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024년 6월 11일 사직서
한식의 그렇게 많고 많은 음식 중 별다를 것도 매력도 없는 된장국. 이 지극히 평범한 메뉴가 아이들의 까탈스러운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차돌박이 몇 점 정도라도 떠 있어야 하는데 통배추 된장국이라니.......
대단찮은 오늘의 메뉴에 대한 논란으로 휴게실이 다소 소란스러웠다.
"벌써 알겠다. 벌써 알겠어. 오늘 잔반양을 벌써 알겠어. 근데 이 방울토마토는 왜케 맛이 없냐"
혜진언니가 이죽대며 말했다. 언니는 본격적인 일이 시작되기 전 휴게시간마다 기력 보충을 위해 이것저것 많이 먹어 둔다. 아침에 입맛이 없어 요쿠르트나 깔작대는 내 눈에 언니의 먹성 아침부터 대단하다. 언니의 아침 식사는 어제 배식 후 남은 방울토마토다.
"요새 방울 토마토가 얼마나 비싼 줄 알아? 감히 살 엄두가 안 나. 그런데 비싸도 이건 너무 싱거워서 못 먹겠다. “
카지노 게임 사이트장님은 방울 토마토를 입에 몇 알 넣다가 말고는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얼마 전에도 유부 넣고 된장국 끓였던 것 같은데.... 또 나왔어? 얘들이 된장국을 잘 먹긴 뭘 잘 먹겠어?.“
조리장님의 목소리는 카랑카랑 우렁차다. 그리고 약간의 드라마틱한 억양이 꼭 성우 같아 학교 카지노 게임 사이트일이 아니었다면 그 일이 아마 제격이었을 듯 싶다. 가끔 본인들의 제 옷 같은 능력을 상상조차 모르고 사는 사람을 볼 때 말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그 조차도 남루한 내 처지에 오지랖을 떠는 것 같아 망설여 질 때가 있다.
"국이 돌고 돌다 보면 또 된장국, 또 김치국, 또 콩나물국, 또 미역국 뭐 이렇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장님의 바로 옆자리 현주 선생님께서 한 움큼 방울 토마토를 드시면서 말을 거들었다. 선생님은 과일을 무척 좋아하신다. 그래서 그런지 예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피부가 하얗고 군살이나 똥배도 없이 날씬하다.
"뭐 색다른 게 없나?"
말투도 행동도 달팽이와 닮은 은선언니의 커다란 눈이 뒹굴뒹굴 굴러간다.
"색달라 봤자 소고기 뭇국, 감자탕.... 음...부대찌개?"
오늘도 예쁘장한 세라언니가 이제 막 버튼이 꺼진 커피포트를 들고 알커피에( 병커피의 커피 알갱이를 티스푼으로 한두스푼 넣고 물을 적당히 부어 취향껏 즐기는 블랙커피를 말함) 끓는 물을 따라 부으며 세침하게 운을 뗐다.
"아마 얘들이 이럴 걸? 선생님! 어제 저녁에 된장국 먹었는데요."
역시 명자언니의 능글맞은 개그본능을 따라올 자가 없다. 언니의 말에 휴게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제 저녁이면 감사하지. 소화라도 되었을것을. 오늘 아침에도 먹고 왔다고 하면 그건 쫌 봐줘야지."
혜진언니가 이번에는 쌀과자를 우적우적 먹으면서 말했다.
"아무튼 된장국이나 콩나물 국이나. 막상막하야. "
카지노 게임 사이트장님의 결론에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늘 누가 국 끓이냐?"
현주선생님의 물음에 나는 즉각 '이등병처럼' 대답했다.
"저요!"
우리는 잔반통에 그대로 버려질 된장국의 운명을 짐작했다. 우리의 최선은 잔반양을 줄여보는데 그 의의가 있다. 아이들이 점심 메뉴에 대한 설렘을 전혀 갖지 않는 외면받을 된장국이라도 설렁설렁 만들 수는 없는 법. 국가 예산으로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 준비하는 한 끼는 재료 검수, 조리, 배식, 세척, 정리까지 여간 깐깐한 과정이 아니다. 된장국처럼 웬만해서 실패없는 요리라도 우리 실무사들에게는 늘 아이들이라는 매일의 평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일각의 여유가 없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들어 왔다. 야아-카지노 게임 사이트 실하다."
"혜성아! 얼른 반 가르고 썰어서 씻고 건지자!"
"네!"
일단, 재료 검수가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단 1초도 허비할 수 없다. 가슴부터 발목까지 덮는 핑크색 방수 앞치마를 두르고 나면 조리장님의 말씀대로 모두 '미친x'이 된다. 몸에 모터를 달았는지 조리 실무사들은 50킬로그램의 통배추들을 순식간에 썬다. 배추를 반으로 쩍 가른다. 도마마다 엎어져 있는 배추 반포기들의 고갱이는 자르지 않는다. 고갱이를 잘라버리면, 고무장갑을 낀 둔탁한 손으로 제멋대로 나풀거리는 배춧잎들을 부여잡고 가까스로 썰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촌각을 다투는 대량조리 일의 효율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중요한 것은 신속 정확한 일처리와 대량조리를 단시간에 하기 위한 본인만의 요령을 터득하는 것. 이 노하우들은 실무사 본인에게 무척 요긴하게 쓰인다.
