들었다. 그렇게 허드렛일 중의 허드렛일을 했고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더러는 나를 두고 하루 이틀 하다가 많은 이들이 그랬듯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고들 했다. 그러다 미약한 힘이라도 귀한 이곳에 나 같은 이라도 괜찮았는지 정규직을 할 거냐고 물었다. 한 달을 굴러다니며 일하다 보니 샤워할 때 보면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 피멍이었으나 어느 정도 매일의 몸살이 잦아들고 있었고 대체 인력으로 일했던 월급이 나쁘지 않아서 정식으로 면접을 보았고 당연히 합격했다. 합격이라 말할 수 없을 만큼 당연한 채용. 미달이었다. 아무도 오려고 하지 않는 힘든 곳에 자처해서 대체인력으로 왔고 1600명 식수 학교에 정규직 발령을 내달라 했으니 그들에게 고민거리가 해결되는 웬 떡이냐 싶었겠지만 정작 이 상황을 눈치도 더럽게 느린 나만 모르고 있었다.


바보 같았다 해야 할까 어리석었다 해야 할까. 나의 선택이 참으로 미련했으나 그 선택을 고귀한 땀 흘림이니 하며 시를 써대는 나를 나 자신은 뭐라 표현해야 할지 가끔 난감할 때가 있다. 신약성경을 읽으면 사도 바울은 전도 여행 때 돌로 맞는 형벌을 몇 차례나 받았다. 한 번은 죽은 것 같아 성 밖에 던져 놓았다. 세척실에서 끝도 없이 식판을 받아 소독기에 넣던 그날. 그 알류미늄 식판 따위가 스무 장 정도 되면 만만찮게 무겁다는 사실을 깨닫 던 그날 밤. 누가 나를 돌로 때렸나 밤새 끙끙 앓았다.말할 수 없는 고통과 통증 속에 잠이 들었던 몇날 며칠 온몸에 느껴지던 뼈 깊은 곳까지 스미는 통증을 잊을 수 없다.

출근했던 첫날이 목요일이었고, 그 다음 날이 선거로 인해 공휴일이었다. 투표를 하려고 투표소에 갔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반갑게 불렀다.


“혜성 선생님! 안녕!”


이사 온 지 한 달 남짓. 동네에 단 한 사람도 아는 사람이 없는 이곳에서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일이라도 해보겠노라며 갔던 곳이 학교 카지노 가입 쿠폰이다. 조리장님의 그 명랑한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아마 도망쳤을지도 모르겠다.


주말이 지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출근을 했다. 출근 둘째 날, 혜진 카지노 가입 쿠폰는 돈가스를 튀기고 있었고, 허드렛일 이외에 어떤 보탬이 되기에 아주 부족하다고 주제 파악을 잘했기에 튀긴 돈가스를 세워 바트에 담는 일이라도 할 수 있을까 싶어 얼쩡대며 튀김 솥 언저리에 서 있었다.

“혜성 씨 힘카지노 가입 쿠폰요?”

“네?”

“어떤 사람이 돈가스 튀기다가 힘들다고 이틀 만에 그만두고 가버렸어요.”


퉁명스러웠다. 땀이 흐르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사이로 매서운 눈빛이 나를 향했다. 그 눈빛이 마치 이렇게 말카지노 가입 쿠폰 듯했다.

‘너도 그렇게 갈 거지?’


힘듦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때, 펄펄 끓는 기름 솥을 보고 두려움에 질려버린 터라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었다. 이미 맛이 간 나의 정신상태를 알았다면 혜진 언니는 그런 질문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 한마디로 혜진 언니 성격에 나같이 답답스러운 아이를 보면 어찌 됐든 결론을 빨리 내라고 채근질하고 싶은데 얘 상태를 보아하니 상처받을 듯싶어 말을 조심카지노 가입 쿠폰 듯했다. 나 또한 ‘이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해야 카지노 가입 쿠폰데 시기를 계속 놓치게 되는 어정쩡한 기분 탓에 끝도 없이 건져지는 돈가스를 차곡차곡 정리하며 오늘도 ‘그만하고 싶다 말하기는 글렀구나’ 좌절하며 간신히 솥단지에 타 들어가는 속내를 붙들었다. 기름 범벅이 된 언니들과 벌게진 얼굴로 뭐라도 해보겠다고 어슬렁거리다 실수만 했던 나를 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그들도 했던 많은 실수지만 그 실수가 연륜이 되어버린 짧은 1년이라는 시간. 그 정도면 비등비등해지는 실력으로 서로 키재기 카지노 가입 쿠폰 주방일이기에 그들 중 누구는 나를 연민의 눈으로 누구는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랬던 나의 두 달, 급식실 일을 파악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석 달째 접어드니 실수도 줄고 무얼 해야 할지 선견지명이라는 것이 생겼다. 드디어 나에게 그런 날이 왔다. 아이들에게는 입학 백일 축하라는 핑크빛 글이 새겨진 백설기가 배식 되었다.


‘축하해요. 100일이나 버틴 명자카지노 가입 쿠폰, 미현이, 선미카지노 가입 쿠폰 그리고 70일이나 버틴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