물론,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심심찮게 등장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고와 사망에 관한 뉴스는 그저 소설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돼지 삼형제 이야기에서 펄펄 끓는 솥에 빠진 못된 늑대처럼 조리실무사들은 언제나 대형 조리기구의 강력한 화력에 화상을 입을 수 있는게 사실이다. 안전을 위해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조리실무사들에게 요구되는 규칙들이 몇 가지 있다. 조리실무사들의 복장은 반드시 긴 팔과 긴바지를 입어야 하고 장화를 신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필수사항이 앞치마와 장갑이다. 전처리와 조리, 세척으로 나누어진 세 과정 시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앞치마와 장갑의 색을 구분하여 사용해야 하는데 이 때 방수 앞치마와 장갑은 위생뿐아니라 화상 방지용이기도 하다.
"칼 잘 들어? 이리 줘봐."
은숙 언니가 숯돌을 들고 칼을 45도 각도로 세워 몇 차례 방향을 바꿔 슥슥 비빈다. 급식실 칼은 은숙언니가 갈아 놓는다. 번거롭고 귀찮지만 언니는 그 일을 도맡아 한다. 별 일 아닌 것 같아도 칼은 요리사에게 생명이나 다름없고 안전과 직결된다. 은숙언니는 급식실 5년차. 베테랑이기에 나 같은 초짜가 생각지 못하는 일들을 한 발 앞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대량조리를 위한 모든 식기구와 조리도구들은 신속한 조리를 위해 실무사들의 동선에 따라 최적화되어 배치되어 있고, 전처리실과 조리실의 칼들의 칼날들은 시퍼렇게 날이 서있다. 배추도 깻잎장처럼 썰 수 있어야 하고 파프리카 껍질을 자를 때 칼이 미끄러지는 무딘 칼날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굵기가 장딴지만한 단단한 무도 감자 썰듯이 용이 해야 대량의 전처리작업을 단시간에 완료할 수 있다. 급식실의 전처리부터 조리 과정을 거쳐 세척까지 정해진 규율과 질서를 지켜야만 매일 1600여명의 음식을 효과적으로 완성할 수 있다.
"어때?"
"언니! 완전 잘 들어. 대파에서 진액 나오니까 자꾸 미끌어졌는데.....지금 아주 좋아."
미현이는 은숙언니가 갈아 준 칼을 들고는 신나게 대파를 썰어 한 뭉텅이는 국 솥에 국물용으로 넣었다.
오늘 나는 국 담당이다. 11명으로 구성된 우리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매달 첫 날이 되기 전에 제비뽑기로 당번을 정한다. 그리하여 국, 밥, 주찬, 부찬, 도우미 당번을 순서에 따라 담당한다. 여기서 조리 외의 업무를 맡게 되는 도우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배치된 냅킨 통을 채우거나 배식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식탁을 닦는 일과 휴게실과 전처리실을 청소하는 등 조리 외의 각종 업무를 담당한다.
이쯤에서 오늘의 요리에 돌입해 볼까. 반으로 가른 배추는 고갱이를 놔두고 갈래갈래 세로로 썬 다음 가로로 힘을 주어서 잎을 쳐낸다. 쳐냄과 동시에 대형 개수대에 받아 놓은 물속으로 직행. 배춧잎 사이사이 껴있던 흙 찌끼를 서너 번 헹군 후, 빵빵 구멍이 뚫어진 대형 스테인리스 김장소쿠리에 담뿍 담아 원형 스테인리스 운반 카트에 태워 카지노 게임 사이트실로 이동시킨다. 물이 펄펄 끓으면 새하얗게 속살을 드러낸 배추를 솥단지에 붓고 말캉거림과 단단함 사이에 있도록 조금은 기다려주었다가 두 명의 실무사가 힘을 합쳐 손잡이가 있는 대형 채망으로 배추를 건진다. 대형 채망은 흡사 낚시에 쓰이는 뜰채와 유사하다. 강태공의 뜰채에는 생선들이 펄떡거리고 있겠지만, 우리 뜰채에는 배추, 다시마, 굵은 멸치, 푹 익혀진 고기, 삶아진 쭈꾸미 등등이 있다. 그 다음, 릴 호스로 찬물을 쏴서 배추 사이사이의 열기를 완전히 식혀 준다.
이제 살짝 투명해진 숨죽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맛깔스러운 양념 옷을 입힐 차례.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고춧가루와 마늘로 버무려준다. 1600인분의 된장국에 계량은 티스푼 나부랭이가 아니다. 냉면기 정도는 되어야 계량이란 것이 가능하다. 마늘도 향내가 지독할 만큼 듬뿍 넣어야 마늘을 넣은 티가 좀 난다. 데쳐진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넣은 각종 양념이 잘 섞이도록 사정없이 버무려준 다음, 다시마와 굵은 멸치로 한 시간 정도 푹 우려낸 누런 빛깔의 걸죽한 육수에 풍덩 넣어주면, 그 짙은 육수의 빛깔과 구수한 된장내에서 전해지는 진한 국물은 여느 가정에서 끓이는 얕은 맛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이제부터 국은 인위적인 그 어떠한 재료도 넣지 않고, 잘 달궈진 무쇠솥단지의 화력에 맛을 맡기면 된다.
참! 무를 넣어야 하는데 무는 솥단지의 화력으로 오래 끓이면 뭉글어지기가 일쑤라 제일 늦게 넣는다. 무는 오늘 그저 조연일뿐이다. 사실, 국물 요리에서 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때때로 주연인 경우도 많지만, 오늘 무는 배추국에서 그저 맛을 거들뿐 국물의 맛은 달큰한 배추가 책임진다. 펄펄 끓어 솥단지에서 김이 무섭게 피어오르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실이 국냄새로 진동을 하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거의 끝나간다고 보면 된다.
오늘 카지노 게임 사이트국은 박수를 받을 만큼 충분히 맛이 있었다. 어쨌든 오늘도 잔반의 양은 240키로를 거뜬히 넘겠지만, 잔반통에 버려져도 당연할 만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국을 두어번씩 받고 밥에 말아 먹는 아이가 꽤 있었으니 선방했다고 본다. 올림픽으로 치면 준결승 정도 진출한 기대감 있는 그렇다고 최고는 아직 아닌 그런 성적이라고 보면 꽤 훌륭했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식사를 마친 후, 식판 세척을 비롯한 모든 기구들이 세척되어 제자리를 찾아가고 솥단지가 내일을 위해 정렬하고 빨간 청소용 고무장갑이 건조를 위해 소독기에 들어가면 우리의 일은 끝이 난다. 그 때가 되면, 도저히 샤워를 하지 않고는 바깥에 나갈 수 없는 몰골이 된다. 땀에 절은 머리와 쉰내 나는 옷이 샤워할라치면 벗겨지지 않아 애를 먹는데 따뜻한 물로 뒤집어 쓰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을 했었나 싶다. 그러고 나서 허기진 배를 휴게실에 비치된 달달한 간식으로 채우거나 이온음료를 연거푸 몇 잔을 들이키고나면 잠깐의 쉼 후에 회의가 시작된다. 그 회의 시간에 우리는 음식의 양과 재료의 어울림, 맛의 보강등에 대해 적잖은 토론을 한다. 오늘 통배추 된장국은 본연의 맛으로 은은한 승부를 보아 박수를 받았다.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메뉴로 급식실에서 고군분투한지 70여일만에 처음으로 육체적 고통 대신에 다른 감정을 느꼈다. 뿌듯함이랄까.
그동안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처음 담당을 해서 만든 음식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조금은 해소시켜 주는 듯했다. 첫 담당 음식을 무사히 마치고 난 후, 집에 오고 나니 긴장이 풀렸고 퇴근 후면 역시나 그렇듯 더위에 늘어진 고구마줄기처럼 축 쳐져 한참을 소파에 누워 있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출근한 첫 날은 벽돌로 온 몸을 맞은 듯 했다. 성경에서 사도바울은 돌로 몇 번을 맞았다 했던가. 그래도 두어 달이 조금 넘으니 그 통증이 반은 줄어든 듯 했지만, 여전히 퇴근 후면 뇌는 모든 기능을 제로화 시켜 아무런 근육을 쓸 수 없는 깊은 휴식 형태로 모드를 전환하였다. 백색의 상태로 접어든 내 육체가 청각 정도는 열어둔 시점에 전화 소리가 들렸다. 명자 언니다.
“혜성아, 괜찮니?”
늘 긴장감과 압박감이 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능청스럽게 재치있는 말과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분위기를 유화시키는 명자언니. 언니의 전화로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사흘이 되고 어느덧 두 달을 일할 수 있었다. 일당이고 뭐고 매일 도망 나오고 싶었고 일은 처참할 정도로 힘들었다. 그런 내가 두 달을 버틴 건 도망치려는 순간마다 뜬금없이 전화해서 괜찮냐고 물어보는 명자 언니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혜성아, 오늘 카지노 게임 사이트국 맛있다고 어떤 애가 말해서 내가 만든 사람한테 꼭 전해줄게 했어. 야! 진짜 맛있었어. 추가 배식도 많이 받으러 왔어.”
“그랬구나, 고마워.언니,”
“그런데 혜성아! 왜 사직서 냈어? 힘들었어?”
그만둘 이유를 찾자면 수도 없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힘들다는 말은 금기어였다.
“아니.”
난...... 2주전 사직서를 냈다.